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20억 달러 청구 직면
호주 보험업계가 사이클론 알프레드(Tropical Cyclone Alfred)로 인해 최대 20억 달러의 보험금 청구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이번 사이클론은 브리즈번과 퀸즐랜드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 북부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며, 약 400만~450만 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약 180만 가구에 해당한다.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이번 사이클론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용평가사 S&P는 이번 사이클론이 보험업계에 최대 20억 달러의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UBS 분석가들은 대형 보험사인 선콥(Suncorp)과 보험 오스트레일리아 그룹(Insurance Australia Group, IAG)이 이번 손실을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보험 없으면 자산 75%를 잃을 수도
최근 호주연구소(Australia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호주 가구의 약 20%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장 범위가 부족한 상태다. 이는 약 140만 가구가 재해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중산층 가정이 보험 없이 주택을 잃게 되면 자산의 75%를 잃을 위험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사회 정의 및 기후 위험 전문가들은 자연재해가 빈번해지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보험사들이 아예 보장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남동부 퀸즐랜드는 홍수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 보험료 상승폭이 가장 크다.

남하하는 사이클론, 대비 부족한 지역
사이클론 알프레드는 오는 토요일 새벽 퀸즐랜드 남동부와 뉴사우스웨일스 북부 해안 지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상륙 지점은 누사(Noosa)에서 쿨랑가타(Coolangatta) 사이 지역이다. 기후 위험 분석 기업인 ‘클라이밋 밸류에이션(Climate Valuation)’의 최고경영자 칼 맬런(Karl Mallon)은 “기온 상승으로 사이클론이 더 남쪽까지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퀸즐랜드 남동부는 기존에 강력한 사이클론이 자주 발생했던 지역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들이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인상과 보장 철회 가능성
보험 전문가들은 사이클론이 기존에 대비되지 않은 지역을 강타하면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University of NSW)의 제러미 모스(Jeremy Moss) 교수는 “자연재해 발생 시 가장 큰 문제는 적절한 보험이 없는 가구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보장 범위가 부족하거나 보상금 지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칼 맬런은 “보험사 입장에서 특정 지역의 많은 주택을 보장하고 있는데 사이클론이 강타하면 대규모 보험금 지급이 불가피하다”며 “이로 인해 보험료가 급격히 오르거나, 보험사가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클론 피해, 2022년 기록 초과할 수도
호주보험협회(Insurance Council of Australia) 최고경영자 앤드루 홀(Andrew Hall)은 “보험업계가 오랫동안 우려해온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특히 해안 지역의 인구 밀집도가 매우 높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2022년 퀸즐랜드 남동부 지역 홍수로 인해 23만 건의 보험 청구가 접수됐으며, 보험업계는 총 43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 2011년 브리즈번 홍수 때도 23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기후 변화가 불러온 ‘새로운 현실’
칼 맬런은 “보험 시장은 국제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호주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나 유럽 홍수 등으로 인한 보험사들의 손실이 호주 보험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보험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극한 기후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지난 30년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2022년 홍수 이후 싱크탱크 ‘맥켈 연구소(McKell Institute)’는 지난 1년간 극한 기후로 인해 호주 가구당 평균 1,532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보험 업계의 대응 방안
앤소니 알바니즈 총리는 “대형 보험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원활한 보상 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년 홍수 당시 보험업계는 부실한 대응으로 비판을 받았으며, 연방 의회 조사에서는 보험사들이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IAG 최고경영자 닉 호킨스(Nick Hawkins)는 사이클론 알프레드가 “1999년 시드니 우박 폭풍 이후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1974년 사이클론 조이(Cyclone Zoe) 이후 해당 지역의 개발이 크게 진행된 만큼 피해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UBS 애널리스트 키어런 치지(Kieren Chidgey)는 지난해 도입된 사이클론 재보험 기금(Cyclone Reinsurance Pool)이 일부 손실을 줄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이클론 이후 발생할 홍수 피해”라며 “해당 기금이 지난해 12월 퀸즐랜드 북부를 강타한 사이클론 재스퍼(Cyclone Jasper)로 인한 4억 1천만 달러의 손실 중 9천1백만 달러만 부담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정부의 사이클론 재보험 프로그램이 특정 지역과 보험사에 따라 보험료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