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임금제(piece pay rates)-88일 규정 폐지해야, 노조
농장에서 수확량을 기준으로 능력제로 임금을 받는 이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사례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나 학생을 포함 이주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됐다. 올해 초 호주 6개 권역에 걸쳐 54개국 출신 노동자 1,300명이 참여한 NSW 노조 협의회와 빅토리아주 이주노동자센터(Migrant Workers Centre) 공동 설문조사 결과 임금 문제 중 특히 수확량에 따라 능력제로 임금을 받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가 다시 드러났다.
설문조사 참가자 중 84%는 임시비자 소지자이며 이 중 대다수가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비자 소지자였다. 조사 대상자 중 78%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워킹홀리데이 메이커 비자 규정에 따르면, 고용주는 워홀러를 한 번에 6개월만 고용할 수 있다. 두 번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하려면 워홀러는 호주 지방에서 88일 근무를 마쳐야 하며, 3번째 비자를 받으려면 6개월을 더 일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일부 농장 노동자는 시간당 1달러도 벌지 못한다고 답했다. 15%는 0달러에서 7달러까지, 29%는 시간당 8달러에서 11달러를 번다고 답했다. 19%는 시간당 12달러~15달러, 16%는 16달러-19달러를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당 20달러~23달러를 번다고 답한 노동자는 응답자의 11%에 불과했다.
가장 임금이 적은 노동자는 포도와 애호박 농장에서 일하며, 평균 하루 벌이가 9달러밖에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블루베리 농장 노동자는 일당이 10달러로 2번째로 적었다. 멜론, 토마토, 딸기를 따는 노동자는 모두 일당이 18달러~24달러라고 답했다.
응답자 937명의 평균 시급은 17.33달러로 법정 최저시급보다 훨씬 낮았다.
농장주들은 코로나 19로 일손이 부족해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시급인 26달러 이상을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2%밖에 없었다.
88일 지방에서 일해야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장
농장노동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반 이상이 숙소와 운송을 꼽았다. ¼은 노동 보건과 안전, 1/3은 차별, 괴롭힘, 따돌림이 큰 문제라고 답했다.
호주 원예농장에는 현재 14만 2,000명 정도가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약 40%가 임시비자 소지자이다.
NSW 노조 협회 마크 모리 사무총장은 비자 연장에 88일 의무 근로 규정 때문에 워홀러들이 비양심적인 고용주나 계약직 인력파견업체의 표적이 되기 쉽다며 이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리 사무총장은 88일 노동 규정으로 인해 계절 노동자들이 “착취의 위험에 놓이고, 나서서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88일 지방 근무 확인은 일이 끝난 후 고용주에게 받아야 하므로 일하는 기간 고용주나 파견업체의 눈에 나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농장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는 한인 워홀러 단체인 KOWHY, 홍콩워홀러 단체 HKWHY, 대만 TWHY 와Tom and Mia’s legacy (88 days and counting)에서 협조했다.
워홀러 지원 전무
이번 조사에 참여한 32세 대만 출신 워홀러 케이트는 정부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호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남호주 농장에 있지만 포도 수확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일이 없었다. 음식을 살 만큼 충분한 벌이가 없었기 때문에 남은 음식 찌꺼기를 찾는 경우도 있다.
케이트는 어떤 때는 밤에 쓰레기더미를 뒤진다며 자신이 노숙자 신세가 된 것 같아 “스스로에게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케이트는 지난 2년간 남호주와 퀸즐랜드 여러 농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하루 24달러밖에 벌지 못한 날도 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이 참을성이 많고 “아시아인은 아주 강하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케이트는 “여행 규제 때문에 일을 찾아 어느 곳으로도 이동할 수 없는데 우리를 돕는 지원금은 없다”며 자신과 같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온 방문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처우를 비판했다. 케이트는 지난해 코로나 19 대유행 초기 스콧 모리슨 총리가 워홀러와 임시체류자에게 예금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을 때 정말 화가 나고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우리도 사람… 농장 처우 개선해야!”, 프랑스 출신 워홀러 마리
마리는 아르헨티나 출신 전 남자친구가 “인종차별적” 사장에게 해고당하면서 밀두라를 떠났다. 애들레이드로 향했지만 코로나 19로 주 경계가 막혀 2달 동안 아무 일도 없이 지내야 했다. 오렌지 수확일이 있었지만, 능력제에다가 대부분 농장에서는 수확용 가방과 장갑을 직접 사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어떤 농장에서는 사다리나 가방, 전지가위를 대여했다. 대여비는 가방이 하루에 10달러, 전지가위는 5달러에서 10달러 정도였다.
마리는 농장주들이 농산품을 수확할 일손이 없다고 불평한다는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계속 일하게 하려면 “우리도 사람이니까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리는 온라인 워홀러 그룹에서 “그 농장에는 가지 마. 노에처럼 취급해” 같이 농장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다며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처우를 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워홀러가 호주거주민보다 세금도 많이 내는데 연금은 받지 못한다며 호주가 “워홀러를 이용해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대로 된 급여와… 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마리는 “특히 지금과 같은 위기에, 호주에서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며 호주인 대부분이 워홀러가 하는 “농장일을 안 하려고 하기 때문에” 워홀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을 농장주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마리가 가장 최근에 한 일은 아보카도 수확으로 이 농장에서는 수확 계절이 끝날 때까지 일해 보너스까지 받았다. 그러나 마리는 코로나 19 상황이 아니었다면 보너스는 없었을 것이라며 보통은 23명이 일하는데 12명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농장주 단체, ‘설문조사 결과 대표성 없어’ 반박
물론 농장로비 단체는 이러한 설문조사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호주베리협회 레이첼 맥켄지 전무이사는 응답자가 적고 대표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맥켄지 이사는 “실제 급여명세서 분석이 아니다. 스스로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스스로 답한 것”이라며 80%가 절대 전체 원예 부문을 대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맥켄지 전무이사는 “사기성” 인력파견회사를 막기 위해서는 전국 인력파견업 허가제가 필요하다며 원예업계는 재배농장주들에게 각자 농장에서 일하는 계약직 인력파견업체가 고용한 노동자의 임금 지급 방식을 확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copyright 한국신문 박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