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 전, 시드니 부동산 시장은 ‘Running water and good soil’이었다!
‘바다 전망’ ‘트램과 가까움’ 등 강조… 교외 지역은 ‘건강한 삶’ 부각
호주 연방이 구성(1901년 1월1일)된 이후 약 20여년이 지났을 무렵, 호주 6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했던 NSW 주의 시드니는 부동산 측면에서 그야말로 ‘Running water and good soil’이었다.
주거 또는 상업용 부지를 의미하면서 ‘soil’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그만큼 부동산 부지로서의 좋은 자리가 많았음을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시드니는 호주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높은 도시이다. 특히 시드니 동부 지역의 집값 상승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그렇다면, 약 한 세기 전 시드니 부동산 시장은 어떠했으며, 당시 부동산 광고 내용은 어떤 것을 담고 있을까?
지난 주 목요일(8일) 시드니 모닝 헤럴드 부동산 섹션인 ‘도메인’(Domain)은 주립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당시의 광고를 통해 100여 년 전의 시드니 부동산 시장을 언급, 눈길을 끌었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약 한 세기 전 1920년대 초 시드니에서 가장 부상한 교외 주거지역은 브론테(Bronte)였다. 블랙타운(Blacktown)은 아주 먼 지방의 시골 타운이었으며, 오늘날 시드니에서 주택 가격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인 버클루즈(Vaucluse)는 시드니 중산층이 주택을 구입하기에 적정한 곳으로 꼽혔다.
시드니 부동산은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몇 십 년 사이 엄청나게 바뀌었다. 주택이나 상업용 건물을 지을 빈 대지들은 만들어지기 바쁘게 팔려 나갔다.
주요 주거지역(suburb)에는 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당시 부동산을 알리는 광고에 꼭 언급되는 ‘좋은 전기와 수도 시설’이라는 문구도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매물에 대한 수요가 많았던 것이다.
오늘날 주택 수요가 많은 브론테는 당시만 해도 시드니 중심가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으로, 브론테를 비롯해 인근 해안가 주거지는 19세가 말, 주거 타운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NSW 주립도서관(State Library of New South Wales)이 디지털화 한 광고로, 당시 ‘Watkin & Watkin Auctioneers’ 사가 1882년의 브론테의 세분화한 주거 부지 매각을 알리는 광고를 보면, 이 지역에 대해 ‘새로 개발되는 해변 주거지역’(the new seaside suburb)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1800년대 주거지로 개발되어 부지 매각이 시작된 브론테는, 그로부터 30여년 이상이 흘러서도 여전히 시드니 지역민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920년대, 부동산 중개회사인 ‘Richardson & Wrench’ 사가 이곳의 주택을 매매하면서 낸 광고에는 ‘당신 가족을 위한 건강한 삶의 기반’(the foundation for a long, healthy life for yourself, wife and family)임을 내세우고 있다.
1915년의 한 광고에는 ‘나무가 무성하고 찻집들이 자리잡고 있되 덜 알려진 곳으로, 배수를 위한 적당한 경사를 갖춘 블록을 원한다면, 현재 대중적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서둘러 구매하라’고 촉구하기도 한다.
오늘날 시드니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버클루즈의 경우, 1915-20년대에는 중산층이 자리잡기 시작했으며, 당시 5파운드(오늘날 호주화로 비유하면 약 430달러)의 보증금만으로 부지 매입이 가능했다.
1918년 부동산 중개회사인 ‘Lock’s Seaview Estate’ 사가 시드니 동부 사우스 헤드(South Head) 소재 부지를 매매하면서 낸 광고에는 ‘적당한 재산을 가진 이(a person of moderate means)가 백만장자에 맞는 주택 부지를 마련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에는 아주 저렴한 부지(very cheap land)라 하더라도 250파운드 미만의 건축물을 지어서는 안 되는 규정이 있었다.
그 시절, 또한 5파운드 정도의 보증금으로 본다이(Bondi) 해안가의 주택 부지 마련이 가능했다. 이를 알리는 광고에는 ‘거주에 적합한 기후’(congenial climate)라든가, 또 처치 포인트(Church Point) 주택 부지는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는 문구로 고객의 눈길을 끌고자 했다.
현 시드니 도심에서 북쪽으로 약 32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처치 포인트의 경우, 당시에는 대중교통 설비가 없어 부동산 중개인이나 경매사는 나라빈(Narrabeen)에 있는 트램(tram) 정류장에서 고객을 자기 승용차에 태워 판매될 부지가 있는 처치 포인트로 안내하기도 했다.
그런 한편, 로즈 베이(Rose Bay)의 부동산 회사인 ‘Hardie & Gorman’과 ‘Raine & Horne’ 사는 1스퀘어미터 당 45실링(shilling)에 주택 블록을 판매하고 무료로 석재를 제공, 주택을 짓도록 했다.
1929년까지, 시드니 서부의 블랙타운(Blacktown) 지역에서도 부지를 분할해 5파운드의 보증금으로 판매했다. 시드니 도심에서 먼 외곽인 블랙타운은 ‘도시와 지방의 경계’(where the city meets the country)로 여겨졌는데, 그 시절 이곳의 부지를 매각하는 부동산 회사들은 광고를 통해 ‘야채를 재배하고 가축을 기르기 위한 충분한 공간, 지역 최고의 토양’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당시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시드니 도심과 멀리 떨어진 지역의 주택이나 부지를 매각할 때 가장 강조한 부분은 ‘보다 나은 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점을 보면 이미 한 세기 전에도 도심에서의 주거보다 한적한 외곽에서의 삶이 육체적 건강을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실제로, ‘비크로프트(Beecroft)의 첫 주택 구획지인 ’이튼 파크‘(Eaton Park)에 대한 1915년 광고에서는 ‘의학계에서 가장 건강한 삶을 구현할 수 있는 곳으로 강력 추천되는 곳이며, 가장 아름다운 교외 지역 중 하나’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지환 기자 jhkim@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