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W 경찰청, “테러로 규정” 밝혀… 교회 밖 폭동으로 다수 경찰 부상, 차량 파손
지난 4월 15일(월) 밤, 시드니 서부 웨이클리(Wakeley)에 있는 한 기독교 종파 교회에서 설교 중인 주교와 일부 신자를 대상으로 한 흉기 공격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고, 교회 내에서의 흉기 공격, 이후 교회 밖에서 발생한 다수의 폭동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다. 스트리밍으로 중계되는 예배 영상을 보던 다른 그리스도교 종파 신자들로 보이는 이들이 교회 내에서 주교가 공격 당하는 것에 흥분해 이 교회로 몰려 왔고, 이미 현장에 출동한 경찰들에게 분노를 표출하면서 충돌해 여러 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었으며, 최소 10대 이상의 경찰 차량이 심하게 파손됐다. 또한 경찰과 함께 현장에 온 구급대원들도 몇 시간 동안 대피해야 했다.
이날 저녁 7시경, 교회 예배 중 10대 소년이 아시리아 정교회(Assyrian Orthodox) 소속의 극우 종파 일원인 마르 마리 엠마뉴엘(Mar Mari Emmanuel) 주교를 칼로 공격한 사건이 신고되자 경찰은 웨이클리 소재 ‘선한 목자 그리스도 교회’(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로 출동했다.
이날 흉기 공격으로 주교 외 신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직접 공격을 가한 16세의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 중이다. 사건 후 경찰에 밝힌 바에 따르면 용의자는 ‘테러 요주의’ 명단에 올라 있지는 않았으며, 경찰은 단독 범행으로 믿고 있다.
다음 날 새벽 1시35분경, NSW 경찰청 카렌 웹(Karen Webb) 청장은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라며, “소셜미디어로 실시간 스트리밍 되는 이 교회의 예배 중 흉기 공격을 저지르고 교회 신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려는 계획과 시도가 명백하다”고 단정했다.
웹 청장은 또한 용의자가 흉기 공격을 시도하기 전, 주교의 ‘종교에 관한 발언’을 지적했다고 밝히면서 “종교적 동기를 지닌 충분한 극단주의적 요소가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10대 소년의 흉기 공격이 소셜미디어 생중계를 통해 알려지자 이에 분노한 다수의 기독교 신자들이 교외로 몰려 왔으며, 경찰에 극히 적대적인 모습을 보였다. 웹 청장은 “이들은 벽돌, 콘크리트 말뚝 등 주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것으로 경찰을 공격했으며, 경찰 장비 및 차량에도 이것들을 던졌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로 인해 부상을 당한 경찰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20대의 경찰 차량이 파손됐다. 이 가운데 10대는 현재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웹 청장은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임을 강조하며 “경찰은 지원 요청에 부응해 해당 지역사회의 안전을 위해 웨이클리 사건 현장에 출동했지만 군중들은 경찰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말했다. 웹 청장은 경찰에 대항한 군중 모두를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크리스 민스(Chris Minns) 주 총리는 ‘매우 매우 중대한’ 테러 조사가 진행 중이며, 그동안 침착함과 법에 대한 존중을 촉구했다.
