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심뇌혈관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인구는 전세계 약 2천만명에 이르며,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자는 각각 940만명과 387만명에 달한다. 심뇌혈관질환 사망자들 중 고혈압이 원인인 경우는 약 1천 1백만명이며, 높은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원인이 된 경우는 약 380만명으로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중요한 원인들로 확인됐다. 높은 콜레스테롤은 그 자체만으로도 심뇌혈관질환의 심각한 원인이 되지만, 콜레스테롤이 고혈압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심뇌혈관질환에 마치 엑셀을 밟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콜레스테롤이 혈관내막에 쌓이면 혈관이 좁아지고, 좁아진 혈관으로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기 위해 심장은 더 큰 압력으로 혈액을 밀어내기 때문에 혈압이 높아진다. 혈압이 높아지면 혈액이 흐를 때마다 혈관이 큰 압력을 받아 상처가 생기게 되고, 그 부위에 다시 콜레스테롤이 축적되면서 혈압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은 가중된다.
흡연+고혈압+고콜레스테롤 기대수명 -9.6년, 고혈압+고콜레스테롤 기대수명 -4.2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로버트 클라크(Robert Clarke)교수팀은 런던 공무원 남성 1만 8천여명을 대상으로 38년동안의 추적 관찰을 통해 흡연, 혈압, 콜레스테롤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 50세 이후의 기대 수명이 각각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분석했다. 비흡연자들의 경우, 고혈압(140mmHg이상) 또는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193mg/dL이상)를 갖고 있을 때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각각 1.76배와 1.21배 더 높았으며,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혈 수치를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 사망위험은 2.02배 더 높아졌다. 비흡연자이면서 혈압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 사람들의 50세 이후 기대수명은 33.3년이었던 반면,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함께 갖고 있으면 기대수명이 이보다 4.2년 더 짧아진 29.1년에 그쳤다. 특히, 흡연자들 중에서 고혈압과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동시에 갖고 있으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위험이 3.09배 더 높아졌고, 50세 이후 기대수명은 23.7년으로 나타나 기대수명이 약 10년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수명 도둑’ 심혈관질환 막으려면 ‘장수인자HDL’ 건강하게 유지해야
건강한 100세 장수인들의 특징 중 하나는 높은 HDL콜레스테롤 수치이다. 대표적인 장수연구에 따르면, 백세인들의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평균 84mg/dL로 매우 높았으며, 총콜레스테롤에서 HDL이 차지하는 비율도 32%로 나타나 정상인의 25%보다 더 높았다. HDL은 혈관내막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청소차와 같은 역할을 하는 콜레스테롤 운반체로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한국인 26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HDL콜레스테롤 수치 35mg/dL미만을 기준으로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35-44mg/dL일 때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남녀 각각 34%와 31% 더 낮아졌으며, 60mg/dL이상일 때 심혈관질환 위험은 남녀 각각 66%와 49% 더 낮아졌다.
뿐만 아니라, HDL은 심혈관질환의 주범인 고혈압 위험을 낮춘다. 일본인 약 150만 명을 대상으로 HDL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9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의 고혈압 발병률을 확인한 결과, 9개의 그룹 가운데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았던 그룹(20-29mg/dL)의 고혈압 발병률은 41.2%였으며, 가장 높았던 그룹(110mg/dL이상)의 고혈압 발병률은 26.5%였다. 고혈압 발병률이 23.7%로 가장 낮았던 그룹의 HDL콜레스테롤 수치는 90-99mg/dL였다. 또한,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20-99mg/dL 범위 안에 있을 경우 HDL 수치가 높아질수록 고혈압 발병 위험은 반대로 낮아졌으며, HDL콜레스테롤 수치 100mg/dL이상에서 고혈압 발병 위험이 다시 조금씩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