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소용돌이(와渦)를 꿰뚫는 예리한 도끼(부釜) 논평
(시드니=한국신문) 정동철 기자 = 지난 9월 4일 호주통계청(ABS)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호주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에 그쳤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면 1990년대 경제침체 시기 이래 최하를 기록했다. 정부 지출이 공무원 급여와 의료 서비스 분야에서 기록적 증가를 보인 것을 감안하면 실질 성장율은 0에 가깝다.
이러한 경제침체 상황을 두고 경제정책의 두 축인 연방재무부와 호주중앙은행(RBA)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짐 차머스 재무장관은 경제침체를 막고 서민들의 생활비용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둔화하는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정부는 지출을 확대해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줘야 한다는 것이다. 미셀 불럭 RBA 총재는 여전히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현행 고금리 유지뿐 아니라 추가 금리 인상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과도한 정부 지출은 물가상승률 2~3%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고금리 또는 추가 금리인상과 재정지출 축소를 통해 경제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재무부와 RBA 둘 중 누구 말이 옳을 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두 기관이 같은 방향으로 발을 맞추지 않으면 서로 정책 효과가 상쇄될 위험이 크다.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차가 제대로 갈 리 없다. 고물가, 고금리, 고생활비용으로 삼중고를 겪고 있는 서민들은 어느 쪽이든 빨리 결판이 나는 게 가장 유리하다. 확 가속페달을 밟아 한번 달려보든 꾹 브레이크를 밟아 제대로 멈추고 다시 시작하든 예측 가능성이 확보돼야 한다. 나름 뜻한 바 있어 차머스와 블럭이 브레이크-가속페달 논쟁을 벌이고 있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선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누가 이기든 전쟁이 끝이 나야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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