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이 몇 달간 소폭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달 예상되는 금리 인하가 주택 시장의 급반등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인 프롭트랙(Prop Track)에 따르면, 1월 한 달 동안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거나 하락했다. 이는 오는 2월 호주 중앙은행(RBA)의 금리 인하를 앞두고 모기지 대출자와 주택 구매자들이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결과다. 시장에서는 최근 발표된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바탕으로 0.25%p(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시드니,멜번, 호바트 도 하락
지난 1월 전국 주택 가격은 평균 0.16% 하락했으며, 주요 도시별로는 △호바트(-0.46%) △멜번(-0.3%) △시드니(-0.21%) 등이 가격 하락을 주도했다. 반면, 브리즈번은 0.08% 상승하며 주요 도시 중 유일하게 오름세를 기록했다. 퍼스는 가격이 변동 없이 유지됐으며, △애들레이드(-0.08%) △캔버라·다윈(-0.1%)은 소폭 하락했다. 과거 금리 인하는 주택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부동산 기업 더 에이전시(The Agency)의 최고경영자(CEO) 매트 라후드는 “이번에는 반응이 다소 더딜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가 인하되면 사람들이 당장 재정 상황을 다시 점검할 것”이라며 “이전처럼 ‘놓치면 안 된다(FOMO·Fear of Missing Out)’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 대비하는 구매자들
한편, 일부 주택 구매자들은 금리 인하에 맞춰 미리 움직이고 있다. 모기지 중개업체 렌디(Lendi)에 따르면, 최근 90일 대출 사전 승인 신청 건수가 6개월 평균 대비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최대 2~5차례 추가 인하를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매회 약 100달러씩 대출 상환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렌디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세바스찬 왓킨스는 “금리가 인하될 때마다 현재 대출 금리를 다시 점검하고, 시장에서 더 나은 조건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와 다른 시장 흐름 예상
팬데믹 시기의 금리 인하는 호주 주택 시장 역사상 가장 빠른 가격 상승을 불러온 바 있다. 그러나 REA 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엘리너 크리는 이번 금리 인하 사이클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주택 구매 여력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이전과 같은 급격한 가격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후에도 주택가격 상승폭은 제한적일 듯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대출 부담이 줄어들고 구매 여력이 커지면서 주택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가격 상승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미 높은 수준의 주택 가격과 부담스러운 대출 상환 능력을 고려할 때, 이번 완화 사이클에서의 가격 상승 폭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올해 주택 시장은 금리 인하 효과와 높은 가격 부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2월 RBA가 금리 인하를 보류할 경우, 주택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코어로직(CoreLogic)의 팀 로리스는 “대출 금리 하락, 대출 한도 증가, 주택 공급 부족이 맞물리면서 가격 하락 폭이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시장 반등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으며, 반면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체 레이 화이트 버더림(Ray White Buderim)의 디렉터 제이크 로이에로는 “일부 구매자들은 이미 시장이 반등할 것을 예상하고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확정되면 매수 심리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