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Have an Epic Retirement’의 저자가 설명하는 사람들의 ‘은퇴’와 ‘전략’
‘은퇴’(retirement)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평생 해오던 일(job)을 그만 두는 것을 가리킨다. 하지만 오늘날,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정의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현재 많은 은퇴자들에게 있어 이는 단순히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에서 벗어나는 것으로만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호주에서는 은퇴 연령과 함께 ‘은퇴’라는 개념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지금 본인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립해 놓은 퇴직연금(superannuation)을 이용할 수 있는 나이이다. 또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정부가 지급하는 고령연금(age pension)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못한) 일부 사람들이 있다.
‘How to Have an Epic Retirement’라는 책의 저자이자 은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Prime Time podcast’ 호스트인 벡 윌슨(Bec Wilson)씨는 꽤 많은 독자 및 청취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녀는 최근 시드니 모닝 헤럴드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오늘날 은퇴를 결심하는 이들의 유형을 설명하면서 ‘건강한 은퇴’를 강조했다.
은퇴자의 약 20%,
‘불가피하게’ 그만두기도
통계청(ABS)이 실시한 2022-23년도 은퇴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호주의 평균 은퇴 연령은 64.8세(남성 66.9세, 여성 63.2세)였다. 흥미롭게도 은퇴를 생각하는 평균 연령은 이보다 조금 낮은 64.4세였다. 여기에다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일’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실제 이유를 더 깊이 파고들면 상황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지난해(2022-23년) 은퇴한 이들 중 5분의 1은 마지막으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체를 폐쇄하고 다시 일에 복귀하지 않았으며, 12.8%는 질병이나 부상, 장애로 인해 일을 그만두었다. 또 3.4%는 병을 앓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포기했고, 나이가 들어 퇴직 연령에 이르렀거나 퇴직연금 또는 고령연금 수혜 자격이 되어 은퇴를 한 이들은 31.8%였다.
은퇴를 실행한 이들이 의존하는 (은퇴 이후의) 소득원을 보면, ‘은퇴 정의’를 만들어내는 실제 그림은 더욱 명확해진다. 2022-23년 조사에서도 고령연금은 은퇴한 대부분의 호주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단일 소득원으로 남아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이들이 퇴직연금 잔액을 소득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은퇴를 하지만, 대부분 은퇴자들의 주요 소득원이 되는 ‘퇴직연금 시대’는 아직 멀리 있다.
ABS의 조사 자료를 보면 호주인 31.8%가 은퇴시 고령연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17.6%는 부분적으로 자체 자금을 조달하면서 여전히 부분 연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퇴한 호주인의 최소 49.4%가 소득을 연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수치이다. 이와 함께 37.1%가 전액 본인 부담금으로 이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은퇴를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정적 안정’이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보편적으로 IT, 광산업, 금융 서비스 근로자의 경우 간호사, 행정직, 농업 분야 종사자들에 비해 더 일찍 은퇴하거나 그럴 계획을 갖고 있다. 그 이유는, 후자의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자기 일에 더 많은 열정을 느끼기 때문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은퇴 이후의 노후자금이다.

‘은퇴’에 미치는 영향은
노후의 ‘재정적 안정’
오늘날 은퇴하는 이들을 보면, 네 가지의 뚜렷한 ‘은퇴 정의’를 엿볼 수 있다. 이들 각각, 다른 은퇴 전략을 보여주는 것이다.
△퇴직 연령= 퇴직연금 수령 연령이 되어 은퇴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건실한 ‘수퍼’ 잔고를 갖고 있으며 고령연금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조기 또는 중간 퇴직기간(어쩌면 말년에도 가능한)에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런 경우 은퇴 목료 연령대는 대개 60세이다. 이는 대부분이 일을 그만 둘 경우 퇴직연금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나이이다.
△은퇴 연령= 고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에 은퇴하는 이들이다. 이 그룹은 풀타임으로 일하지 않고도 소극적 자금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령연금과 퇴직연금, 즉 수퍼 밸런스를 결합한다. 고령연금 자격이 67세인 경우, 이들은 정규직에서 떠나 공식적으로 고령연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받을 수 있는 은퇴 계층이다.
△퇴직? 무슨 퇴직?= 이들은 자신이 해 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일’ 자체를 사랑하고, 그리하여 은퇴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다. 직장에 더 오래 머물며 ‘은퇴’라는 단어를 생각하지 않으면서 65세 때부터 퇴직연금 수령을 선택할 수 있다. 이런 이들에게 나이는 말 그대로 숫자에 불과하다. why shouldn’t it be?
△전략적 은퇴= 계획을 잘 구사하는 이들로, 퇴직연금과 고령연금 제도의 동시 활용 방법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은퇴 이후를 미리 계획하고 준비를 해 둠으로써 퇴직하는 나이가 되기 몇 년 전에 노후자금이 충분할 만큼 수퍼 연금을 마련해 두는 것이다.
이처럼 여러 유형의 은퇴자들이 있지만 핵심은, 60대의 나이에 은퇴하는 이들 대부분이 실제로 ‘완전히’ 일을 중단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보험회사 ‘Allianz’의 최근 조사 결과는, 퇴직 연령을 앞두고 있는 직원의 77%가 은퇴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을 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중 38%는 적극적으로 파트타임 업무나 기타 취업 기회를 찾는다는 생각이며 39%는 비록 확실한 계획은 없지만 일을 계속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벡 윌슨씨는 “은퇴하는 이들의 유형에 따라 일할 기회와 욕구는 다른데, 일부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정신적 자극과 사회적 연결을 추구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컨설팅이나 열정적 프로젝트의 유연성, 창의성이 끌리기도 한다”면서 “사람들의 더 길고 건강한 삶은 일에 대한 지속적인 참여를 논리적이고 만족스러운 선택으로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일은 목적, 사회적 연결, 추가 소득을 가져오는데, 이 모든 것이 ‘건강한 은퇴’를 위한 핵심 요소”라고 결론지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