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영국), 2023년 메디치상 외국문학상(프랑스) 이어…
스웨덴 한림원, “역사적 트라우마 맞선 인간이 연약함 드러낸 강력한 시적 산문” 평가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으로 대표되는 소설가 한강(53)씨가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한씨의 올해 수상은 한국문학사의 새로운 역사이며 123년 역사의 노벨문학상에서 첫 아시아 여성 작가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 것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수상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다.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은 지난 10월 10일(목, 호주 시간) 생중계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한강씨의 작품 세계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면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s the fragility og human life)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강은 자신의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면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가 연결되어 있다는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면서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스웨덴 한림원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한강씨는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날, 아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끝냈을 때 한림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며, 한림원 위원인 아나-카린 팜(Anna-Karin Palm)씨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혀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했다.
한림원 마츠 말름(Mats Malm) 사무처장은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녀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수상자로 발표되던 시간에 그녀는)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한강씨는 한국문학계에 첫 노벨상을 안긴 것은 물론 아시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라는 기록도 남겼다. 문학상 부문에서 아시아 국적 작가가 수상을 한 것은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며 역대 노벨문학상을 차지한 여성 작가로는 18번째 수상이다.
한강씨는 3개의 중편을 모은 연작 소설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소년이 온다’ 등으로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여온 작가이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을 하나로 묶어 내놓은 ‘채식주의자’로 지난 2016년 영어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 가운데 하나인 ‘맨부커 인터네셔널’(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영어권 외 작가에게 수여하는 국제 부문 상이며, MAN 그룹이 후원을 중단함에 따라 지금은 본래 명칭인 Booker Prize로 수여한다)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프랑스 저명 문학상인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차지한 바 있다.
호주 공영 ABC 방송은 한강씨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그 동안 노벨문학상은 스타일이 강하고 스토리가 가벼운 산문을 쓰는 유럽과 북미 작가에 너무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을 오랫동안 받아왔으며 또한 남성이 주도하는 상이었다”면서 “올해 한강씨의 수상은 전통에서 벗어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올해 호주 문학계에서는 ‘The Plains’ ‘Inland’ ‘Border Districts; A Fiction’ ‘A Million Windows’ 등으로 잘 알려진 호주 작가 제럴드 머넌(Gerald Murnane)씨를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예상하기도 했었다.
한강씨는 1970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를 비롯해 ‘새터말 사람들’, ‘동학제’ 등으로 잘 알려진 소설가 한승원 선생이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한강씨의 한국계 진출은 시 부문이었따. 대학 졸업후 잡지 ‘샘터’ 기자로 근무던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했으며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많은 장편 및 단편집을 선보이면서 “죽음과 폭력 등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낸, 독창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채식주의자’와 함께 한강씨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 세 여성의 시선을 통해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와 어둠을 소설로 형상화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독자들에게 확고하게 각인시켰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이후 시간 고은, 소설가 황석영 선생 등이 노벨문학상 후보에 꾸준히 거론되어 왔으며 지난 수년 사이, 한강씨가 세계적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녀는 한국 문단에 첫 노벨문학상을 안길 수상할 또 한 명의 후보로 거론되던 참이었다.
한편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Swedish crowns. 호주화 약 148만 달러)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