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여성(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한 사람)의 여자 스포츠 경기 출전을 사실상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여성 스포츠 보호’ 조치를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성소수자 정책 대대적 철회, 미국 여권에서 ‘제3의 성’삭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성소수자 관련 정책을 대폭 변경하며, ‘제3의 성’ 개념을 정부 문서에서 삭제하는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그 예로 미 국무부는 여권 신청 시 선택할 수 있었던 ‘X’(남성과 여성 외의 성별) 표기를 없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도입된 정책으로, 당시 국무부는 “모든 사람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철회하며, 앞으로 정부 문서에서 성별을 ‘젠더(gender)’가 아닌 ‘생물학적 성(sex)’으로 표기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성별은 변경할 수 없는 명확한 현실”이라고 명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취임사에서도 “앞으로 미국 정부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3의 성 개념은 개인이 스스로 인지하는 정체성을 반영하기 위해 여러 국가에서 도입됐다. 현재 호주, 뉴질랜드, 독일, 캐나다 등 최소 11개국이 이를 공식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성소수자 정책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성전환 관련 의료 지원 예산 삭감, 미성년자의 성전환 치료 금지, 성전환 여성의 여성 스포츠 경기 출전 제한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주관적인 성 정체성 개념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며 “인종과 젠더를 사회 전반에 강제 주입하려는 시도를 막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바이든 정부 시절 강화된 성소수자 보호 정책이 잇따라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스포츠 보호 명목, 연방 정부 차원 개입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여성 스포츠에서 남성 배제(Keeping Men Out of Women’s Sports)’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에 공화당의 낸시 메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이 행정명령은 공정성을 회복하고, 타이틀 IX(Title IX, 교육 분야 성차별 금지법)의 원래 취지를 유지하며, 여성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번 서명은 미국의 ‘전국 소녀 및 여성 스포츠의 날’(National Girls and Women in Sports Day)과도 시기를 맞췄다. 행정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교육부가 타이틀 IX 규정을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지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교육부가 연방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고, 각급 학교에 지침을 내리며, 위반 사례를 조사하는 방식이 예상된다.
■대학 스포츠에도 영향… NCAA “연방 지침 따를 것”
이 조치는 연방 정부의 자금을 받는 모든 교육 기관에 적용되므로, 대부분의 초·중·고등학교(K-12)뿐만 아니라 대학까지 포함된다.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산하 1,100개 회원 학교 대부분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NCAA의 찰리 베이커 회장은 지난해 12월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청문회에서 “NCAA는 연방 법률을 따르는 단체”라며, 연방 정부 차원의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성 스포츠에서의 트랜스젠더 여성 출전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고, 공화당 역시 상원 선거에서 이 이슈를 적극 활용했다.
■연방 의회 법안과 주별 규제 현황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연방 정부가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뿐이며, 변경할 수 없다’고 명시한 행정명령도 발표한 바 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스포츠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법안 처리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현재 미국 27개 주에서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자 스포츠 경기 출전을 제한하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으며, 14개 주에서는 반대로 이들의 출전을 보장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별로 정책이 엇갈리고 있으며, 트랜스젠더 권리 단체들은 출전 금지가 타이틀 IX 및 헌법의 평등보호조항(Equal Protection Clause)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 법원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출전을 막는 주 법률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원고 측(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손을 들어줬지만, 일부 판사는 타이틀 IX가 여성 스포츠에서의 생물학적 남성(트랜스젠더 여성) 제한과 부합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실제로 시행될 경우, 연방 정부 차원의 첫 공식 개입이 되는 만큼 미국 내 스포츠 정책과 법률적 공방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경미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