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Hamas)와의 포로 석방을 중단하면서, 5주간 유지된 가자지구 휴전이 위기에 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 목표를 협상을 통해 달성할 수도 있지만,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며 군사작전 재개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편,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도자를 잃었음에도 대규모 장례식을 통해 조직의 결속력을 과시하며 강한 저항 의지를 보였다.
“전투 재개 가능성” vs”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이스라엘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West Bank) 지역에서의 군사 작전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에서는 가자 전쟁이 시작된 이후 폭력이 급증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언제든 강도 높은 전투를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 고 강조하며 하마스가 포로 석방을 “굴욕적인 행사” 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이 합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미국이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포로 교환이 “품위 있고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거듭 요청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포로 석방을 연출된 행사처럼 만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편, 헤즈볼라 지도자 나임 카셈(Naim Qassem)은 23일 베이루트(Beirut)에서 열린 장례식 연설에서 “나스랄라가 걸어온 길을 끝까지 이어갈 것”이라며 “우리가 모두 희생된다 해도 저항은 멈추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중재한 점을 비판하며 “미국이 우리나라를 통제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모두 반이스라엘 성향을 가진 무장 조직이지만, 성격과 배경이 다르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팔레스타인 독립을 목표로 하는 이슬람주의 단체다. 1987년 설립된 하마스는 무장 투쟁과 정치 활동을 병행하며, 이스라엘과 여러 차례 충돌해 왔다.
반면, 헤즈볼라는 레바논을 기반으로 한 시아파 무장 조직으로,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결성됐다.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레바논 남부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내에서 정치 세력으로도 활동하며,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의 충돌이 잦아지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사 작전 확대
이스라엘군(IDF)은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군사 작전을 확대하며 젠닌(Jenin) 지역에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차 부대를 투입했다.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이스라엘 카츠(Israel Katz)는 “이 지역에 장기간 주둔할 것이며, 테러 조직의 재건을 허용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요르단과 아랍연맹(Arab League)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북부 서안의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4만여 명이 피난을 떠났다” 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또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Hasan Nasrallah) 제거 작전 영상을 공개하며, 작전 당시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Dahieh) 지역을 초토화시켰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장례식이 열리는 동안,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베이루트 상공을 저공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카츠 장관은 “너희는 장례식을 치르는 데 익숙하지만, 우리는 승리에 익숙하다”고 조롱했다.

국제사회 반응과 레바논 정세 변화
미국 백악관은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을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브라이언 휴즈(Brian Hughes)는 “이스라엘 인질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의 대응은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2일 시리아 정부에 “다마스쿠스 수도(Damascus) 남부에 군대를 배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조직과 시리아 신정부 군대가 이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레바논 새 대통령 조셉 아운(Joseph Aoun)은 이란 고위 관료들과 회담을 갖고 “레바논은 팔레스타인 문제로 너무 큰 희생을 치렀으며, 이제는 통합과 평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란 국회의장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Mohammad Bagher Ghalibaf)는 “레바논의 재건을 지원하고,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는 여전히 이스라엘과 충돌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레바논 남부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으며, 헤즈볼라는 이를 “점령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레바논 정치에서 보다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으며, 최근 선거에서 아운을 지지하며 협력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무장 해제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레바논 정국의 불안 요소로 남아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