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A, 기준금리 0.25%p 인하
호주중앙은행(RBA, Reserve Bank of Australia)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며 5년 만에 처음으로 대출 비용을 낮췄다. 이는 생활비 부담으로 큰 타격을 받은 주택담보대출자 밀집 지역에서 노동당의 지지를 유지하려는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에게 유리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앞두고 유리한 정치적 흐름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으며, 피터 더튼(Peter Dutton) 자유당 대표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알바니즈 총리는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RBA 총재의 금리 인하 결정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노동당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이번 금리 인하가 노동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 4.1%로 하락
오늘의 기준금리 인하로 공식 기준금리는 4.1%가 되었다. 이는 알바니즈 총리가 선거 시기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기 선거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총리는 이번 금리 인하를 계기로 빠르면 이번 주말 선거를 선언하고 3월 말 투표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둔화로 금리 인하
2023년 11월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를 유지했던 RBA가 금리를 인하한 것은 최근 예상보다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가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RBA 목표 범위인 2~3%에 근접한 것이 확인되면서,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이번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다만, 일부 분석가들은 RBA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높은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과 선거를 앞둔 정부 지출 증가 가능성, 그리고 여전히 견조한 노동 시장이 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회의 후 발표된 성명에서 RBA는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였다. “오늘의 통화정책 결정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대한 긍정적인 진전을 반영하지만, 추가 정책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금리를 지나치게 빠르게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 억제 진전이 멈출 가능성이 있으며, 물가 상승률이 목표 범위 중간값을 초과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노동 시장 강세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소로 지적됐다. “최근 일부 노동시장 지표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으며, 이는 노동 시장이 이전 예상보다 더 타이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가계 대출자의 부담 완화
이번 금리 인하는 변동금리 대출을 보유한 대다수 가계 대출자들에게 즉각적인 금융 부담 완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평균 60만달러 대출을 보유한 주택담보대출자들은 월 상환액이 92달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인플레이션과 노동 시장 동향
지난 3년간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총재와 그의 전임자 필 로우(Philip Lowe)는 인플레이션 고착화를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지난 수십 년 동안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을 주도했다. 팬데믹 이후 소비 수요 급증과 글로벌 공급망 제약으로 인해 2022년 12월 인플레이션율이 7.8%까지 치솟았고, 이는 가계 예산에 큰 타격을 주었다. 하지만 2024년 말 기준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3.2%까지 둔화되었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하락에도 불구하고 노동 시장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12월 실업률은 4%에 불과했으며, 정부 관련 일자리 증가가 민간 부문의 약세를 상쇄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중앙은행과 RBA의 움직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지난해부터 금리를 조심스럽게 인하하기 시작한 반면, RBA는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통제될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금리를 동결해왔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RBA도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유럽연합(EU) 중앙은행과 함께 금리 인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편, 미국에서 최근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하는 사례는 RBA에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Federal Reserve)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후, 1월 인플레이션율이 다시 3%로 상승하며 중앙은행들이 마지막 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보여주고 있다.
노동당과 야당의 반응
RBA의 금리 인하는 노동당 내 장관들과 의원들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들은 월요일(17일) 중앙은행에 대출 부담 완화를 요구하며 내부적으로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의 지침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피터 더튼(Peter Dutton) 야당 대표 또한 금리 인하를 지지하며 대출 비용이 너무 일찍 인하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금리 전망
다만, 대출 비용이 팬데믹 당시의 초저금리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채권 시장에서는 2025년 내 추가로 두 차례 0.25%포인트 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3.75% 수준의 ‘중립 금리’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가계 대출자들이 몇 년 동안은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 상환 부담을 유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대형 은행들의 반응
대형 은행들도 RBA의 금리 인하 직후 발 빠르게 반응했다. 호주의 4대 은행(NAB, National Australia Bank, 웨스트팩(Westpac),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 of Australia), ANZ, Australia and New Zealand Banking Group)은 RBA의 금리 인하 발표 직후 5분 이내에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NAB와 커먼웰스은행은 2월 28일부터, 웨스트팩은 3월 4일부터 인하된 금리를 적용한다.하지만 대출 금리가 인하됨과 동시에 저축 금리도 함께 하락했다. 웨스트팩(Westpac)은 ‘웨스트팩 라이프(Westpac Life)’ 및 ‘e세이버(eSaver)’ 계좌의 이자율을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NAB와 ANZ도 저축 금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