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관점에서의 ‘감정’ 탐구 이유로… BookTok-Bookstagram-BookTube 플랫폼 ‘인기’
“로맨스 소재는 지극히 인간적인 것에 관한 이야기… ‘희망’없는 로맨틱 불구, 긍정적이다”
아리엘(Arielle)에게 있어 로맨스 소설을 접하게 된 것은 새로운 세계의 발견과 같았다. 15세인 그녀는 온라인에서 로맨스 장르를 찾아낸 후 이에 빠져든 새로운 세대의 로맨스 소설 독자에 속한다.
부모의 책장을 찾아보거나 서점 통로를 헤매는 대신 아리엘의 작품 찾기는 좀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미디어 플랫폼 유투브(youtube)의 ‘추천 도서’를 페이지를 이용한다.
“이전에는 결코 로맨스 장르를 읽은 적이 없다”는 아리엘의 방에 있는 책장은, 이제 로맨스 장르의 소설로 가득하다.
이 장르에 대해 아리엘이 갖게 된 새로운 매력은 ‘책읽기’를 촉발시켰을 뿐 아니라 ‘사랑’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이 소재의 소설이 단지 ‘감정’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인간, 남녀 사이의 연결 및 관계의 복잡성에 관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소설에 푹 빠져 있음을 발견했다. 아리엘은 “소설은 사람들의 삶을 상호 연결하고, 남녀의 관계가 비록 플라토닉하더라도 사랑이라는 감정을 기반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로맨스 소설을 접하기 시작했을 때의 주된 관심은 줄거리였지만, 계속해 읽어가면서 다른 이들의 삶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이 소설들은 아리엘에게 자신의 실제 시나리오를 제시했고,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게 됐다. “소설 속 캐릭터가 특정 상황을 헤쳐나가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저런 경우, 똑같이 할 수 있을 것을까’ 궁금해지곤 했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아리엘 또한 현재 독서 중인 작품 이후에 읽을 소설을 찾는 방법으로 소셜미디어를 이용한다. 아리엘이 자주 찾는 플랫폼은 ‘YouTubers who read books’라고 소개하는 ‘BookTubers’ 채널이다.

‘hopeless’ 로맨티스트의
‘hopeful’ 스토리
아리엘은 스스로에 대해 “분명 나는 절망적인 낭만주의자(hopeless romantic)”라고 말한다. 일반적인 고정관념과 달리 그녀는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이, 사랑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를 불어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당연히 로맨스를 좋아하지’라고 말하면서 특히 10대 소녀들은 사랑에 집착하고, 원하는 것은 남자친구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그녀는 결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며, 자신이 이상주의적이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리엘에게 있어 로맨스 소설은 다양한 관점에서 더 깊은 수준의 감정과의 ‘관계 맺음’을 탐구하는 것이다. “남자친구와 만나고 교류하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얻고자 로맨스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독서를 통해 얻는 순수한 즐거움을 위해서”라는 게 그녀의 말이다.
온라인을 통한 독자 ‘확대’
NSW 북부, 바이런베이(Byron Bay) 서쪽 내륙의 작은 타운 툴레라(Tullera)에 살고 있는 아리엘에게 소셜미디어는 독서에 대한 그녀의 열정에 거의 절대적이다. 그녀는 “우리(청소년 세대)는 확실히, 소셜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는 세대로, 온라인에서의 추천과 리소스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독서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BookTube’를 비롯해 ‘BookTok’, ‘Bookstagram’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책 애호가들이 최근에 읽은 작품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신간을 찾고자 하는 이들로 인해 하위 온라인 커뮤니티로 자리잡으며 팔로워를 늘려가고 있다.
서점을 찾아가 진열대에 꽂혀 있는 책을 찾고, 좁은 통로에서 독서 애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풍경은 과거의 일이 되었으며, 온라인을 통한 ‘책 교류’는 전 세계 독자들로 확대됐다. 이들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이제 최신 도서, 추천, 리뷰를 공유하는 공간일 뿐 아니라 소통과 커뮤니티의 장이기도 하다.
