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실제 관행과 무관
맥쿼리대학교(Macquarie University)가 학생들에게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acknowledgement of country)’을 시키고 이를 성적에 반영했던 법학과 수업 평가방식을 철회했다.
보수 성향의 원주민 지도자들은 이 평가 방식을 ‘사상교육’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학 측은 앞으로 해당 과제를 평가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본지에서도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대학은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현대 법조계의 실제적인 전문 기술로, 문화적으로 존중을 담아 표현하는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체성적의 30%차지
이번 논란은 맥쿼리대 법학과의 ‘노년과 법(age and the law)’이라는 과목에서 비롯됐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발표 과제를 부여하면서, ‘acknowledgement of country’ 또는 ‘welcome to country’를 하는 능력 자체를 성적 평가의 주요 항목으로 포함시켰다.
해당 과제는 전체 성적의 30%를 차지하며, 컨트리 인사는 다섯 가지 주요 평가 항목 중 하나였다. 고득점을 받기 위해서는 “간결하면서도 성찰이 담기고, 예외적으로 잘 구성된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발표 서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채점 기준도 명시돼 있었다.
지난달 맥쿼리대 대변인은 이 같은 평가 기준에 대해 “이번 과제뿐 아니라 과목 전반의 학습 목표와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었다.
“적절치 않은 평가” 학생요청에 따라 수정
그러나 18일, 대학 측은 “면밀한 검토 결과, 해당 말하기 과제에서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포함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은 성명을 통해 “LAWS5005 과목에서 앞으로는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평가 과제의 일부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수업 책임 교수가 학생들에게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해도 과락 처리되거나 점수가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대학의 표준적인 평가 조정 절차를 통해, 해당 선택이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관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대학입장엔 변화없어
다만 대학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현대 법조계의 실무를 검토한 결과, ‘호주 원주민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여전히 진정성 있고 전문적인 기술로 간주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대학 측은 “법률 회사, 정부기관, 법 개혁 관련 제출 문서 등에서 컨트리 인사는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관행”이라며, 이를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실무와 무관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맥쿼리대학교는 학문적 자유와 존중 어린 토론에 깊이 헌신하고 있으며, 다양한 아이디어와 지식이 호기심과 열린 마음, 진보적인 정신 속에서 탐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생 문제제기 수용
이어 “맥쿼리대 법학과는 한 학생의 문제 제기를 즉각 수용해 해당 사안에 대해 신속하게 조치했으며, 향후 더 나은 평가 방식을 위해 개선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대학 측은 “이번 조치는 맥쿼리대가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평가 전략과도 부합하며, 학생들에게 실제적이고 의미 있는 과제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경미 기자 kyungmi@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