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예산, 선거 캠페인 기반 마련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가 연방 예산을 발표했다. 이번 예산은 정부가 선거 캠페인에 돌입하기 전 마지막 예산으로, 선거가 곧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는 예산 발표를 통해 여러 가지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며, 많은 노동당 공약을 예산안에 반영했다.
■ 예산안의 수혜자
▪세금 납부자들(Tax Payers) – 연방 예산의 핵심은 새로운 세금 인하 조치다. 정부는 이를 선거 캠페인의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다. 2026년 7월 1일부터 연간 소득이 18,201달러에서 45,000달러 사이인 사람들의 세율을 16%에서 15%로 낮추고, 2027년부터는 14%로 줄일 예정이다. 정부는 이 조치가 첫 해에는 연간 최대 268달러를 환급하며, 두 번째 해부터는 536달러로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야당인 보수당은 이 세금 인하안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차기 선거에서 주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연방 정부는 의료보험 세금을 납부하는 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약 100만 명의 호주인들이 세금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전기 요금(Electricity Bills) – 정부는 전기 요금에 대한 지원을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가구와 소규모 사업체에 최대 150달러의 요금을 지원한다. 지원금은 7월 1일부터 자동으로 가구와 약 100만 개의 소규모 사업체에 적용된다. 재정 추정에 따르면, 이는 2025년에 물가 상승률을 약 0.5%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가구 요금은 평균 7.5%가 줄어들 것이다. 이 지원금은 정부 예산에 18억 달러의 비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일자리 전환(Job Switchers) – 정부는 이제 17만 5천 달러 이하를 버는 직원들에 대해 ‘비경쟁 조항’을 금지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경쟁 업체로 이직하거나 자영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비경쟁 조항이 임금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아동 보육, 건설, 미용업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또한 사업체들이 임금을 고정하거나 ‘고용 금지’ 협약을 체결하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건강(Women’s Health) – 정부는 5월 1일부터 피임약 ‘슬린다’와 자궁내막증 치료제 ‘리예고’를 약품비 부담제한제도(PBS)에 포함시킨다고 밝혔다. 또한 IVF 치료제인 ‘페르고베리스’도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장기적인 피임약(IUD) 및 임플란트의 의료비 리베이트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정부는 5억 7천3백만 달러를 투입하여 여성들의 생리통과 자궁내막증 치료를 위한 클리닉의 수를 22곳에서 3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폐경 건강 진단을 위한 새로운 의료 리베이트도 도입된다.
▪학생 부채(Student Debt Holders) – 정부는 이번 예산에서 학생 대출의 20%를 탕감하는 일회성 지원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4년 동안 7억 3천8백만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며, 평균 5,520달러의 대출금을 탕감해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연방 선거 후에 도입될 예정이라, 노동당이 선거에서 승리해야만 시행될 수 있다.
▪사회 결속(Social Cohesion) – 정부는 1억 7천8백만 달러를 투입하여 사회 결속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 예산은 다문화 미디어 및 아프리카-호주 커뮤니티 지원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되며, 멜번에 있는 아다스 이스라엘 시나고그와 그곳의 성서 및 보안 시설 복구에 3천1백만 달러를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유대인 및 이슬람 커뮤니티 시설의 보안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에 6천4백만 달러가 배정된다.
▪호주산 제품(Australian Product) – 정부는 호주산 제품을 장려하기 위한 2천만 달러 규모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새로운 세금 캠페인을 예고하고 있어, 정부는 호주산 제품 소비를 촉진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는 정부의 새로운 예산 항목 중에서는 작은 규모에 해당한다.
▪고령자 복지(Aged Care Workers) – 정부는 고령자 복지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8천8백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고령자 복지 분야에 대한 개혁 및 로열 커미션 결과를 시행하기 위해 2억 9천2백만 달러를 5년 동안 배정할 예정이다.