아리엘은 “만약 나처럼 젊은이이고 독서를 좋아하지만 서로가 직접 만나는 독서클럽에 접근할 수 없다면, ‘BookTubers’는 그런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행복한 삶이
편안함을 선사한다”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문학부 수석 강사이자 ‘Valentine’(2017), ‘Ironheart’(2018), ‘Misrule’(2019) 등 다수의 소설을 출간, 청소년들에게 사랑 받는 작가이기도 한 조디 맥알리스터(Jodi McAlister) 박사는 “로맨스 소설이 갑자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말한다. “로맨스 소설 장르는 아주 오랫동안 인기가 있었지만, 로맨스 소설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인스타그림(Instahram)이나 틱톡(TikTok)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인해 더 눈에 띄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수의 로맨스 작품을 내놓은 것처럼 이에 대한 광범위한 탐구에도 불구하고 맥알리스터 박사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과학적으로 이 장르의 심리적 영향을 보여주는 증거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만의 이론을 갖고 있다. 맥알리스터 박사는 로맨스 소설을 정의할 때, 이를 두 가지 필수 요소, 즉 (작품의 전개해 가는) ‘중심적 사랑 이야기’와 ‘행복하게 끝나는 결말’로 요약한다. 이어 그녀는 “그리고, 이를 알고 있는 것이 심리적으로 매우 유용한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로맨스 소설에 대한 이야기는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지만 현대 로맨스 소설의 선구는 1740년 출판된 사무엘 리처드슨(Samuel Richardson)의 ‘Pamela, or Virtue Rewarded’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위안을 주는 로맨스 소설의 역할은 역사를 통해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맥알리스터 박사는 “1930년대 주로 여성을 위한 로맨스 소설 출간을 지향했던 영국 출판사 ‘Mills and Boon’은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사기를 드높였다는 이유로 (물자 보급이 제한됐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책 출판을 위한) 종이를 계속 배급받았던 몇 안 되는 출판사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도서 안내가 활발한 상황이지만 로맨스 소설 붐은 2020~2022년에도 일어났었다. 2차 세계대전이라는 전쟁만큼은 아니지만, 이 즈음은 ‘팬데믹(pandemic)이라는 불확실성으로 특정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맥알리스터 박사는 “이런 류의 소설이 종종 저속하거나 형편없는 것으로 일축되기도 하지만 로맨스 장르에는 공감할 수 있고 연관성 있는, 의미가 담긴 주제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희망이나 사랑, 기쁨, 위안, 즐거움을 추구하기 마련인데, 이 장르의 소설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로 관심을 갖는 것들, 매우 인간적인 것을 다룬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우리(로맨스 소설 작가나 독자들)가 이에 자주 듣는 비판은, 그것(로맨스 소설)이 독자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 사랑에 대한 비현실적 기대감을 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맨스’라는 주제,
실제 삶 탐구에 도움된다
멜번(Melbourne)에 거주하는 첼시 핑카드(Chelsea Pinkard, 22)와 카터 돌만(Carter Dolman, 23)씨는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이며, 또한 팀 내에서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단 두 명의 독자이다. 두 사람 모두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로맨스 소설을 탐닉하기 시작했다는 이들은 이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금세 가까워졌다.
핑카드씨는 “로맨스 소설은 성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한 이래 나 자신을 정신적으로 지원했을 뿐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기대를 형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미 그녀가 알고 있는 주변 친구들 모두는 사랑에 빠져 첫 연애를 시작했다.

그녀는 이어 “그것이 플라토닉이든 로맨틱이든 (로맨스 소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객해보도록 만들었다”며 “또한 내 인생에서 주변 사람들에 대한 내 기준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돌만씨 또한 비슷한 말을 했다. “로맨스 소설은 (다른 이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사회적 작용을 탐색하도록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그녀는 “관계를 맺는 게 꽤 어려운 이들이 있는데 로맨스 소설은 이런 어려움을 넘는 좋은 방법을 알려주었다”며 “특히 책 이야기를 통해 유대감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 소설의 줄거리, 작품 속의 비유는 정말 좋은 매개였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그런 것처럼 삶과 일 등 일상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이런 소설이 큰 위안을 준다며 다른 이들에게도 ‘로맨스 소설 읽기’를 적극 추천했다. “이런 소설들에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이다.
이어 핑카드와 돌만씨는 “매우 다양한 일터, 직업, 여러 캐릭터와 이들의 정체성이 묘사되는 가운데 누군가와 사람에 빠지는 스토리가 좋다”며 “이런 작품은 우리 자신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