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유입 이민자 규모, 정치권의 새 이슈로… 내년도 연방 선거 핵심 쟁점 전망
주택 부족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시드니 중간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160만 달러를 넘어섰으며, 임대주택 공실률은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정당 선호 여론조사 가운데 하나인 ‘Resolve Political Monitor’의 별도 항목 설문 결과는 저렴한 주택 가격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 문제의 어려움을 증가시키는 ‘인구’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고 있다. Resolve Political Monitor’의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66%는 지난해 호주 유입 이민자 수가 너무 많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연방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는 이달 공개된 노동당 정부의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과 관련, 주택가격 및 임대료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영주 이주를 크게 삭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야당의 이 같은 계획은 내년 5월 치러지는 연방선거에서 ‘호주의 해외 이민자 수용 규모’가 주요 쟁점이 될 것임을 예상하게 한다.
이런 가운데서 클레어 오닐(Clare O’Neil) 내무장관은 “다음 회계연도까지 해외에서 유입되는 이민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노동당 정부의 계획이 궤도에 올라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인구 변동, 즉 급격한 이민자 유입 증가에 따른 인구 성장이 시드니 주거 비용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그리고 야당의 주장대로 이민자 삭감이 시드니 주택 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될까?
■ 인구 롤러코스트
이민과 주택 문제를 둘러싼 현 정치권의 가열되는 논쟁은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이후, 그야말로 롤러코스트와 같은 급격한 인구 증가(주로 이민자 유입)에 따른 것이다.
전염병 대유행 기간 동안 호주는 국경을 폐쇄함으로써 이민자 유입이 없어 2020-21 회계연도에는 전체 인구가 감소했지만 팬데믹 사태 완화와 함께 이민이 회복됨에 따라 인구성장률은 사상 최고치로 높아졌다.
광역시드니 인구 증가율은 지난 회계연도(2022-23년), 팬데믹 이후의 이주 확대로 2.8%의 견실한 성장을 보였지만 다른 도시들, 퍼스(Perth, 3.6%)와 멜번(Melbourne, 3.3%). 브리즈번(Brisbane, 3.1%)보다는 낮았다.
광역시드니의 인구 성장 수치를 놓고 볼 때, ‘팬데믹 사태에 의한 인구 급증’이라는 말은 기만적일 수 있다. 시드니의 장기 인구 궤적을 보면, 전염병 대유행 이전의 추세와 대체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전염병 사태가 시작된 이후 순 해외이민(호주로 유입된 이주자 수에서 호주를 떠난 사람을 제외한 수)은 연평균 약 6만5,000명으로, 팬데믹 발생 전 2년보다 다소 낮아졌다.
■ Housing squeeze
정책 싱크탱크 ‘그라탄연구소’(Grattan Institute) 경제학자인 브랜던 코츠(Brendan Coates) 연구원은 팬데믹 사태 이전 예측을 바탕으로 “시드니 인구는 현 시점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가파른 인구 성장 속도는 주택시장의 오랜 압박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해 6월, NSW 주 정부 예산계획 문서는 ‘팬데믹 이후의 이주 인구 복귀로 NSW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투자은행 AMP의 수석 경제학자 셰인 올리버(Shane Oliver) 박사는 최근의 인구 급증이 없었다면 시드니 주택가격은 “아마도 하락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런 한편,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 데이터에 따르면 시드니의 중간 임대료는 올해 3월 분기, 750달러(per week)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임대주택 공실률은 0.8%로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 해외 유학생 복귀
팬데믹 사태 완화 이후 해외에서 시드니로 유입되는 이주자 가운데 다수는 전염병이라는 대격변 이후 자국으로 돌아갔다가 호주의 고등교육 부문이 정상화됨에 따라 이미 진행 중이던 학업을 마치거나 새로운 과정을 시작하고자 입국하는 국제학생들이다. 국제 교육 부문은 시드니 경제에 상당한 기여를 하며, 또한 유학생들은 많은 산업 분야에 노동력을 제공한다.
