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요리는 간단해 보이지만, 사실상 ‘완벽한 계란’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특히 계란흰자와 노른자가 서로 다른 온도에서 익기 때문에, 한쪽이 과하게 익거나 덜 익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이탈리아 연구진이 최적의 식감과 영양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조리법을 발표했다. 6일(현지시간) 학술지 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이탈리아 나폴리대학교와 국립고분자연구소 연구진은 ‘주기적 계란(periodic egg)’이라는 독특한 조리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63~73g의 계란을 100℃ 끓는 물과 30℃ 미지근한 물 사이에서 2분 간격으로 이동시키며 총 32분간 조리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 과정을 거치면 흰자는 적절히 응고되면서도 너무 단단하지 않고, 노른자는 완벽한 크리미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란흰자 85℃, 노른자 65℃ 온도 차이를 극복하는 조리법
연구진은 이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계란 내부의 열전달 과정을 철저히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에밀리아 디 로렌조 박사는 “계란 요리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라며 “흰자는 85℃에서, 노른자는 65℃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익는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온천 계란(63~70℃에서 익히는 일본식 조리법)이나 ‘65도 계란’(저온 조리법을 이용해 65℃에서 천천히 익히는 방식)이 있었지만, 이 방법들은 흰자가 완전히 응고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주기적 계란 방식은 흰자와 노른자 각각의 최적 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리 과정에서 온도를 조절한다.
■영양학적으로도 더 뛰어난 계란?
연구진은 조리 후 계란의 영양 성분도 분석했다. 그 결과, 주기적 계란의 노른자에는 다른 조리법보다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폴리페놀은 항산화 효과가 있는 미량 영양소로,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계란 단백질이 특정 온도에서 분해될 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추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완벽한 계란요리 찾기, 계속된다
연구진은 주기적 계란을 실제로 조리해 본 결과, 기존의 반숙 계란과는 다른 독특한 식감을 가졌다고 전했다. 연구를 이끈 디 마이오 박사는 “흰자는 탄탄하지만 부드럽고, 노른자는 크리미하면서도 감칠맛이 뛰어나다”며 “기존 계란 요리와는 전혀 다른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계란을 뜨거운 물과 찬물 사이에서 32분 동안 번갈아 옮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가정에서 쉽게 따라 하기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조리 시간을 조정하거나 미지근한 물의 온도를 달리하면 다양한 식감을 구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디 마이오 박사는 “이 조리법으로 만든 계란을 고급 레스토랑에서 100유로(약 14만 원)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농담하며, 실험 결과를 대중과 요식업계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고 밝혔다. 완벽한 계란을 향한 탐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