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만의 약한 경제 성장률 불구, RBA 이사회, “인플레이션 추가 완화 원한다” 입장
인플레이션 점진적 하락은 인정… 경제학자들, 내년 중반보다 이른 시기 이자율 인하 기대
중앙은행(RBA)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12월 9-10일)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 그대로 동결했다. 하지만 빠르면, 내년 첫 이사회가 열리는 2월 회의에서 이자율 인하가 결정될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현재 기준금리는 4.35%로, 이는 2023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9월 분기 호주 경제가 팬데믹 사태를 제외하고 수십 년 만에 가장 약한 성장률을 보였고, 인플레이션 수치가 지난 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음에도 RBA 이사회의 금리 인하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RBA 이사회는 이틀 간의 통화정책 회의 후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이 2022년 정점에서 크게 떨어졌지만 추가 완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성명서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경제의 총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상품이 포함된 상품 바구니 인플레이션이 포함)이 상당히 감소했고 당분간 낮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의 물가 수준을 더 잘 나타내는 근원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 rate. 경제적 침체나 공급 충격 등 특이한 가격 변화 또는 기타 장애가 없을 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비율)은 너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사회가 11월 회의 후 내놓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에 계속 경계해야 한다”며 “현재 아무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는 다른 내용이다.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RBA 총재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 부분에 언급하며 “지난달 밝힌 내용을 삭제한 것은 의도적이었다”고 말했다. “우리(RBA)는 일부 데이터의 경우 경제 상황이 약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RBA의 예상에 비해서는 취약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게 불록 총재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사회는 (이자율 인해에 대한) RBA의 견해가 보다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는 불록 총재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밝히지는 않지만 일부 완화가 있고 내년에도 점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싶다”면서 “분기마다 우리의 예측이 기본적으로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미래에 대한 확신(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이라는)을 조금 더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RBA, 내년 2월
인하 가능성 배제 안 해
호주 달러는 통화정책 이후 불록 총재의 언급에 반응해 하락했다. 이는 외환 거래자들이 더 빠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경제분석 회사 ‘Capital Economics’는 이달 RBA 성명을 ‘다소 비둘기파 경향’(rather dovish. 통화완화 선호)으로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내년 5월 이전까지 첫 금리 인하 결정은 없을 것이라는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이 회사의 아시아-태평양 경제분석 책임자인 마르셀 틸리언트(Marcel Thieliant) 연구원은 “RBA 이사회는 11월 회의에서, 물가 압박이 완화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 두 차례 이상의 양호한 분기 인플레이션 수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이후 이사회는 소비 성장이 예상했던 만큼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면서 “실업률이 여전히 RBA의 완전 고용 추정치에 비해 낮기에 우리(Capital Economic 경제학자들)는 RBA가 이자율을 인하하기 전, 노동 시장을 더욱 완화하고자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RBA 이사회는 이번 성명에서 9월 분기의 약한 경제 성장세를 지적했다. 9월 분기 데이터를 보면 호주 경제는 지난 1년 사이 0.8% 성장에 그쳤다. 또한 “이전의 실질 가처분소득 감소와 제한적 금융 상황의 지속적인 영향은 가계 소비 지출, 특히 재량 품목(비필수 상품)에 계속 부담을 부고 있다”며 “최근 데이터를 감안할 때 이사회는 통화 정책이 여전히 제한적이며 예상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불록 총재는 RBA가 이자율을 언제 인하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총재는 “우리 입장을 말하면, 내년 2월에 금리 인하를 결정할지도 모른다”며 “우리는 (여러 경제 관련) 데이터를 살펴보고 그것을 중심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5년 첫 RBA 통화정책 회의는 2월 17-18일, 이틀간 진행된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