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오리 (Aequorī)*
말하지 않고 말하기 위해 죽은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에 대해 들었다. 어딘가 흘린 언어와 지금 부서진 언어 사이에서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채 서 있다고 한다. 한마디 내뱉고 나면 화들짝 놀라 뜨거워지는 손바닥. 이마에 문대면 모래성처럼 자꾸 허물어지는 몰캉한 구멍이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누군가의 눈이다. 바다 동물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눈 뜨고 죽어 가는 것들이 밀려와 쌓이는 곳을 해변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혼잣말을 하나씩 품은 조개들은 살아 있는 채로 바다의 화석이 되거든.
소금기 밴 혼잣말 하나 주워 시린 이마를 가리고 싶다. 살뜰히 기운 구멍에 귀를 대고 있으면 쏴아아 바닷소리가 들렸다. 어떤 소라게는 누군가 버린 언어를 주워 이불처럼 덮는대. 그래도 추워서 말하는 대신 부르르 온몸을 떤다는데. 너, 기어코 물거품이 되고 싶은 거니.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천천히 흘러내리고
비틀거리는 발목이 모래에 자꾸 빠진다. 젖지 않으려 한 걸음 물러나 보지만. 사실 나는 지독한 근시라 아주 가까이 가야만 바다가 보이지. 그렇게 슬프진 않아. 더듬거리다 갑자기 밀어닥친 파도에 허리까지 젖는다. 내가 빠진 곳은 바다일까 구멍일까. 어차피 둘 다 같은 말일까. 가만히 소리 내 읽어보니 아, 눈물이구나. 어깨를 들썩이는 파도 끝,에서 끝까지 반짝이는 투명한 빙정. 혀끝에서 사르르 녹아내려. 그토록 슬프진 않지. 해변을 달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만 손바닥에 남아 있다.
쉿, 밀물이야.
서둘러 달려온 안스러운 것을 왈칵 끌어안자, 발끝에 물거품이 밀려와 간지러웠다.
*Aequorī: 라틴어로 평평한 면, 수평, 바다를 뜻하는 Aequor의 단수 여격형. 바다에게. 평평한 면에게
Aequorī
I’ve heard of those who learned the language of the dead,
To speak without speaking, in murmurs and whispers, unsaid,
Between broken and spilled words,
They stand, between the living and the lost.
Once I spat a word, then in my hand, it burned,
Rubbed it on my forehead, then found a hole it crumbled.
If you gaze long enough, you may meet someone’s eyes,
But they say that sea creatures never close their eyes, even when they sleep.
The place where dying things pile up and wash away
Is called a shore, where the dead languages are buried deep.
Shells, each holding a silent whisper,
Turn into living fossils of the sea, scattered and stuttered.
I want to carefully pick them up one by one,
To cover my frozen forehead and listen
To the sound of the sea echoing from the hole once more.
Some hermit crab picks up the discarded words
To cover herself with a blanket
Instead of speaking, she shivers and hums.
Does she long to be the frothy sea foam?
Or to live again, to make a new home?
Sand trickles quietly through my fingers, then slips away
My stumbling ankle sinks in the sand, then gets washed away
I take a step back to avoid getting wet,
But really, I’m nearsighted.
I must get closer to see the sea.
I am not sad, just soaking wet.
A sudden wave bit me, drenching up to my waist,
Is the place I’ve fallen into the sea or the hole?
Either way, they are the same whole.
I read the words aloud, ah, they are just tears,
Ice crystals sparkles until the end
At the tip of a crying wave,
At the tip of my tongue, they melted down.
The voices of children running on the beach
Are only things left in my palm.
I am not sad, just flowing well.
A whistle that flutters at the end of a blue-crushing wave,
Hush, It’s a high tide.
I hug the sadness that has just rushed in.
My bubbling toes from the foam, reminiscent of a name I knew.
Words finally fly into the blue.
시작 노트
완벽한 수평을 찾기 위해선 끝없이 흔들려야 한다. 이쪽과 저쪽 사이를 가늠하며 휘청휘청 흔들리다가 고개를 들면 내 앞은 늘 바다. 아득한 점, 선, 면.
깊이를 알 수 없는 평면은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서 오히려 평면이었다. 그것이 왠지 위로이자 휴식이 되기도 했다. 푸른 바다에 하나의 말을 쓸려보내고 조용히 밀려온 다른 하나의 말을 끌어안는다. 말하는 것과 말 사이, 아직 말이 되지 못하는 말과 차마 사라지지 못하는 말들이 울먹거리고 있고,
그곳에, 시[詩]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