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정부가 발표한 160억 달러 규모의 대학 학자금 대출(HELP) 20% 감면 정책이 주로 노동당과 녹색당, 독립 의원(Teal Independent) 지역구에 집중적으로 혜택을 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번 감면 정책이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The Australian이 2021-22년 국세청 세금 신고 자료와 2022년 선거 투표소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한 결과, 감면 혜택의 67.3%가 노동당, 녹색당, 독립 의원이 차지한 지역구에 집중될 것으로 나타났다.
혜택 집중 지역은 도심 및 서부 시드니
HELP 학자금 대출 평균액이 가장 높은 지역은 시드니(Sydney)의 달링허스트(Darlinghurst), 서리 힐즈(Surry Hills), 카를턴 노스(Carlton North), 이스트 멜버른(East Melbourne), 엘리자베스 베이(Elizabeth Bay), 포츠 포인트(Potts Point), 울라라(Woollahra) 등으로, 이들 지역은 노동당, 녹색당, 독립 의원이 차지한 지역구에 포함된다. 특히 서부 시드니의 블랙슬랜드(Blaxland)와 왓슨(Watson) 지역구는 평균 소득 대비 HELP 학자금 대출 비율이 높아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들은 각각 교육부 장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와 내무부 장관 토니 버크(Tony Burke)의 지역구로, 두 장관은 현재 무슬림 유권자 단체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반면, 평균 HELP 학자금 대출이 가장 낮은 지역들은 주로 야당인 연립정부(자유당-국민당) 지역구에 집중됐다. 대표적으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South Australia)의 카르테(Karte), 퀸즐랜드(Queensland)의 하위트(Howitt),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눌라보르(Nullarbor) 등이 있으며, 자유당이 차지한 그레이(Grey, SA), 서호주의 캐닝(Canning), 퀸즐랜드의 플린(Flynn) 지역구도 감면 혜택이 적을 것으로 분석됐다.
표심 잡기 위한 정책 vs.청년 지원 정책
고등 교육 전문가 앤드루 노턴(Andrew Norton)은 노동당의 이번 정책이 명확히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감면 정책은 학자금 대출이 높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는 곧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장관 제이슨 클레어(Jason Clare)는 “노동당만이 학자금 대출을 20% 삭감할 것이다”라며, “이는 청년층의 꿈과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며, 노동당과 자유당의 명확한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자유당 측은 이 정책이 특정 계층에만 혜택을 주는 “엘리트적이고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야당 교육 담당 대변인 사라 헨더슨(Sarah Henderson)은 “녹색당이 차지한 지역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며 “이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좌파 표밭을 다지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HELP 부채 구조 개혁 필요성 대두
한편, HELP 제도를 설계한 경제학자 브루스 채프먼(Bruce Chapman) 교수는 이번 감면 정책이 유효한 방안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학위 비용 자체를 낮추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학위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 특히 2021년 도입된 ‘취업 준비 졸업생(Job-ready Graduates)’ 정책으로 인문학과 예술 계열 학위 비용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채프먼 교수는 또한 “HELP 학자금 대출 시스템은 소득 수준에 따라 상환하는 구조이므로 부채가 개인의 재정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일부 정치인들이 HELP 학자금 대출 증가를 위기처럼 포장하는 것은 과장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독립 의원들 학자금 개혁 촉구
독립 의원들도 HELP 학자금 대출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워링가(Warringah) 지역구의 잘리 스테그얼(Zali Steggall) 의원은 “최근 몇 년간 대학 등록금이 급등했고, 높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로 HELP 학자금 대출이 급증했다”며 감면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코용(Kooyong) 지역구의 모니크 라이언(Monique Ryan) 의원은 “학위 비용의 적정성을 독립적으로 분석하고, 대학생들을 위한 보다 나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스타인(Goldstein) 지역구의 조이 다니엘(Zoe Daniel) 의원은 “HECS(HELP 부채) 인덱싱 시점의 불공정성, 모기지 대출 시 HELP 부채 고려 문제, 인문학 전공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부담 등 시스템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당 정부는 이번 감면 정책 외에도 HELP 부채 상환 기준을 2025-26년부터 67,00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HELP 부채 인덱싱 방식을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임금지수(Wage Price Index) 중 더 낮은 수치를 반영하도록 변경하는 등 추가적인 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HELP 학자금 대출 감면 정책이 단순한 선거 전략인지, 아니면 실질적인 교육비 부담 완화 대책인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