NSW Ambulance의 도미닉 모건(Dominic Morgan) 국장은 구급대원들이 약 3시간 30분 동안 30여 명의 부상자를 처리했다며 “폭동 사태가 빠르게 커졌고 군중 수도 급격히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모건 국장에 따르면 폭동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구급대원들은 경찰 지원 하에 교회 안으로 대피했고, 3시간 넘게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NSW 경찰청의 첫 상황보고 몇 시간 후인 16일(화) 오전,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는 미디어 컨퍼런스를 통해 “어젯밤, 16세 소년이 웨이클리에 있는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에서 주교를 찌른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호주에 극단주의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이어 연방 정보국(ASIO)의 마이크 버제스(Mike Burgess) 국장, 연방경찰국(AFP) 리스 커쇼(Reece Kershaw) 국장이 참석한 국가안보회의를 열었다고 밝힌 알바니스 총리는 “지난 13일 본다이정션에서 발생한 비극적 사건 이후 지역사회의 고통과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경찰의 임무 수행을 방해하거나 부상을 입히는 행위, 어젯밤과 같은 방식으로 경찰 차량을 손상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AFP 커쇼 국장은 “AFP를 포함한 NSW 합동 대테러팀이 시드니 서부에서 발생한 폭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또한 이에 가담한 모든 개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15일 밤, 해당 교회의 실시간 스트리밍에 포착된 예배 영상을 보면, 마르 마리 엠마뉴엘 주교가 교단에서 설교하는 장면이 있고, 그런 가운데 검은색 점퍼를 입은 남성이 그에게 다가가 공격 도구를 꺼내는 모습이 나온다.
이를 본 신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를 피하자 남성은 흉기로 주교의 가슴을 찔렀고, 주교가 쓰러지자 일부 신자들이 남성을 향해 달려들어 저지했으며, 그 와중에 주교는 다섯 차례 더 공격을 받았다.
이후 영상에는 신자들이 머리에 붕대를 감는 모습, 그 동안 바닥에 누워 있는 주교의 모습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영상에는 공격을 가한 남성이 경찰에 의해 바닥에 눕혀지면서 미소를 띤 장면이 포착되어 있다.
웨이클리 지역이 포함된 파울러 선거구(Division of Fowler)의 다이 레(Dai Le) 연방 하원의원은 “이 사건이 테러로 규정됨으로써 지역사회에 두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입장이다. 레 의원은 “총리가 테러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며, 그에 대한 분명한 근거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는 이 지역사회에서 사랑받는 7개의 아시리아 교회 중 하나로, 지난 수년 동안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음식과 선물을 나누는 활동에 참여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종 이 교회 주교의 논란이 되는 발언이 이번 공격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가’라는 미디어의 질문에 레 의원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면서 “경찰의 조사가 나오기 전까지 동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어떤 해석이나 추측은 없다”고 말했다.
전국 성직자 단체인 ‘Australian National Imams Council’은 주교에 대한 공격을 ‘단호히 비난’한다고 밝혔다. 동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이 같은 공격은 끔찍한 일이며 특히 예배장소나 종교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공격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사회가 침착함을 유지하고 모두의 안전과 보안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종교인 단체 ‘Faith NSW’의 머리 노만(Murray Norman) 대표도 “신앙에 대한 공격은 모든 신앙인에 대한 공격이며, 신앙공동체는 증오와 폭력에 맞서 단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군중들의 폭동 배경
마르 마리 엠마뉴엘 주교는 수많은 젊은 팔로워를 보유, ‘TikTok Bishop’이라 불리기도 했다. 교회에서 직접 그의 설교를 듣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그의 예배에 참례하는 이들이 훨씬 많은 것이다.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 15일(월) 저녁,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 예배 참례자는 많지 않았으나, 온라인 생중계 예배를 시청하던 카브라마타(Cabramatta), 파라마타(Parramatta), 페어필드(Fairfield) 등의 아시리아, 마론파, 가톨릭 및 콥트 기독교 공동체 수천 명의 기독교 신자들은 서로에게 연락을 취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군중이 교회로 몰려 왔다.
