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 예산 문서에 ‘주택 문제’ 상당 부분 할애… ‘역사적’ 주택 투자 부족 언급
호주의 주택 부족 위기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새 회계연도 예산계획에서 연방정부는 심각한 공급 부족을 초래한 주택 문제에 대해 ‘역사적 수준의 투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인정했다.
내년도 예산안 문서는 상당 부분을 ‘주택 위기’ 부문에 할애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이다. 정부는 “호주 주택 시스템은 우리 인구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 충분한 신규 건설을 하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공급 부족이 증가하고 임차인과 첫 주택 구입자 모두의 구입 경제성(주택구입 능력)이 악화되었다”말했다.
새 회계연도 예산 문서의 주택 부문에 대한 별도의 장(chapter)에서 재무부는 20개 이상의 그래프를 활용해 이 문제를 설명했다. 이 가운데 10개의 그래프를 살펴본다. 이는 정부가 향후 몇 년간 연방 임대료 지원을 늘리기 위해 예산에서 19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 국제 기준에 비해 낮은 수준의 주택 공급
재무부는 호주 인구 1,000명당 주택 수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OECD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호주의 주택 공급 수준은 인구 1,000명당 420채였다.
이는 캐나다, 미국, 영국 등 비교 가능한 국가에 비해 뒤떨어진 것이다. 물론 이들 국가 또한 OECD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 공급 부족으로 인한 구입 또는 임대의 어려움
재무부 관계자는 주택 재고 부족으로 인해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대할 부동산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판매를 위한 주택 공급은 2015년 이후 감소했으며, 임대용 주택 또한 2020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임대주택 공실률은 현재 1.5% 미만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는 ‘심각한 임대주택 부족’을 의미한다. 임대 부문의 ‘균형 잡힌’ 시장을 보여주는 공실률은 3%대이다. 결국 이는 임대료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수도를 비롯해 일부 지방 지역의 임대 주택 공실률은 0.5%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 공급 부족으로 인한 구입 경제성 악화
호주 주택 시스템은 인구 증가에 따른 수요를 충족할 만큼 신규 재고를 확보하지 못했다.
최근 몇 년 사이 호주 인구는 너무도 빠르게 증가해 왔으며, 사람들의 주택 선호도 변화와 맞물려 임차인과 첫 주택구입자의 구입 경제성, 즉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크게 악화됐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는 공급 지연을 고려하면, 주택가격 상승과 구입 경제성 악화가 초래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명목 주택가격과 공시 임대료는 2000년 중반 이후 두 배 이상 올랐다.
이 같은 가격 압박으로 인해 가계소득에서 주택 및 주택 서비스에 대한 비중도 더욱 늘어나고 있다. 재무부 관계자는 예비 주택구매자의 경우 신규 주택담보대출(mortgage)을 상환하는 데 필요한 소득 비율이 2020년 평균 29%에서 불과 1년 후인 2023년에는 46%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는 장기 평균 35.7%를 크게 웃도는 것이며 주거 스트레스 기준치인 30%를 넘는 수치이다.


■ 장기적인 구입 경제성 저하
2002년 초, 중간 주택가격은 호주인의 중간 총가처분소득의 4.9배 수준이었다. 이것이 2024년 초에는 8.6배로 늘어났다.
또한 예비 주택구매자가 모기지를 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보증금(deposit)을 저축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늘어났다. 2002년 초, 20%의 보증금 마련에 7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11.4년이 소요된다.
이번 예산안 문서는 “이런 요인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택 소유율이 감소하는 데 기여했으며, 현재 더 많은 이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 정부의 사회주택 투자, 수십 년 동안 감소
낮은 수준의 주택 공급 문제 외에도 사회 주택(정부 공공 주택 및 지역사회 주택 포함) 건설 비율도 수십 동안 저조한 수준을 이어왔다.
호주 보건복지연구원(Australian Institute of Health and Welfare. AIHW)은 정부 공공 주택(public housing)을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가 제공, 관리하는 저렴한 비용의 임대주택으로 정의한다. 사회 주택도 이의 일부이다.
사회 주택은 정부가 전액 또는 부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조직이나 정부가 소유 또는 관리하는 임대주택으로, 여기에는 정부 공공 주택, 주 정부 소유 및 관리의 원주민 주택, 지역사회 주택이 포함된다.
정부는 지난 30년 동안 공공 주택 완공과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사회 주택 재고 비율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996년 이후 사회 주택 건설 수준은 기존 사회 주택 재고의 매각 및 철거를 따라잡기에 충분하지 못했다.

■ 정부 조치는 무엇?
2022년 연방선거에서 승리, 집권한 노동당 정부는 주택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약 260억 달러를 투자했다. 2024-25년 예산계획에서는 이 정책을 위한 새로운 약속에 62억 달러가 추가됐다.
하지만 대부분 계획이 이전에 발표되고 실행되었기에 이번 예산안에서는 기존 계획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언급한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각 주 및 테러토리 정부가 추진하는 새 주택단지에 상-하수도, 전력, 도로 등 필수 서비스를 연결하도록 주택 지원 프로그램에서 10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며(이는 이미 약속된 5억 달러를 확대한 것이다), △임대 스트레스 완화를 목적으로 정부의 임대료 지원 최대 비율을 10% 인상(향후 5년간 19억 달러 지출, △주택 건축 확대에 필요한 건설기술 인력 양성을 위해 TAFE에 8,880만 달러 제공(2024-25년부터 3년간. 여기에는 건설 부문 관련 기술 과정의 사전 견습 프로그램 이용 확대가 포함됨), △연방정부의 ‘Housing Australia Future Fund’ 및 국가 주택협정(National Housing Accord)에 따라 신규 사회 주택 및 저렴한 가격의 주택 공급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사회 주택제공 업체 및 기타 자선단체 대상의 양허성 대출(concessional loans. 금융 시장에서 제공하는 것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되는 대출)에 19억 달러 추가 지원, △임대용 주택 개발인 ‘Build to Rent’로 계속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서 외국인 투자자에게 더 낮은 투자 수수료로 Build to Rent 개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 △사회 주택 및 노숙자 서비스에 대한 지원 강화를 위해 이의 전국 협약(‘National Agreement on Social Housing and Homelessness’) 추가 자금으로 4억2,300만 달러(2024-25년부터 향후 5년 이상) 제공 등이다.
이 같은 정부 조치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2024년 7월 1일부터 5년 동안, 적당한 지역에 신규 주택 120만 채를 건설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보완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고등교육 부문의 역할
아울러 정부는 고등교육 부문이 호주 경제에 매우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호주로 유입되는 국제학생들이 민간 임대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이 제공할 수 있는 학생 숙소 규모 등의 요인에 따라 유학생 등록을 제한함으로써 학생 숙소 가용성을 높이고자 각 대학과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부분에 새 회계연도부터 향후 5년간 210만 달러의 비용을 책정했다. 예산계획 문서에는 “국제학생들에게 더 많은 숙박시설을 제공하고 민간 임대시장에 대한 압력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고등교육 부문과 협력하여 각 대학이 학생 숙박시설 공급을 늘리도록 요구하는 규정을 개발할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