팬데믹 사태 이후 지역별 주택가격 불투명성 드러나… 각 시장별 성과 차이 ‘확연’
퍼스와 애들레이드-가격 상승 지속, 시드니는 성장 둔화… 멜번은 상승세 벗어나
호주 부동산 시장 상황이 지역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택가격을 둘러싼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점차 한 가지 분명해지는 사실이 나타난다는 진단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제 더 이상 ‘전국 부동산 시장’은 없다”는 것이다.
현재 퍼스(Perth, Western Australia)와 애들레이드(Adelaide, South Australia)의 주택가격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멜번(Melbourne, Victoria)은 가격 상승을 벗어나고 있으며 시드니는 상승세가 식어가는 중이다. 또 캔버라(Canberra, ACT)는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호바트(Hobart, Tasmania)의 주택가격은 하락했다.
웨스트팩(Westpac) 은행 수석 경제학자 매튜 하산(Matthew Hassan) 연구원은 고객을 위한 은행의 최신 ‘Housing Pulse’ 보고서를 시작하면서 “호주의 주요 도시 부동산 시장은 성과 면에서 점점 더 격차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퍼스는 가격 상승 면에서 엄청난 속도를 보여 올해 20% 가까운 성장을 향해 나가는 중이다. 애들레이드 시장 또한 유사하다. 이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연간 15%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강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지난 몇 달 사이 처음으로 멜번의 중간가격을 앞질렀다.
팬데믹 사태 완화 이후 한동안, 모든 대도시의 주택가격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각각은 전 세계가 봉쇄되고 흔들리는 경제 상황에서 동일한 거시적 추세에 의해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가격 상승과 하락, 균형을 유지하는 등 각각 다른 양상을 보여 경제학자 및 부동산 전문가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시드니대학교 도시-지방 개발계획 전문가 니콜 구란(Nicole Gurran) 교수는 “모든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한 추세가 있는데, 이자율과 세금 설정, 가계 생활비 변화 등이 그것”이라며 “하지만 이주(인구 이동)와 같은 다른 요인은 모든 곳에서 동일하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오늘날 우리는 주택가격이 오르거나 하락하는 것, 임대료 또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음을 구별해야 한다”며 “이제 ‘전국 부동산 시장’을 말하는 것은 어려우며, 다양한 하위 시장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호주 주택산업협회(Housing Industry Association) 팀 리어던(Tim Reardon) 선임연구원도 “현재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지역적 요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강력한 변화 요인 중 일부는 각 주 정부 정책과 다른 도시, 또는 지방 지역으로의 이주 흐름과 같은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어던 연구원은 “신규 주택 건설을 예로 보면, 우리는 한동안 국가적 영향보다 글로벌 흐름을 더 주목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모든 지역이 다른데, WA는 주택시장 붐이 일고 있으며 시드니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주택 시장, 특히 신규 주택건설의 강점에 대한 주 정부의 영향으로, 일부 주에서는 주택 관련 세금을 인상하여 건설 활동이 감소하고 있다”는 그는 “하지만 WA와 퀸즐랜드 남동부처럼 신규 건설을 장려하는 주에서는 주택이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어던 연구원은 이주가 주택 시장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는 이주 유형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한다. 가령 젊은 가족이 SA로 주간 이주(moving interstate)를 결정한다면 SA에서는 단독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고, 시장은 가격과 규모 면에서 조정될 수 있다. 또 해외에서의 순이주, 특히 해외 유학생이 많다면, 시장 성장은 도심 인근 고밀도 주택에 집중되게 마련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이 정기적으로 집계하는 가장 최근(6월 분기)의 주택가격 보고서(‘Domain House Price Report’)는 각 주 대도시의 주택 시장이 얼마나 제각각인지를 보여준다. 퍼스 주택은 지난 한 해 23.8%가 상승했으며 브리즈번과 애들레이드 각 16%, 시드니 7.8%, 멜번 3.6%, 캔버라는 0.8%가 올랐다. 반면 호바트는 2.3% 가격 하락을 기록했다.
도메인 선임 연구원인 니콜라 파월(Nicola Powell) 박사는 팬데믹 완화 이후 전국적으로 나타난 각각의 시장 상황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이제 호주 전역에 다중 성장 속도의 시장(multi-speed market)이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각 수도마다 다른 역학 관계가 있음을 뜻한다”며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들이나 판매자는 가격 기대치, 매매 소요 기간 등에 따른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박사에 따르면 한 가지 측면만으로도 시장의 다양성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시장에 공급되는 매물 수준으로, 가령 지난 8월 시드니 주택시장에 공급된 신규 매물 증가는 역대 최고치인 14%로 지난 5년간 평균치보다 높다. 또 멜번은 5년 평균보다 무려 29% 높았으며, 반면 퍼스, 브리즈번, 애들레이드의 공급 부족은 각각 40%, 32%, 28%였다.
파월 박사는 “이는, 일부 시장에서는 긴급성이 있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더 이상 국가적 (동일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서로 다른 시장 사이에는 여전히 연관성이 있다. 각 주택 시장의 인구 변화에 의해 촉진된 가격 변동은 CBD에서 더 멀거나 가까운 다른 시장에 파장(ripple) 또는 스필오버(spillover)를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타스마니아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 경제학 선임강사 마리아 야노티(Maria Yanotti)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예를 들어 지방정부 지역(LGA)으로 이주하는 인구가 1% 증가하면 주택가격 순 스필오버 지수(house-price net spillover index)는 3.1% 증가하여 다른 시장에서 가격 변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 한편 특정 LGA에서 인구가 이탈하면 다른 시장이 가격 스필오버를 받는 데 기여하게 된다.
이 연구에 대해 “가격 스필오버가 주(State) 수준에서 다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른 하위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지, 또한 이주가 시장 상호작용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살펴보았다”는 야노티 박사는 “예를 들어 WA와 QLD는 고유의 특성이 있고 이는 매우 독특할 수 있는 반면, NSW의 주택가격 변화는 점차 캔버라의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VIC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른 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아마도 전염병 사태를 거치며 이 같은 양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각 도시 주택 중간가격
(단독주택. 도시 : 2024년 6월 / 2024년 3월 / 2023년 3월 / 분기 상승률 / 연간 상승률)
Sydney : $1,662,448 / $1,641,333 / $1,542,688 / 1.3% / 7.8%
Melbourne : $1,068,805 / $1,050,950 / $1,032,096 / 1.7% / 3.6%
Brisbane : $976,464 / $938,856 / $835,654 / 4.0% / 16.9%
Adelaide : $929,972 / $906,352 / $801,691 / 2.6% / 16.0%
Canberra : $1,041,432 / $1,032,753 / $1,033,066 / 0.8% / 0.8%
Perth : $852,240 / $799,804 / $688,250 / 6.6% / 23.8%
Hobart : $686,053 / $693,537 / $701,993 / -1.1% / -2.3%
Darwin : $585,047 / $584,472 / $648,274 / 0.1% / -9.8%
Combined capitals : $1,154,394 / $1,127,516 / $1,052,530 / 2.4% / 9.7%
Combined regionals : $618,042 / $610,024 / $577,987 / 1.3% / 6.9%
Source: Domain 6월 분기 House Price Report, Houses.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