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의 인도적 조치로… 2명 이미 사형-1명 질환 사망-1명은 만기 복역 후 석방
인니 법무장관, “대통령 ‘사면’은 아니다” 밝혔지만… 호주에서 ‘사실상’ 자유의 몸 될 듯
마약 밀수 혐의로 인도네시아 발리(Bali)에서 체포돼 사형 또는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9명의 호주 청년들, 일명 ‘발리 나인’(Bali Nine)의 마지막 남은 5명이 거의 20년을 인도네시아 각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40대의 나이가 되어 호주로 이송됐다.
발리나인은 지난 2005년 4월 17일, 8.3kg의 헤로인(호주에서의 시가 약 400만 달러)을 소지하고 태국을 출발, 발리를 경유하여 호주로 입국하려다 발리 덴파사(Denpasar) 공항 및 현지 호텔에서 인도네시아 경찰에 체포된 9명의 호주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 중 현재까지 남아 있던 멤버는 스콧 러시(Scott Rush), 매튜 노만Matthew Norman), 시-이 첸(Si-Yi Chen), 마틴 스티븐스(Martin Stephens), 마이클 츠가이(Michael Czugaj)로, 종신형을 받았던 이들의 호주 이송은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인도적 조치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리나인의 리더 역을 맡았던 앤드류 찬(Andrew Chan)과 뮤란 스쿠마란(Myuran Sukumaran)은 호주 당국의 끊질긴 노력에도 불구, 사형이 확정되어 지난 2015년 4월 29일 총살형이 집행됐으며, 탄 둑 탄 응웬(Tan Duc Than Nguyen)은 이스트 자바(East Java) 교도소에서 복역 중 신장암 진단을 받았고 2018년 5월 9일 자카르타 병원에서 사망했다. 이들 중 유일한 여성 멤버로 최종 20년 형이 확정됐던 레나이 로렌스(Renae Lawrence)는 6년 감형을 받고 2018년 석방, 호주로 돌아왔다.
5명의 발리나인은 지난 12월 15일(일, 호주 시간) 아침 발리에서 호주 젯스타(Jetstar) 항공편으로 다윈(Darwin)에 도착했으며, 곧바로 그룹을 대표한 성명을 통해 “그 동안 옹호해 준 정부와 외교부, 호주 이송을 허락한 인도네시아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얼굴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항공기에서 내린 뒤 활주로에서 인도네시아 관리와 호주 정부 관계자들 간의 이송 절차 확인 및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항공기 앞에서 잠시 대기했으며 이어 정부가 제공한 임시 숙소로 이동했다.

이날, 이미 사형이 집행된 찬과 스쿠마란의 법률 대리를 맡았던 줄리안 맥마혼(Julian McMahon) 변호사는 이들 5명 및 가족을 대표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들은 점차 사회에 복귀하고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이들의 복지가 우선이기에 이들에게는 시간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우리는 각 언론과 지역사회가 이를 감안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호주 이송 조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호주에서 사실상 방해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돌아올 시간…”
앤서니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발리나인이 심각한 범죄를 행했지만 “이제는 호주로 돌아올 때가 됐다”면서 “매튜, 스콧, 마틴, 시-이, 마이클이 오늘 오후 호주에 도착했던 것을 확인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한 페니 웡(Penny Wong) 외교부 장관, 토니 버크(Tony Burke) 내무부 장관도 공동 성명에서 “알바니스 총리는 이들이 호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협조해 준 인도네시아 정부에 감사를 표한다”며 “이는 호주와 인도네시아 간의 강력한 양자 관계와 상호 존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관들은 “발리나인의 남은 5명은 이제 호주에서 재활과 재통합을 계속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들 5명이 사실상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은 확실해 보인다.
이들은 15일(일) 오후 상업용 항공기로 다윈에 도착했지만 곧바로 가족과 재회했는지, 현재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공개되지 않았다. 발리나인의 남은 5명은 시드니와 퀸즐랜드(Queensland) 출신이다.
호주 도착 후 성명에서
‘감사함’ 전해
이들 가족을 대표한 맥마혼 변호사는 도착 후 발표한 성명에서 “5명은 호주로 돌아온 것에 안도하고 행복감을 갖고 있다”면서 “5명과 가족들은 호주 이송을 허락한 수비안토 인니 대통령, 이송을 위해 노력을 지속해 준 호주 정부에 깊은 감사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성명은 이어 “20년 가까운 수감기간 동안 정부와 외교부는 이들을 옹호해 왔고, 이 점에 대해 가족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특히 인도네시아 변호사들, 친구들, 호주의 변호인과 학자들, 각계 인사들, 친구들의 지원은 이들에게 필수적이고 매우 중요했으며, 이 점에 대해서도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법무장관,
“사면 아니다” 확인
한편 인도네시아 법무부 유스릴 이자 마헨드라(Yusril Ihza Mahendra) 장관은 발리나인 5명이 ‘수감자 신분’으로 호주로 이송된 것이며 프라보우 수비안토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은 것은 아님을 확인했다.
지난달(11월) 이들의 호주 이송 논의가 알려진 후 양국 법률 전문가들은 수감자 이송이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관련 법률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들의 호주 이송을 놓고 인도네시아 당국이 제시한 이송 협정 초안에는 ‘호주가 인도네시아 주권을 인정하고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5명이 귀국한 후에도 수감자 신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마헨드라 장관은 “발리나인의 호주 이송을 허락하는 것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들에게 ‘사면’을 승인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호주 정부가 이들에게 사면 또는 형량 감면을 결정한다면 인니 정부는 그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제시했던 이송 조건, 즉 종신형 신분으로 호주에 돌아온 남성들을 인니 당국이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은, 이제 이들이 호주에 있기에 부과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법무부는 이들이 호주에서 자유의 몸이 된다 해도 호주 정부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후 이들의 인도네시아 입국은 금지했다.
알바니스 총리는 지난 10월 페루의 리마(Lima)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을 기해 수비안토 대통령과 몇 차례 만나 발라나인의 호주 이송을 논의한 바 있으며, 당시 인니 대통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비안토 대통령은 발리나인이 이미 19년 넘게 수감되어 있었으며 이들 가족이고령화되었음을 감안해 올해 크리스마스 전까지 이들의 호주 이송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고, 곧이어 양국 당국간 이송 조건과 절차가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이 ‘사면’ 대신 ‘인도적 이송’을 내세운 것은 자국 내에서의 잘못된 인식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인니 정부는 발리나인의 이송과 유사하게 또 다른 외국인 마약사범 수감자를 자국으로 돌려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앤드류 찬-뮤란 스쿠마란과 함께 같은 날(2015년 4월 29일) 사형 집행이 결정되었다가 집행 직전 유예를 받은 필리핀 여성 마약사범 메리 제인 벨로소(Mary Jane Veloso)가 포함되어 있다.
발리나인은 태국에서 발리를 거쳐 호주로 헤로인을 밀반입하려다 호주 연방경찰의 제보로 발리 공항 및 호텔에서 체포되었다. 이들이 호주사회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인도네시아 당국의 과도한 형량 때문으로, 9명의 멤버들 중 다수에서 내려진 사형 선고는 호주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이후 계속된 항소와 청원으로 대부분 종신형 및 20년 형이 확정됐지만 리더 역을 맡았던 찬과 스쿠마란은 사형을 피하지 못했고 2015년 총살형이 집행됐다.
▶ ‘Bali Nine’ 9명의 멤버, 사건 내용 및 체포 이후 재판 과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신문 온라인 11월 28일 업로드 관련 기사 (Bali Nine 남은 5명, 호주로 이송될 듯)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