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가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해 아카데미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로 78회째를 맞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최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직전에 열려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해보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한 바 있어 ‘미나리’에 대한 기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미국 시간으로 2월 28일 뉴욕 레인보우 룸과 LA 비벌리 힐즈 힐튼 호텔에서 동시에 개최되었으며 시상자는 현장에서, 후보자와 수상자는 온라인으로 참석했다.
자택에서 온라인으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정이삭 감독은 함께한 딸을 안고 “여기 있는 제 딸이 이 영화를 만든 큰 이유”라고 기뻐했다. 또한 “‘미나리’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만들어나가는 가족의 이야기”로 “그 언어는 그 어떤 언어보다 깊은 진심의 언어(Language of Heart)” 라고 밝혔다.
‘미나리’가 처음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로 고려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주로 아시아계 감독과 배우, 작가를 포함한 할리우드 인사들은 “더 이상 미국적일 수 없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 HFPA의 결정을 비판했다.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와 미국 영화감독이 만들고 미국 배급사가 배급하는 미국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골든글로브를 주최하는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는 골드글로브 상 규칙에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본상 후보에 오를 수 없다며 영화의 70% 정도가 한국어인 ‘미나리’를 결국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 부문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영화계 인사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Inglourious Basterds)은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비율이 30:70 정도인데도 2010년 골든글로브 최우수 영화상을 포함해 4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중 잣대를 비난했다.
HFPA는 이뿐 아니라 올해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영화 평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흑인 감독이나 배우의 작품이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로도 비판을 받았다. LA 타임스는 HFPA의 폐쇄성과 불투명한 운영과 함께 지난 20년간 회원 중 흑인 기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에 따르면 한국인 기자 1명이 HFPA 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나리’에서 스티븐 연, 한예리, 윤여정, 앨런 김, 노엘 케이트 조는 새로운 삶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워킹 데드’ 시리즈, ‘옥자’, ‘버닝’을 통해 세계적인 배우가 된 스티븐 연과 한예리, 윤여정의 연기 합은 물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캐스팅된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연출과 각본은 르완다 학살 이후를 그린 ‘문유랑가보(Munyurangabo)’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후보에 올라 영화 평단의 주목을 받은 한국계 미국 감독 정이삭(Lee Isaac Chung)이 맡았다. 제작은 ‘문라이트’, ‘노예 12년’ 등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을 만든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 B가 맡았다.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시작으로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까지 휩쓴 ‘미나리’는 전 세계에서 75관왕을 기록해 오스카 유력 후보작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나리’는 호주 전역에서 상영 중이며 한국에서는 3월 3일 개봉했다
ⓒcopyright 한국신문 박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