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권자들이 기존의 정치적 성향에서 벗어나며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높은 물가 상승 속에서 여성들은 가계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크게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당과 연합당(자유당-국민당 연합) 모두 여성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며, 그 표심이 녹색당(Greens)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여성 유권자 기존 정당에 실망
여론조사기관 뉴스폴(Newspoll)의 2025년 1~3월 설문조사 결과, 노동당의 여성 유권자 지지율이 사상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노동당의 여성 유권자 지지율은 29%로, 2024년 마지막 분기보다 1%포인트 감소했으며 선거 주기 전체를 보면 7%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녹색당의 여성 지지율은 15%로 상승했으며, 이는 남성(9%)보다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합당 역시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연합당의 전국 양당 선호도는 51-49로 노동당을 앞서고 있지만, 이는 빅토리아(Victoria)에서의 반노동당 정서와 퀸즐랜드(Queensland)에서의 연합당 지지율 상승이 반영된 결과다.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와 서호주(Western Australia)에서는 연합당이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여전히 소수 정부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젊은 여성 유권자들의 극심한 불신
특히 18-34세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자유당 대표 피터 더튼(Peter Dutton)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두드러진다. 해당 연령대 여성 유권자들의 더튼 대표 지지율은 21%에 불과하며, 반대율은 64%로 매우 높다.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들의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40%로, 더튼 대표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남성 유권자들의 경우 연령에 따른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18-34세 남성 유권자들의 더튼 대표 지지율은 40%이며, 354-9세는 39%, 50-64세는 40%로 연령대별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녹색당에 몰리는 젊은 유권자 표심
전통적으로 젊은 유권자층에서 강세를 보이던 노동당은 최근 18-34세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잃고 있다. 이 연령대에서 노동당의 지지율은 최근 3개월 동안 6%포인트 하락한 31%를 기록했다. 반면, 연합당과 녹색당은 각각 28%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녹색당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노동당은 이 연령대에서 기존의 절대적 우위를 잃어버린 셈이다. 다만, 녹색당에서 노동당으로의 선호도 흐름을 반영하면 18-34세 유권자들의 양당 선호도는 60-40으로 노동당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 대출 감면 등의 정책이 젊은층의 기대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은 노동당에 큰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주별 선거 판세 변화
주별 선거 판세를 살펴보면 연합당의 상승세는 주로 퀸즐랜드와 빅토리아에서 나타나고 있다.
■ NSW: 연합당은 지난 분기까지 노동당과 동률을 이루었으나 현재 49-51로 뒤처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박빙 승부를 펼칠 의석은 길모어(Gilmore)와 베넬롱(Bennelong) 두 곳 정도로 분석된다.
■ 퀸즐랜드: 연합당은 퀸즐랜드에서 3%포인트 상승하며 57-43의 양당 선호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지역에서 노동당과 직접적인 승부를 벌이는 의석이 많지 않아 의석 확보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빅토리아: 노동당에 대한 반감이 두드러지며, 연합당은 3.8%포인트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노동당이 여전히 51-49로 앞서며, 이 변화가 실제 의석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서호주: 노동당이 여전히 54-46으로 앞서 있으며, 연합당의 상승폭은 1%에 그쳤다. 가장 근소한 차이로 노동당이 승리한 탕니(Tangney) 의석(2.8% 차이)도 현재로서는 연합당이 가져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 남호주(South Australia): 최근 3개월간 연합당 지지율이 3%포인트 상승하며 현재 50-50 동률을 기록 중이다. 이는 노동당이 지난 12월까지 기록했던 53-47에서 상당히 약화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면, 지난 선거에서 노동당이 가져간 부스비(Boothby) 지역구가 다시 연합당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다극화되는 호주 정치
이번 뉴스폴 조사 결과는 호주의 정치 지형이 점점 더 다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노동당과 연합당이 양당 구도로 선거를 치렀지만, 최근 몇 년간 경제적 불안과 정치적 리더십 부재로 인해 유권자들의 표심이 다방향으로 갈리고 있다. 특히 여성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녹색당을 대안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노동당의 전통적 강세가 약화되었으며, 녹색당이 주요 경쟁 세력으로 떠올랐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단독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결국 연립 정부 또는 소수 정부 구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동당과 연합당 모두 변화하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호주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다당제 정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