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 부정행위 유학생 비율 75% 차지
호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가 학업 부정행위 사례에서 유학생의 비율이 “점점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했다. 최근 정보공개청구(FOI)를 통해 공개된 멜번대의 2024년 7월 학업 부정행위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학업 부정행위로 신고된 사례 중 75%가 유학생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는 전체 학생 중 유학생이 약 42%를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2022년 유학생 관련 사례는 68%였다. 대학 측은 2024년 데이터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조치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계약 대리 과제 영향
보고서는 유학생의 부정행위 비율이 높아진 원인 중 하나로 특정 국적이나 언어 그룹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계약 대리 과제(Contract Cheating)’ 업체의 활동을 지목하며, 이를 “우려스러운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유학생들은 다른 교육 환경에서 온 만큼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익숙한 지원 체계에서 멀어지는 등 여러 부담을 안고 있다”며, 이러한 스트레스 요인들이 부정행위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요인 자체는 해마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AI 번역 도구도 한몫
보고서는 또 “고품질의 생성형 인공지능(GenAI) 번역 도구가 손쉽게 이용 가능해진 점”이 부정행위 증가의 또 다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이나 사회적 연결을 원하는 학생들의 취약성을 노려, 계약 대리 과제 업체들이 특정 국적 및 언어권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인공지능(AI) 챗봇을 이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되어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SW)의 한 학생이 에세이 시험에서 OpenAI의 챗GPT를 사용했다가 교수에게 적발되어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 이는 호주에서 AI를 활용한 부정행위로 공식적인 징계를 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호주 대학들은 AI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챗GPT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지만, 전문가들은 VPN(가상사설망) 등을 이용하면 차단을 우회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학생들을 인터넷이 차단된 환경에서 손글씨로 시험을 보게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되었으며, 이에 따라 일부 대학에서는 전통적인 필기 시험을 재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최우선 과제는 유학생 부정행위 대응
대학 측은 “유학생 사이에서 높은 부정행위 발생률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2024년 학업 부정행위 사례는 아직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2023년 약 1,450건에서 더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고 케네디(Gregor Kennedy) 멜번대 학술부총장은 “2024년부터 학생 단체, 특히 멜번대 학생회(UMSU·University of Melbourne Student Union) 국제 학생 조직과 협력해, 2023년 보고서에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생 주도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학업 윤리 교육 프로그램이 개편됐으며, 모든 신입생이 이를 이수하도록 했다. 또한 “모든 학생에게 사기 피해 예방 교육도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명문대 입학 장벽 낮아
허먼 찬(Herman Chan) ‘아카데믹 어필 스페셜리스트(Academic Appeal Specialist)’ 대표는 “호주의 최상위 대학들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입학 장벽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멜번대는 호주 최고 대학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입학 요건이 세계적인 명문대 수준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적으로 봤을 때, 호주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학생들은 학비가 현지 학생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낙제할 경우 재정적 부담이 훨씬 크다”며, 이로 인해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부정행위를 선택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가 상담했던 학생들 중 상당수가 학업관련 상담이나 과목 철회(late course withdrawal) 같은 지원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부정행위 예방을 위한 정보 제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드니대학교(University of Sydney)에서도 2023년 학생 징계위원회(Student Affairs Unit)에 접수된 학업 부정행위 사례의 약 80%가 학생 비자 소지자로 확인됐다. 이는 현지 학생 사례보다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