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위원회 조사, 호주 중년층 소득 높은 반면 이후 세대 소득 증가는 ‘매우 더뎌’
지속되는 ‘가난’… 이민자-영어능력 부족-한부모 가정 등 ‘빈곤 상태’ 인구 14% 추정
X세대(1965년~79년 사이 출생자들)와 Y세대(1980~1994년 사이 출생자들) 사이에 태어난 청년들, 즉 1972년에서 82년 사이 태어난 호주인의 거의 3분의 2는, 그들의 부모 세대에 비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1990년 이후 출생한 더 젊은이들의 소득 증가는 매우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산성위원회(Productivity Commission. PC)가 이달 둘째 주 내놓은 호주인 ‘경제 이동성’(economic mobility. 개인이나 가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제적 지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능력) 보고서를 통해 언급한 것으로, PC의 조사 결과 호주의 전반적인 경제 이동성 수준은 글로벌 기준에 비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PC의 다니엘 우드(Danielle Wood) 위원장은 “대부분의 호주인들에게 있어, 그들이 젊었을 때 그들 부모가 벌어들였던 수입은 평생 지속되는 것이 아니다(for most Australians, the amount your parents earned when you were young is not a life sentence)”라고 말했다. 호주인들에게, 그들 부모가 얼마나 많은 수입을 얻었는지는 그들 인생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는 경제 이동성이 가능하고, 부모의 재정 상태가 자신의 장래 성공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지 않음을 의미고 할 수 있다.
PC의 이번 경제 이동성 보고서는 통계청(ABS)과 호주 가계 소득 및 노동 참여를 알아보는 연례 ‘HILDA’(Household, Income and Labour Dynamics in Australia) 조사를 포함한 여러 데이터 세트를 활용해 분석한 것으로, PC는 호주의 경제 이동성이 스웨덴 바로 아래 위치하며 미국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순위에 있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 세대별 우려
199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은 그 이전 출생 세대들과 동일한 소득 궤도에 있지 않다. 이전 PC 보고서를 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평균 가처분 소득이 크게 증가했지만 2008년에서 2018년 사이에서는 젊은층(15~34세)에서만 감소했다.
이번 PC 보고서는 “1990년대 출생자들의 소득 증가율이 낮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GFC) 이후 젊은층이 겪은 열악한 경제적 결과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2001년 이후의 호주의 젊은이들은 숙련 기술을 가진 젊은 근로자들에 비해 더 많은 이들이 임금 정체를 경험했고, 더 낮은 교육 수준 및 소득 잠재력을 가진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더 높았다”면서 “이는 임금과 직업 선택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C 보고서는 평생의 소득 이동성에 대해 보다 나은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의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도 “1990년대 태어난 이들의 소득 증가가 부족하다는 것은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세대의 추세가 정체되어 있음을 나타낸다”고 진단했다.
■ 늘어나는 빈곤
PC의 이번 경제 이동성 분석에서는 몇 가지 ‘걱정스러운 징후’도 있다. 호주의 빈곤 수준은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이며, 이 기간에 꾸준히 증가해 온 것이다.
보고서는 “빈곤 문제를 겪는 이들은 유급 고용자가 없는 자영업자, 이민자, 가정에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 65세 이상, 주택 임차인, 1인 가구 또는 한 부모 가구에 사는 이들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현재 호주인 약 14%가 빈곤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고서는 “빈곤 상태(호주 중간 소득의 50% 미만 소득자들)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경제 이동성에 있어 가장 높은 장벽에 직면해 있다”면서 “호주인 10명 중 1명은 지속적인 가난을 경험하고 있으며, ‘이들이 거주하는 곳’은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능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교육 수준은 경제 이동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 학사 학위를 취득한 이들은 12년제 학력(하이스쿨 졸업자)을 가진 이들에 비해 평생 23% 더 많은 소득을 올렸다. 보고서는 “실직, 건강 문제, 인간관계 붕괴 등의 불리한 사건은 소득을 감소시킬 수 있으며. 그렇다고 이것이 모든 이들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면서 “특히 실직은 소득에 지속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주는데, 저임금에서 일을 시작하는 이들이 이를 경험할 가능성은 더 높다”고 밝혔다.
■ 소득과 부
호주 인구 대다수가 어느 정도 소득 이동성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wealth) 이동성은 ‘훨씬 더 끈질기게’ 어려운 실정이다. 모아둔 자산 가치로 측정되는 부는 퇴직연금, 소득 저축, 투자 및 부동산 가치 상승을 통해 일생 동안 축적된다.
가장 많은 자산을 소유한 이들과 반대로 가장 적은 부를 가진 이들은 가장 낮은 수준의 ‘부 이동성’(wealth mobility)을 경험하고 있다. 보고서는 “2002년부터 2022년까지 하위 20분위에서 상위 절반으로 이동한 이들은 5명 중 1명에 불과하며, 마찬가지로 5명 중 1명 만이 상위 절반에서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 성별 소득 격차
경제 이동성 분석에서 전반적으로 긍정적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남녀간 소득 격차로, 보고서에 따르면 1972년에서 82년 출생 집단 내에서 여성의 절반 이상이 부모 세대에 비해 더 많은 소득을 올린 데 비해 남성은 77%가 더 높은 수입을 거두었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다수 남성(64%)은 (같은 남성인) 아버지보다 더 높은 소득을, 68%에 달하는 대다수 여성은 (같은 여성인) 어머니보다 더 많은 수입을 거둔다.
하지만 자녀의 소득을 이성 부모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남성의 86%가 어머니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반면 여성의 경우 37%만이 아버지에 비해 높은 소득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별거 또는 이혼 관계가 되었을 경우 남성보다는 여성이 재정적으로 더 불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장기 파트너와 별거 후 여성은 균등화 가처분 소득(equivalised disposable income. 가구 단위 소득통계를 가구원 수를 감안하여 개인 기준으로 환산한 소득)의 현저한 감소를 경험한 반면, 남성은 증가했다”는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