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통화정책 회의서… 이사회, “경기침체 배제 못해… ‘인상’ 논의는 없었다” 밝혀
중앙은행(RBA)이 현 금리(4.35%)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언급한 RBA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음”을 인정하면서 여전히 높은 이자율로 인한 주택 구매자와 기업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달 넷째 주(9월 23-24일), 이틀 간의 통화정책을 마친 RBA 이사회는 마지막 회의 날(24일) 오후 현 4.35%의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지막 금이 인상(2023년 11월) 이후 10개월, 마지막 금리 인하 이후 거의 4년 만이다.
RBA 이사회는 성명에서 “여전히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셸 불록(Michele Bullock) 총재는 미디어 브리핑에서 “금리 인상을 명시적으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이달 우리가 논의를 구성한 방식은 8월 이후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RBA는 올해부터 통화정책 회의를 매월 첫주 화요일 대신 미국이나 영국처럼 연 8회, 각 이틀간 갖는 것으로 결정한 후 사실상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아 왔다. 금융시장은 불록 총재의 발표에 즉각 반응, 정부 채권금리가 하락했고 호주화는 미국 달러에 비해 거의 0.5센트가 떨어졌다.
현재 시장은 ‘RBA의 12월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88%로 보고 있다.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가 있던 지난 2월(5-6일), 경제학자들은 올해 이자율이 4.1%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불록 총재는 단기적으로 금리 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경고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해) “당분간 보류”라고 언급했지만 호주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인정했다.
그녀는 “확실히 우리는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으려 한다”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는 아닌데, 그렇다고 보장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No”라고 말했다.
불록 총재는 이어 “현재 경기 침체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RBA 예측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매우 넓은 반경’이 있어 (경기 예측의) 오차 범위가 넓다”며 “이것(오차 범위)만 보면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달 셋째 주 발표된 통계청(BAS)의 월별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연간 인플레이션이 약 2.7%로 급격히 하락할 수 있음을 예상하게 한다. RBA는 에너지 사용에 대한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이 수치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며 근원 인플레이션 (underlying inflation. 경제적 침체나 공급 충격 등 특이한 가격 변화 또는 기타 장애가 없을 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비율) 압력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했다.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정부 정책이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이 수치는 2년 전 최고치의 절반에 불과하다”면서 “올해 들어서는 금리가 오르지 않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있어 우리(정부)가 이룬 진전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높은 금리 설정이 경제를 상당히 극적으로 둔화시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던 찰머스 장관은 이달 RBA의 ‘금리 유지’ 결정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면서 “RBA의 독립성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야당 내각 재무부를 담당하는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의원은 “호주의 인플레이션 및 금리 인하 대책은 전 세계 경쟁국들 사이에서 뒤처져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headline inflation. 경제의 총 인플레이션으로,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상품이 포함된 상품 바구니의 인플레이션이 포함)을 조작하려 하고 있으며 RBA는 정부 조작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테일러 장관은 “정부는 근원 인플레이션을 낮추어 금리를 인하하는 실질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한편 RBA는 모든 경제 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 지출 약화에 놀라고 있다. 이사회는 이날 성명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소비 지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을 위험이 있으며, 이는 노동(일자리)시장의 ‘급격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커먼웰스 은행의 가레스 에어드(Gareth Aird) 국내 경제 선임 연구원은 이번 금리 유지 결정에 대해 “7월 1일부터 시작된 3단계 세금 감면이 예상했던 만큼 소비자 지출을 증가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RBA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에어드 연구원은 “세금 감면이 소비자 지출에 실질적 행동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RBA의 가계 소비에 대한 예측 프로파일이 너무 낙관적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 AMP 수석 경제학자인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내년 2월, RBA의 첫 번째 금리 인하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지만 실업률이 상승하거나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떨어지고 또는 금융 쇼크가 발생하면 더 일찍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리버 박사는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시차, 훨씬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밑돌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며, 이달 셋째 주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조치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험을 감안할 때 RBA가 해야 할 일, 정부가 거려하는 것을 비교하면 이제 금리 인하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RBA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는 12월 9, 10일에 열린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