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 해외이주 감소하려는 정부 계획의 중심 표적, 수익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흔들’
친팔레스타인 학생들로 인한 표현주 자유 한계 시험… 대학의 로비력 문제 노출도
연방정부가 순 해외이주를 감축하기 위해 호주로 들어오는 국제학생 수를 활용함으로써 고등교육 비즈니스 모델이 위험에 직면했다. 호주 대학들은 실존적 위기를 맞고 있으며, 그 외에도 사방에서 공격을 받는 상황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교육계 일각에서는 노동당 정부가 약속한 대학협정(University Accord)을 검토함으로써 한 세대에 한 번 있을 법한 개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그 기대감 대신 대학들은 이민자를 감축하려는 정부 계획의 중심이 되었다. 이로써 수십억 달러의 유학생 등록금 수익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 모델이 위태롭게 됐다.
여기에다 중동 지역 분쟁의 여파로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 진영(pro-Palestinian encampment)은 대학 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시험 중이고, 교육 당국과 연계된 기관 사이의 분열을 폭로했으며, 나아가 반유대주의(anti-Semitism)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정치인들이 대학 부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일까지 나오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부각시키는 것은 고등교육 로비 능력의 핵심적 문제로 지적된다. 정치권이 대학을 중요한 ‘표밭’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 연방정부 방침
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52만8,000명에 달했던 순 해외이주를 내년까지 26만 명 선으로 줄이기를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한 주요 메커니즘은 국제학생 유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부는 학생비자 처리를 강화해 특정 국가 학생들의 호주 유학을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서 정부는 최근 대학과 직업훈련 교육기관 등록 국제학생 수에 상한선을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학과 과정 또한 이에 해당된다.

이는 학업을 이유로 장기간 호주에 체류할 수 있는 학생비자를 취득한 뒤 ‘취업’에 치중하는 학생을 받아들인 교육기관과 함께 비자 시스템을 오용하는 대행업체 단속을 위해 시행된 조치에 더해 이루어졌다.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자유당) 대표도 유학생 수를 줄여 호주 국민들이 겪는 주택 부담을 완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대학들은 캠퍼스 내 친팔레스타인 시위 진영 문제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은 대학으로 하여금 이스라엘 대학 및 무기 제조업체들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 크게 늘어난 국제학생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사태가 완화되면서(호주 정부의 국경 폐쇄 해제 이후) 해외에서 입국하는 유학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전부터 각 대학들은 주요 연구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데 있어 국제학생들이 납부하는 등록금에 크게 의존해 왔다.
2020년 팬데믹 사태 직후 국경을 폐쇄했던 모리슨(Scott Morrison) 정부는 이를 해제한 후,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고자 국제학생에게 더 많은 근로 시간을 허용하는 등 유학생들이 더 오래 호주에 머물도록 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국제학생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이다.
이제 노동당 정부는 내년도 연방선거를 앞두고 순 해외이주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는 핵심을 유학생 감소에 두고 있다.
중국 유학생 의존도가 높은 시드니대학교(Sydney University)는 지난해 국제학생으로부터 14억6,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팬데믹 사태 이전까지, 시드니대학교 국제학생의 절반가량이 중국인이었다). 이는 2017년 유학생을 통한 수입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정부가 각 교육기관에 부과하는 국제학생 수 한도가 어떻게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대학 총장들은 정부가 과도한 조치를 취할 경우 고등교육 자금에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웨스턴시드니대학교(Western Sydney University) 조지 윌리엄스(George Williams) 부총장은 “정부가 (순 해외이주 감축에서) 편리하게 대학을 목표로 삼는 것이 문제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윌리엄스 부총장은 지난달 호주 8개 주요 대학 그룹인 ‘Group of Eight’의 팟캐스트에서 “(정부 입장에서는) 다른 부문보다 (공격받을) 표적이 적고 (선거에서) 표를 잃을 가능성도 적다고 생각해 대학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수위 높아지는 대학 내 친팔레스타인 진영의 시위
미국의 주요 대학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친팔레스타인 캠프가 지난 4월에는 호주 대학 캠퍼스를 점거했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학들로 하여금 이스라엘 대학 및 무기제조 업체들과의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는 시위 학생들은 교육기관들이 어떻게 이들(이스라엘 대학 및 무기 업체들)을 상대할 것인지를 놓고 분열되는 상황을 폭로하고 있다.