관계자들은 특히 이들의 행동에 대해 “이틀 전, 본다이정션 무차별 칼부림 사건에 불안감을 느끼던 중, 교회 내에서 주교가 흉기 공격을 받는 것에 충격과 분노를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중동에서 오랫동안 종교적 박해의 표적이 됐던 아시리아계 기독교인들은 호주로 건너와 서부 교외지역에서 피난처를 찾은 이들이었다. 그런 가운데 엠마뉴엘 주교가 흉기 공격을 당하는 실제 모습을 보고는 ‘(종교적 박해로부터의) 안전’에 대한 환상이 깨진 것을 느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시드니 서부에 거주하는 한 콥트 기독교인은 “이 때문에 군중들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화를 내고 분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로 몰려온 이들은 아시리아계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위기와 절망의 시기에 서로를 지원’해 온 마론파, 콥트교, 가톨릭 기독교 등의 거대한 공동체였다. 한 아시리아 공동체 기독교 신자는 “이 지역 기독교인들 다수는 중동 각국에서 무슬림의 기독교에 대한 공격을 피해 호주로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번 주교 테러로 사람들은 또 다시 두려움을 느꼈고 또한 분노했다”는 것이다.
웨이클리가 속한 페어필드 카운슬 지역에는 이라크, 이란, 시리아를 포함해 중동 전역 국가에서 온 4만여 명의 아시리아계 이민자가 거주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이슬람교도이지만 종교적 이유로 중동을 떠난 기독교인들도 시드니 서부 여러 지역의 교회에서 자기들의 신앙을 이어가고 있다.
■ 웨이클리 소재 교회 사건 ‘테러 규정’ 이유
지난 13일(토) 웨스트필드 본다이정션(Westfield Bondi Junction)에서의 무차별 칼부림 사건에 대해 ‘이것은 테러 사건일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단독 범행이며 ‘테러’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그 이틀 후인 15일(월) 저녁, 시드니 서부 웨이클리(Wakeley) 소재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에서의 주교에 대한 공격은 테러로 규정했다.
그렇다면 두 건의 흉기 공격이 다른 성격으로 조사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호주 국가정보국(ASIO) 마이크 버제스(Mike Burgess) 국장은 두 흉기 공격의 차이는 ‘동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간단하게 말해 ‘테러’ 공격이라 하는 것은 그 행위에 종교적이거나 이데올로기적 동기가 있음을 암시하는 정보 또는 증거가 필요하다”는 버제스 국장은 “본다이정션 쇼핑센터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지만 웨이클리 사건은 모든 정보가 그것(종교적이거나 이념적 동기)이 사실이라는 것을 강력하게 나타내므로 ‘테러’로 간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의 가자(Gaza) 침공이 호주의 긴장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버제스 국장은 “열린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중동에서 발생한 사건이 호주에서도 반향을 일으키지만 그것이 실제 테러 행위로 이끈 사례는 아직 없다”며 “물론 이번 사건(웨이클리 흉기 공격 및 폭동)은 열린 시각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Assyrian Orthodox는
아시리아 정교회는 성부 하느님, 성자 하느님, 성령 하느님(God the Father, God the Son, and God the Holy Spirit)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영원히 존재하는 한 하느님’이 있다고 믿는 종파이다.
이 정교회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서 분리된 첫 교회 중 하나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es)에 따르면 그 기원은 셀레우키아-크테시폰(Seleucia-Ctesiphon) 교회로 거슬러 올라가며 때로는 ‘네스토리우스 교회’(Nestorian Church), ‘시리아 교회’(Syrian Church) 또는 ‘페르시아 교회’(Persian Church)로 알려져 있다.
■ 마르 마리 엠마뉴엘 주교는 누구?
Christ The Good Shepherd Church 지도자 엠마뉴엘 주교는 극도로 보수적인 아시리아 정교회(Assyrian Orthodox)의 유명 주교이다. 특히 그는 팬데믹 기간 동안의 봉쇄와 백신에 대해 극히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던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유투브(YouTube) 및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자신의 예배를 실시간 스트리밍 하면서 ‘불과 유황’을 언급하고 ‘반 LGBTQ’ 발언으로 급진적 기독교인들을 끌어들였다. 그가 유투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한 내용 가운데는 미국이나 러시아 정치에 대한 자신의 강경한 견해를 담은 ‘바이럴’(viral) 라이브 스트리밍도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