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최대 하락폭 기록
월요일, 호주 달러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60미국센트 아래로 떨어졌다. 하루 기준으로는 17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 이후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수조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 달러의 하락세도 가속화됐다. 호주 달러 가치 하락은 해외에서 호주인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해외여행 시 지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반면, 수출 기업에는 희소식이다. 호주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더 저렴하게 느껴져 수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왜 떨어지고 있나
호주 달러는 올해 내내 미 달러 대비 하락세를 보여왔으며, 지난 몇 달간 63~64센트 수준에서 거래됐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전방위적인 관세를 도입하면서 세계 경제 질서를 흔든 가운데, 초기에는 호주 달러가 의외로 선방했다. 미국 달러 가치 자체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ITC 마켓츠(ITC Markets)에서 선임 외환(FX) 분석가 션 캘로우(Sean Callow)는 “처음엔 관세 발표 후에도 호주 달러가 비교적 잘 버텼다는 점이 수수께끼였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 금요일부터 호주 달러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ANZ 은행 분석에 따르면, 당시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GFC) 당시였던 2008년 이후 가장 컸다. “이번 AUD/USD 하락은 2008년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폭이었다. 이는 관세로 인한 글로벌 성장 우려 때문” 이라고 ANZ는 월요일 아침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혔다.
ANZ의 분석가 펠릭스 라이언(Felix Ryan)은 “호주 달러는 글로벌 시장의 위험 심리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처럼 글로벌 성장에 대한 우려가 클 때, 호주 달러는 대체로 약세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호주 달러 약세는 미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 엔화, 파운드 등 G10 통화 대비 전반적인 하락세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리스크도 영향
캘로우는 또 호주 달러 하락의 배경에 중국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관세 조치에 중국이 보복 대응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호주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며 철광석 등 주요 수출 품목의 가장 큰 수입국이다. 금요일 당시 중국 증시는 휴일로 휴장 중이었고,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이 불안을 호주 달러에 투영한 것일 수 있다고 캘로우는 설명했다. “호주 달러는 아시아 경제 성장의 바로미터이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같은 하락세는 주말 동안에도 이어졌다. AEST 기준 오전 10시 30분, 호주 달러는 59.85센트로 거래됐으며, 오전 8시 직후 한때 59.33센트까지 떨어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과거에도 있었던 60센트 붕괴
호주 달러가 마지막으로 60센트 밑으로 떨어졌던 시기는 2020년 3월 며칠과 4월 하루였다. 그 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후반에 가까스로 60센트 선에서 거래된 바 있다. 지속적으로 60센트 아래에서 거래된 시기는 2000년 중반부터 2003년 초까지로, 당시에는 50센트 아래까지 떨어진 기록도 있다.
회복여지는 남아있어
“이번 주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 달러뿐 아니라 유럽 통화 대비로도 아주 약세이다. 지금 유럽으로 여행을 가기엔 정말 최악의 시기”라고 캘로우는 말했다. 그는 또 “호주 달러는 당분간 60센트 이하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주에도 봤듯이 상황은 금방 바뀔 수 있으며, 작은 희망의 조짐만으로도 호주 달러가 어느 정도 안정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월요일 오후 5시 30분 기준으로 호주 달러는 다시 60센트 선 위로 반등했다.

호주 달러로 혜택 누릴 곳
이런 상황 속에서도 호주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몇몇 국가들이 있다. 다음은 호주 여행자에게 가성비 높은 여섯 곳이다.
▪뉴질랜드(New Zealand)-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으로, 현재 호주 달러로 $NZD1.07을 살 수 있어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지다.
▪말레이시아(Malaysia)-$1당 2.65 링깃으로,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는 예산을 아끼려는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이다. 항공료도 저렴한 편이다.
▪베트남(Vietnam)-$1이 무려 15,420 동에 달해, 문화와 모험을 동시에 원하는 여행자에게 최고의 선택지다.
▪필리핀(The Philippines)-$1당 34.29 페소로, 환상적인 섬나라를 저렴한 가격에 만끽할 수 있다.
▪일본(Japan)-현재 $1에 약 87엔으로, 대도시든 시골 풍경이든 일본은 훌륭한 가성비를 자랑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South Africa)-$1에 11.55 랜드로, 사파리부터 도시 탐방까지 다양한 경험을 경제적으로 누릴 수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