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 이너웨스트 지역이 최근 호주 최고의 크라프트 맥주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뉴타운(Newtown), 엔모어(Enmore), 어스킨빌(Erskineville), 매릭빌(Marrickville) 등을 포함한 이 지역은 개성 넘치는 레스토랑, 바, 라이브 공연장 등이 밀집한 곳으로 유명하지만, 이제는 독창적인 맥주 양조장이 가득한 ‘맥주의 거리’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너웨스트 지역에는 불과 몇 km 내에 17곳의 독립 양조장이 자리 잡고 있어, ‘이너웨스트 에일 트레일(Inner West Ale Trail)’이라 불리는 맥주 투어 코스를 형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적인 맥주 제조 방식과 실험적인 시도가 조화를 이루며, 시드니만의 독창적인 맥주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맥주문화의 중심지 매릭빌
이너웨스트 맥주 투어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매릭빌에는 호주의 대표적인 양조장들이 모여 있다. 그중에서도 ‘와일드플라워 브루어리(Wildflower Brewery)’는 다른 양조장들과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홉 중심의 IPA 대신 배럴 숙성 및 혼합 발효 방식을 활용해 와인과 맥주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한 맥주를 생산한다. 이들은 호주 토착 효모와 야생 박테리아를 활용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풍미가 변하는 맥주를 만들어내며, 자연주의 와인과도 비슷한 감각을 선사한다. 이러한 독창적인 시도 덕분에 와일드플라워 브루어리는 이너웨스트 맥주 투어에서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소로 자리 잡았다.

개성 넘치는 양조장들
이너웨스트 맥주 투어 코스에는 와일드플라워 외에도 다양한 개성을 지닌 양조장들이 즐비하다.
-배치 브루잉(Batch Brewing Co.): 소규모 배치 생산 방식을 고수하며, 다양한 실험적인 맥주를 꾸준히 선보인다.
-소스 브루잉(Sauce Brewing Co.): 홉의 풍미를 극대화한 헤이즈 IPA부터 진한 초콜릿 풍미의 스타우트까지 대담한 스타일의 맥주를 선보인다.
-그리프터 브루잉(The Grifter Brewing Co.): 섬세하고 마시기 쉬운 맥주를 주력으로 하며, 대표작인 ‘서펀츠 키스(Serpent’s Kiss)’는 수박 향이 가미된 필스너로 여름철 인기 맥주로 자리 잡았다.
맥주 투어 그 이상의 경험
이너웨스트의 맥주 투어는 단순한 시음 여행이 아니다. 각 양조장은 저마다 개성 있는 분위기를 자랑하며, 방문객들은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
-펍 스타일의 양조장: 1980년대 클래식 펍 분위기를 재현한 ‘혹스 브루어리(Hawkes Brewery)’는 당구대와 중국 음식점 ‘럭키 프라운(Lucky Prawn)’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야외 맥주 정원: ‘윌리 더 보트맨(Willie the Boatman)’과 ‘소스 브루잉’에서는 반려견과 함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넓은 정원을 운영한다.
-라이브 음악과 푸드트럭: 배치, 필터(Philter), 퓨처 브루잉(Future Brewing) 등에서는 맥주 발효 탱크 사이에서 라이브 음악과 푸드트럭을 즐길 수 있어 맥주 애호가들에게 더욱 매력적인 장소가 된다.
맥주 소비세 2년간 동결
지난달 정부는 생맥주에 부과되는 소비세의 반기별 물가연동(indexation)을 향후 2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8월 예정됐던 소비세 인상이 보류되며, 정부는 이를 “맥주 소비자, 양조업자 및 환대업계(hospitality businesses)를 위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맥주에 대한 소비세는 통상 연 2회 최근 인플레이션 수치를 반영해 조정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양조업체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절감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이번 정책을 두고 “맥주 소비자, 양조업자, 펍(pub) 모두에게 이로운 상식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 역시 “소폭의 변화이지만 의미 있는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알바니즈 총리는 “우리는 호주의 미래를 건설하는 정부이며, 이를 위해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동결 조치 시행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과 협의할 방침이다. 한편, 노동당은 이와 별개로 내년 7월부터 양조업자와 증류업자(distillers)에 대한 소비세 환급 상한선을 기존 35만 달러에서 40만 달러로 인상할 계획이다. 또한 와이너리도 최대 40만 달러까지 세금 환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보다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퍼거슨(Stephen Ferguson) 호주 호텔협회(Australian Hotels Association) 최고경영자는 “맥주 소비세는 지난 40년간 별다른 검토 없이 꾸준히 인상돼 왔다”며 “이번 조치가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숨통을 틔워줄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번 소비세 동결이 호텔업계의 고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맥주 소비세, 세계 최고 수준
맥주업계는 오랫동안 소비세 동결 혹은 감면을 요구해 왔다. 호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맥주 소비세를 부과하는 나라 중 하나로, 세금은 음료의 전체 부피가 아닌 알코올 도수(1.15% 이상)에 따라 부과된다. 호주 브루어스협회(Brewers Association of Australia) 존 프레스턴(John Preston) 대표는 “우리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맥주 세금을 내고 있다”며 “굳이 매년 두 차례씩 추가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소비세 동결 조치는 올해 5월 17일 이전에 예정된 연방 선거 이후에야 발효될 예정이다. 앵거스 테일러(Angus Taylor) 당시 야당 재무 담당자는 “이번 조치는 전국의 소규모 기업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것”이라며 “결국 이 정책은 심각한 문제에 대한 임시방편이지만, 필요한 지원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맥주 가격, 가장 비싼 나라는?
맥주 가격이 가장 높은 10개국
1.카타르(Qatar) 도하 – 19.00달러
2.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 18.15달러
3.아이슬란드(Iceland) 레이캬비크 – 15.47달러
4.오만(Oman) 무스카트 – 15.25달러
5.바레인(Bahrain) 마나마 – 14.91달러
6.노르웨이(Norway) 오슬로 – 14.75달러
7.미국(USA) 뉴욕 – 13.83달러
8.레바논(Lebanon) 베이루트 – 13.48달러
9.스위스(Switzerland) 취리히 – 13.02달러
10.싱가포르(Singapore) – 12.78달러
중동 국가들이 상위를 차지한 이유는 주류에 대한 높은 세금과 규제로 인해 맥주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북유럽과 미국의 대도시들도 높은 생활비와 세금 부담으로 인해 비싼 맥주 가격을 기록했다.
호주의 맥주 잔
이번 조사는 맥주 가격을 비교할 때 ‘파인트(pint)’ 단위를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이는 국가별 표준 잔 크기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NSW의 일반적인 맥주 한 잔은 375ml로, 이번 조사에서 사용된 미국(473ml) 및 영국(568ml) 기준의 파인트 잔보다 작은 편이다.
-포니(Pony): 140ml
-미디(Middy) / 핸들(Handle): 285ml(NSW, WA에서 일반적)
-포트(Pot): 285ml(VIC, QLD, TAS에서 일반적)
-스쿠너(Schooner): 375ml(NSW, ACT에서 일반적, 다른 주에서는 드물다)
-파인트(Pint): 568ml(영국식, 일부 펍에서 사용)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