전염병 사태로 인한 국제학생들의 대거 이탈(자국으로의 귀국)은 일부 대학 인근 교외지역(suburb) 인구 감소를 촉발시켰다. 그러다 국경 폐쇄가 해제된 이후 해당 지역 인구는 빠르게 회복됐다.
호주로 다시 돌아오거나 학업을 시작하려는 국제학생들은 학생 숙소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임대주택에 머물기도 한다. 코츠 연구원은 “너무 많은 수의 유학생이 빠른 속도로 입국하지 않았다면 시드니나 멜번의 임대주택 공실률이 이렇게 낮은 수치로 하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해외 이주만이 시드니의 주택 수요를 촉진하는 것은 아니다. ‘도메인’ 선임연구원 니콜라 파월(Nicola Powell) 박사는 “오늘날 시드니 주택시장 상황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인구 증가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 부족을 야기하는 여러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 더 넓은 생활 공간
전염병 사태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켰다. 팬데믹 사테에 따른 봉쇄 조치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면서 사람들이 현재 머무는 주거지에서 더 넓은 물리적 생활 공간을 갖는 쪽으로 선호도가 바뀌었다.
이런 추세는 전염병이 완화된 후에도 지속됐다. 코츠 연구원에 다르면 전염병 사태 이후 전국적으로 가구당 거주인구 수는 2.55명에서 약 2.48명으로 감소했다.
이는 작은 수치로 생각될 수 있지만 호주 전체 인구에 걸쳐 확대해 보면 주택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과 다름 없다.
재택근무 확산으로 집에서 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추가 공간에 대한 욕구, 그리고 고령화가 인구통계 데이터에 나타나는 이런 추세에 기여했다. 주거지역으로, 위치가 좋다고 평가되는 일부 교외지역은 도시 전체의 인구 증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아직 팬데믹 이전의 인구 수치를 회복하지 못했다.
코츠 연구원은 “더 넓은 생활 공간에 대한 선호는, 주택 수요에 있어 인구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변화는 인구 문제가 아니라 시드니 거주민을 포함한 호주인 대부분이 팬데믹 사태 이전에 비해 더 많은 주택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년여 이어진 기준금리 상승으로 인해 임차인을 포함하여 도시 전역의 주택 역학이 형성됐다. 컨설팅 회사 KPMG의 도시경제학자인 테리 론슬리(Terry Rawnsley) 연구원은 중앙은행(RBA)이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2022년 5월부터 공식 이자율을 인상하기 시작한 이래 임대료 상승과 금리 인상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인구 증가는 분명 시드니 주택 문제에 있어 일부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요인들이 혼합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 최악의 상황
시드니 주택 문제는 임대료 상승과 치솟는 건축비용으로 인해 신규 주택건설이 어려워지면서 공급 부족까지 겹쳐 더욱 악화됐다.
AMP의 올리버 박사는 “인구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만성적인 주택 부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드니 주택 시장에 7만에서 8만 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높은 주택가격과 임대료 상승에도 불구하고 주거용 건축 승인마저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시드니에는 이미 건축 승인을 받았지만 착공하지 않은 주택도 수천 채가 있다.
RBA의 사라 헌터(Sarah Hunter) 부총재는 이달, 한 연설에서 “여러 가지 문제, 특히 높은 건축비로 인해 새로운 주택개발에 ‘제약이라는 최악의 상황(perfect storm)’이 발생했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중단과 다른 유형의 건설 자원 경쟁으로 인해 주택가격은 2019년 말 이후 거의 40%나 상승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주택개발 프로젝트가 기준금리 상승과 높은 건축비용으로 인해 지연 또는 취소됐다.
전염병 대유행 이후의 인구 급증은 일시적일 수 있다. 지난 12월 NSW 주 정부는 NSW 인구 증가율이 2024-25년이면 팬데믹 사태 이전 비율과 비슷한 1.3%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시드니의 만성적인 주택공급 부족을 해결하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게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말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