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인플레이션, 지난해 12월 7.8%→올 3월 분기 7%, 가계 재정은 아직도 어려워
호주인들의 생활비 압박을 가져온 인플레이션 수치가 지난해 12월 7.8%에서 올 3월 분기 7%로 다소 완화됐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학자들은 지난해 12월 물가지수가 정점을 찍었다는 증거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호주 통계청(Australian Bureau of Statistics)이 최근 내놓은 이 데이터는, 표면적으로는 분명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연방 재무부 짐 찰머스(Jim Chalmers) 장관은 “최악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이제는 우리 뒤에 있다”며 ABS의 이 통계를 환영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헤드라인 수치와 달리 소비자가 필요로, 불가피한 상품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 수치를 나타내는 비재량적 비용(non-discretionary prices. 필수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상품 가격)과 재량적 비용(discretionary prices. 선택적으로 가계 재정을 지출할 수 있는 상품 가격)을 보면 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 계속 높아지는 임대료
임대료는 전국적으로 낮은 공실률 속에서 강력한 수요를 반영, 2010년 이후 가장 큰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ABS는 시드니와 멜번(호주 인구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도시)의 임대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으며, 두 도시 모두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전기-가스 가격
ABS의 설명에 따르면 높은 가스 도매가격이 가스는 물론 가정용 연료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휘발유 가격의 연간 상승률은 26.2%로 사상 최대이다. 전기 도매가격 또한 일반 가정의 전기사용료에도 영향을 미쳐 연간 인상률은 15.5%에 달했다.
■ 식료품 가격, 소폭 완화됐지만…
연간 식료품 가격 인플레이션은 약간 완화됐다. 이 부문의 경우 지난해 12월 분기에는 9.2%를 기록했지만 올 3월 분기에는 다시 8%로 하락했다.
■ 휘발유 가격, 지속 상승
무연휘발유(unleaded petrol)와 경유(diesel) 가격 모두 팬데믹 사태의 정점에서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무연휘발유 가격은 3월 분기, 변동이 없었지만 경유 가격은 리터당 평균 20센터 하락했다.
■ 교육비, 두드러진 상승
초등학교 및 하이스쿨, 고등교육 비용은 5년 만에 가장 높은 총 인상률을 보였다.
ABS는 더 증가한 임금 인상으로 수업료가 높아졌지만 NSW, 빅토리아(Victoria), 퀸즐랜드(Queensland) 주에서 도입된 무료 프리스쿨(preschool)이 이 부문 상승률을 다소 상쇄했다고 설명했다. 대학 교육비용은 지난 2021년 도입된 취업준비생 패키지의 최종 효과와 수업료의 연동 증가로 인해 상승했다.
비 재량가격 대 선택적 지출
ABS는 비재량 및 재량 지출에 대한 국제 표준이나 정의는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상품 또는 서비스가 기본적인 필요(비 재량적)를 충족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다소 주관적이며 각 가정마다 다를 수 있다.
다만 간단하게 설명하면, 비재량 상품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상품 또는 서비스(음식, 주거비, 건강관리 비용 등)를 충족하는 것,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것(자동차 정비ㅡ 학비 등), 그리고 법적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비용(강제 보험, 인지세 등)을 말한다.
이와 달리 재량적 비용은 외식, 주류 구입, 휴일(문화생활 등) 즐기기와 같이 각 가정의 ‘선택적’ 구매로 간주될 수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이다.
ABS 집계를 보면 비재량 상품은 연간 7.2%를 기록했으며 올 3월 분기에는 1.9%가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은 의료 및 병원 서비스(+4.2%), 가스 및 기타 가정용 연료(+14.3%), 신규 주택구입(+1.2%)에 의해 주도됐다.
재량적 상품가격은 연간 6.8%, 3월 분기에는 0.6%가 상승했다. 이는 고등교육(+9.7%), 국내 휴가여행(+4.7%), 자동차(+1.8%) 상품 또는 서비스 가격 인상에 따른 것이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