▪아동 보육(Child Care) – 이번 예산은 모든 가구에 대해 3일의 보육 지원을 제공하며, 이는 소득이 53만 3천 달러 이하인 모든 가구에 해당된다. 기존에는 부모가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구직 중인 경우에만 보육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이 조건이 폐지된다. 이 조치는 2026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첫 집 구매자(First Home Buyer) – 정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정부와 함께 주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독신자는 10만 달러 이하, 부부는 16만 달러 이하의 소득을 가진 경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정부는 주택 비용의 최대 40%를 지원하며, 정부의 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매자가 사들이게 된다. 이 프로그램 확대에는 8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보건(Health) – 보건 분야에는 85억 달러가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의사들이 더 많은 환자를 ‘벌크 빌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의사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를 세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644백만 달러를 투입하여 50개의 긴급 치료 클리닉을 추가로 설립할 계획이다.
▪원주민 지역(Remote Indigenous Communities) – 정부는 부데리, 카카두, 울루루-카타추타 국립공원 전통 소유자와의 임대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5천5백2십만 달러를 투자한다. 또한, ‘간격 해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원주민 지역의 식료품과 식수 공급을 개선하는 데 5천만 달러와 3천7백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약품 혜택(Pharmaceutical Benefits Scheme) – 정부는 PBS에 등록된 약물의 가격을 내년에 31.60달러에서 25달러로 낮출 예정이다. 이는 예산에 7억8천5백만 달러가 추가될 것이다. 또한, 공공 약국 계약을 통해 의약품 공급을 보장하는 데 5억2천만 달러가 투입된다.
▪강철 및 알루미늄 근로자(Steel and Aluminum Workers) –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의 와이알라 제철소는 2억1천9백만 달러의 지원을 통해 회생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가 미국의 알루미늄 및 강철에 대한 세금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계획의 일환이다.
▪법적 지원(Justice Support) – 정부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법정에서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2천1백4십만 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 예산안의 비수혜자
▪외국인 주택 구매자(Foreign Home Buyer) – 호주 정부는 내달부터 해외 시민들이 기존 주택을 구매하는 것을 2년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납부하는 투자 신청 수수료는 향후 5년 동안 9천만 달러의 수익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부는 이 금지 조치를 시행하는 데 570만 달러를 투자하며, 외국인들의 토지 은행화(land-banking)를 감시하기 위한 감사에 890만 달러를 추가로 사용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예외가 존재한다. 주택 공급을 크게 증가시키거나 주택의 가용성을 지원하는 투자에는 금지 조치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 조치를 보수당의 선거 공약에 맞추기 위해 도입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주택 시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세수(Tax Revenue) – 이번 예산에서 세수는 4년 동안 총 58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노동당의 임기 동안 대부분 세수 증가가 이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상황이다. 이번에는 약간의 세수 증가가 있지만, 그 규모는 84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세금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분에 의해 상쇄될 것이다. 결국, 향후 몇 년 동안은 세금 수입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이다.
▪담배 세수(Tobacco Revenue) – 호주 정부는 불법 담배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있다. 불법 담배 판매가 급증하면서 정부 예산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담배 세금(담배 한 갑에 부과되는 세금)은 오랫동안 정부의 주요 수입원이었다. 매년 수십억 달러의 세수가 정부로 유입되었으나, 최근 불법 담배의 시장 점유율이 커지면서 정부는 5년 동안의 담배 세수 예상치를 69억 달러 줄여야 했다.
▪임시 이주민(Temporary Migrants) – 재정 당국은 해외 이주민 수가 내년에는 7만 5천 명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순 해외 이주민 수는 올해 33만 5천 명에서 내년 26만 명, 그 다음 해에는 22만 5천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제 학생들이 이 수치에서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양당 모두 이들을 대상으로 이주민 수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노동당은 국제 학생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도입했지만, 국제 학생 수에 대한 강력한 상한제를 도입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보수당은 자신들이 집권하면 별도의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래이디(Tradies) – 이번 예산에서 즉시 자산 공제 세금 혜택이 7월에 종료된다고 발표되었다. 이 세금 혜택은 기업들이 새로운 작업 차량을 구입할 때 즉시 2만 달러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혜택이다. 하지만 새 회계 연도가 시작되면 이 공제 혜택은 1천 달러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 혜택은 특히 트래이디들(tradies)에게 인기가 많았다.
