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에 호주 시드니도 흥분과 떨림 그리고 기대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이 한국 작가 한강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자 호주 공영 ABC 방송이 긴급 뉴스로 이를 전했다.
ABC는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고, 시적이고 실험적인 스타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는 앤더스 올슨 노벨문학상 위원장이 발표한 성명을 그대로 인용하며 대한민국 작가 한강이 노벨상을 탔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강 작가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상을 받으면서 세계 문학계에 눈길을 끌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그동안 노벨 문학상이 주로 유럽과 북미 남성 작가 중심이라는 비판이 있었다면서 120명 수상자 중에서 한강 작가가 여성으로는 18번째라고 덧붙였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다는 소식은 시드니에 있는 한글 문학인을 포함해 교민들에게 새벽잠을 설치게 한 커다란 기쁨이었다.
가슴이 멍합니다. 한국이 이룬 쾌거!
우주의 기운이 대한민국으로 몰리고 있네요.
눈물 나게 너무 너무 좋아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
머리에 진동이 우르르 몰려듭니다. 한국 역사의 물꼬를 터주는군요
호주 시드니 한국 문학인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문학과 시드니’는 늦은 밤까지 흥분과 감격을 담은 글과 게시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몇몇 시인과 문인들은 한강 작가가 쓴 소설과 시를 습작 시절에 필사했다면서 당시 썼던 공책 사진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한강 작가가 열 살 때 ‘말괄량이 삐삐’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 그렌이 쓴 ‘사자왕 형제의 모험’을 읽고 영향을 받은 이야기를 다룬 2017년 5월 18일자 경향신문 기사 링크가 공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드니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이마리 동화작가는 한강 작가가 “린드 그렌 할머니 작가의 애독자였다니 놀랍다”면서 “스웨덴과 연결되고 예정됐던 작가의 길을 갈고 닦아 오늘에 이르렀네요”라고 답글을 달았다.

수진 시인은 “너무 아파서 한 페이지 읽고 한참을 울고 다시 읽다가 또 울고 그렇게 몸으로 아파하면서 한강 작가의 책을 읽었다”면서 “연약한(fragile) 인간의 바닥 그렇지만 그 바닥에서 서로가 서로를 애도하는 순간, 작가도 쓰는 과정에서 몸으로, 읽는 사람도 몸으로 그 순간을 거쳐야만 하는 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작고 희고 아름다운 것들, 나약한 것들이 세상을 구하는구나.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온통 흰 눈에 덮인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철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