대학 총장들은 유대인 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안전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우려 속에서 유대인 단체 및 시위 반대자들로부터 시위 캠프를 강제 철거하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
친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은 ‘intifada’(팔레스타인 봉기. 정확히는 1987년 Gaza Strip과 West Bank 이스라엘 점령 지역에서의 팔레스타인에 의한 반란을 뜻한다),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일부 유대인 단체는 이 같은 구호를 ‘이스라엘 제거를 위한 요구’로 간주하는 반면, 다른 일부에서는 ‘단순히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권리 요구’로 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일부 유대인이 포함된 많은 시위 그룹이 두 국가 해결책이나 이스라엘의 존재 권리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관련해 시드니대학교 시위 캠프는 “우리는 두 국가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48년 이전의 전체를 원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팔레스타인의 땅임을 지지하는 것이다.
대학 당국은 학생 시위에 강하게 대처하고 있다. 빅토리아(Victoria) 주 소재의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와 라 트로보대학교(La Trobe University)는 학생들에게 해산을 명령했고, 모나시대학교(Monash University)는 ‘인티파다’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에게 징계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통보했다.
멜번대학교 시위 학생들은 무기제조 업체와의 관계를 대학 측이 공개하기로 합의한 후에야 해산한다는 입장이다.
시드니대학교 시위대 또한 대학 측의 시위 진영 폐쇄 요구에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시위는 대체로 평화롭게 유지되었지만 ‘Families for Palestine’이라는 단체가 ‘시드니대학교 팔레스타인 시위 캠프로의 어린이 탐방’(Kids excursion to Sydney University Palestine solidarity encampment)이라는 행사를 시도한 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5월) 마지막 주, 시드니대학교 마크 스콧(Mark Scott) 부총장은 대학 측이 방산업체와의 관계 및 투자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조건으로 학생 시위 캠프의 폐쇄를 제안했지만 학생들로부터 거부됐다.

그러자 야당 내각 교육부를 담당하는 사라 핸더슨(Sarah Henderson) 의원은 “대학 내에 반유대주의(anti-Semitism)가 무단으로 확산되도록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스콧 부총장의 사임을 촉구했다.
핸더슨 의원은 “스콧 부총장은 지난 몇 주, 몇 달 동안 시드니대학교를 (정치적 목적을 가진) 행동주의자들의 발판으로 만든 반유대주의적 증오와 비난에 대해 학생 및 직원들에게 취해야 할 적절한 조치를 거부했다”면서 “시위 학생들과의 합의가 진행되어서는 안 되고, 대학의 책임 포기에 대해서는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것들이 중요한 이유는
전례 없는 대학의 국제학생 허용 상한제, 그리고 친팔레스타인 학생 시위를 둘러싼 담론은 대학에 대한 ‘외부 개입’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웨스턴시드니대학교 윌리엄스 부총장은 “정치권의 강력한 대학 공격에 대한 사회적 허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학이 왜 중요한지, 그것이 국가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지역사회에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정치인 및 지도자들에게 의지하고 있다”는 그는 “우리(대학)가 사방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면 이는 대처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위 명문대학들로 구성된 ‘Group of Eight’의 비키 톰슨(Vicki Thompson) 최고경영자는 정치권의 한 인사가 자신에게 ‘대학에는 정치인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투표권이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대학이 가진 표(유권자 지지)가 많지 않다고 보는 일부 정치인의 시각을 폭로한 것으로, 그녀는 “교육 부문의 추(pendulum)가 다른 극단으로 돌아가고, 대학을 공격하는 것에 어떤 장점이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라며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이어 톰슨 CEO는 “어떤 이들에게는 ‘표현의 자유’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경우’에만 괜찮은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경찰이 대학을 습격하고 학생을 체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 대학이 나아가는 방향은
대학협정의 최종 보고서는 올해 초 전달되었지만 정부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개혁의 기회로 평가받는 교육 부분에서는 특히 정부로부터 제공되는 자금에 대한 검토가 밋밋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런 한편, 일부에서는 정부가 제안한 유학생 정원(수용 상한제)이 대학의 미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고등교육 전문가인 앤드류 노턴(Andrew Norton) 교수는 연방정부의 국제학생 관련 법안이 ‘유학생 수를 감축하는 데 필요한 수준을 훨씬 넘어서며, 해당 분야(고등교육 분야)에 장기적인 해를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턴 교수는 “국제학생 한도 입학한도 초과의 경우, 정부가 ‘엄격한 조치’를 밝힌 만큼 대학들은 몇 퍼센트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또는 그렇지 않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도 이하로 입학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학들은 조정을 하겠지만 몇 년 지나면 인력 감축 바람이 일어날 것”이라는 그는 “특히 ‘Group of Eight’의 경우 장기적으로는 연구 성과가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톰슨 CEO는 현재 상황을 ‘대학의 존재 자체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그녀는 “우리(대학)는 지역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평가되는지에 대한 전환점(inflection point)에 있다”면서 “우리(대학)는 제 역할을 계속하고, 아마도 그 일에 대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터이지만 우리는 국가 연구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유학생 등록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왜곡된 자금조달 모델 하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