▪컨설턴트(Consultants) – 정부는 향후 5년 동안 공공 서비스 외부 계약자, 컨설턴트, 임시 노동자에 대한 지출을 7억 2천만 달러 추가로 줄일 계획이다. 이는 이전 정부 하에서 급증한 외부 노동자의 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로, 공공 서비스 직원 수에는 한도가 있기 때문에 외부 인력을 대신 고용해왔었다. 또한, PwC의 세금 비밀 유출 스캔들이 외부 계약을 줄이려는 정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사진:pixabay/Huang241
“스타트업 보다 판다가 우선” 비판
연방 재무장관 짐 차머스(Jim Chalmers)가 발표한 연방 예산안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에 대해 한 기술 창업가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놓은 계획에서 창업가보다 판다에게 더 많은 지원이 갔다”며 비판했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는 AI가 10년 내로 호주 경제에 연간 최대 6000억 달러를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를 어떻게 실현할지는 불확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예산안에 AI를 활용한 경제 활성화 정책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업계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 스타트업 업커버(UpCover)의 공동 창업자 아니시 시나(Anish Sinha)는 “정부가 AI를 간과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다른 나라들이 AI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은 점점 더 특이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예산안은 기술 부문에서 별다른 내용이 없기 때문에, 그나마 언급된 정책이 주목을 받는 상황”이라며 “그런 점에서 올해 예산안은 사이버 보안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우리 고객들만 봐도 중소기업이 사이버 보안 문제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보안 침해가 발생하면 복구 비용이 평균 5만 달러에 달할 정도다. 그런데 정부가 이번 예산에서 사이버 보안을 위해 중소기업 한 곳당 약 20달러 정도를 할당한 셈이다.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이 금액은 터무니없이 적다.”
판다에 5년간 380만 달러
그렇다면 이번 예산안에서 정부는 AI가 아닌 다른 분야에 세금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사례가 판다 지원이다. 이번 예산에는 애들레이드 동물원의 자이언트 판다 프로그램을 위해 5년간 380만 달러를 지원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이후 2030년대 초반에도 동일한 금액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의 판다 두 마리가 중국으로 돌아가고, 새로운 판다 두 마리가 호주로 오게 된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 기업 카바(Carbar)의 최고경영자(CEO) 데스 행(Des Hang)은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보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다. 그는 “이번 예산안에는 애들레이드의 판다를 위한 지원금은 포함됐지만, 예산안 발표 전부터 논의되던 연구개발(R&D) 세액 공제 재검토 같은 핵심적인 스타트업 지원책은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지적했다. “대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개혁이 포함됐지만, 결국 또 하나의 새로운 위원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강조됐다.”
이번 예산안에는 연봉 17만 5000달러 미만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비경쟁 조항(non-compete clause)을 금지하는 정책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를 통해 300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해당 조항은 주로 보육, 건설, 미용 업계에서 근로자의 이직을 제한하는 데 활용되어왔다.
하지만 행 CEO는 “스타트업 업계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애초에 인재를 빼오는 식의 채용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안이 창업가나 혁신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지 점점 더 알기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스타트업을 외면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주정부 역시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만큼, 기대할 곳이 없다.” 그는 “물론 이번 예산안이 전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라며 “세금 감면 정책은 소비 지출을 촉진할 것이고,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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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는 필수적
한편, 클라우드 기업 부미(Boomi)의 아시아태평양 솔루션 컨설팅 디렉터 데이비드 이레키(David Irecki)는 “지금이야말로 AI 및 기술 투자를 확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연방 예산이 생활비 지원과 핵심 인프라에 초점을 맞춘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호주 정부와 산업계가 AI, 디지털 기술, 신흥 기술에 계속 투자해야 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AI 관련 가이드라인, 거버넌스, 디지털 역량 강화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비록 이번 예산안에서 구체적인 투자 금액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그 흐름이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기존 정책을 바탕으로 아시아태평양 이웃 국가들의 전략을 참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기업용 컴퓨팅 이니셔티브를 통해 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본은 AI 친화적 법률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AI 친화적인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AI 교육 예산, 701만 달러 배정
SAP 호주 및 뉴질랜드 대표 겸 매니징 디렉터 안젤라 콜란투오노(Angela Colantuono)는 정부가 AI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대신,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교육을 위해 701만 달러를 추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간접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AI는 호주가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경제 성장과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그는 “AI가 산업을 변화시키고 정부, 기업, 사회 전반에서 업무 방식을 재편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가 AI 기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