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전기요금이 오는 7월부터 최대 8.9%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이는 호주 에너지 규제 기관(AER-Australian Energy Regulator)이 발표한 ‘기본 시장 요금(Default Market Offer, DMO)’ 초안에 따른 것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에 또 다른 압박이 될 전망이다.
지역별 인상폭
AER에 따르면, 이번 인상폭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전기요금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할 예정이며, 퀸즐랜드(Queensland)와 남호주(South Australia)의 경우 3%에서 6%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빅토리아(Victoria)주는 별도의 규제 기관이 요금을 결정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연간 요금이 19달러 하락할 수도 있지만, 최대 68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소규모 사업체(Small Business)의 경우, 전기요금이 4.2%에서 8.2%까지 오를 예정이다.
인상 원인과 정부 입장
AER은 이번 요금 인상의 주된 원인으로 도매 전력 비용 상승, 송배전 비용 증가, 전력공급사 운영 비용 증가 등을 지목했다. 특히, 전력공급사 운영 비용은 전체 인상 요인의 40~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비용에는 청구 시스템 운영, 마케팅, 고객 유지, 부채 관리 및 스마트 미터 보급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크리스 보웬(Chris Bowen) 에너지 장관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석탄 발전소의 불안정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석탄 화력 발전소에서 예상치 못한 고장이 발생했다”며, “이러한 고장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신뢰할 수 있고, 친환경적이며, 저렴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공방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Coalition)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을 들어 노동당의 에너지 정책이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테드 오브라이언(Ted O’Brien) 야당 에너지 대변인은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크리스 보웬 장관이 2022년 선거 당시 전기요금을 275달러 인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전기요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생활이 나아졌는지 자문해보라”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적은 혜택을 받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노동당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당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장기적으로 전기요금을 낮출 것이라며, 전력 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82%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계 부담 증가와 대응 방안
AER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전기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가구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모든 가정에 300달러의 에너지 요금 지원금을 지급했으며, 올해도 추가 지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도 추가 지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2025년까지 제한적인 금리 인하 전망으로 인해 가계의 부담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세인트 빈센트 드 폴(St Vincent de Paul) 정책 책임자인 개빈 더피(Gavin Duffy)는 “전기요금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적극적으로 요금 비교를 해야 한다”며, “현재 계약을 유지할지 다른 전력공급사로 변경할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력공급사와 규제, 당국의 입장
AER의 클레어 새비지(Clare Savage) 의장은 “전력공급사가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가정과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균형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력공급사들은 현재 마진율이 사상 최저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규제 압박이 가해질 경우 공급망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AER은 최종 결정 이전까지 추가적인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며, 호주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ACCC)와 함께 전력공급사들의 운영 비용을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
7월 1일부터 시행될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가정과 소규모 사업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오는 연방선거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기요금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추가적인 지원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