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핀 왁스 속 감춰진 마약
이란발 마약 ‘아이스’가 말레이시아를 거쳐 호주에 대량 유입되던 중, 국제 마약 밀매 조직이 호주 연방경찰(AFP)과 말레이시아 경찰의 공조 수사로 적발됐다. 이들은 총 32톤의 파라핀 왁스에 ‘아이스’를 섞어 숨긴 뒤, 시드니(Sydney)와 멜번(Melbourne)으로 밀수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작전은 ‘타이거-말랑(Operation Tiger-Malang)’이라는 명칭으로 양국 경찰이 3개월에 걸쳐 정밀 감시를 벌인 끝에 이루어졌다.
시드니에서 적발 후 추적
문제가 된 166개의 드럼통은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시드니에서 마약이 적발되자, 경찰은 드럼 속 마약을 제거하고 빈 드럼으로 교체한 뒤 멜번으로 보냈다.(위장 배송을 통해 수신자를 추적하려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출발한 해당 마약 화물은 경찰이 출발 시점부터 3개월간 감시해왔다. 케이트 페리(Kate Ferry) AFP 사령관은 “우리는 마약의 유입을 막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작전은 심각한 범죄 조직의 뿌리를 정조준한 결과로, 국제 협력을 통해 마약 밀수 경로 차단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멜번 남성 기소돼
AFP는 지난달, 시드니에서 해당 드럼을 수거한 혐의로 멜번(Melbourne) 거주 31세 남성을 기소했다. 그는 멜번 동부 교외 로우빌(Rowville)에 위치한 한 창고에서 드럼 88개를 수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후 이루어진 압수수색에서는 단축 산탄총과 실탄이 발견됐다. 그는 대량의 국경통제 약물을 소지하려 한 혐의와 함께 불법 무기 소지 혐의로 기소됐다.
파라핀 왁스 속에 숨겨진 ‘아이스’의 정확한 양은 현재 정밀 감식(forensic testing)이 진행 중이다.

힙플라스크 속 1억 달러 규모
AFP는 이와 별도로 지난 2월, 또 다른 이란계 조직과 연계된 1억 달러 규모의 ‘아이스’ 밀매 혐의로 남성 3명을 체포했다. 해당 마약 110kg은 금속제 힙플라스크 400상자 속에 숨겨져 있었다.
이란, 마약문제 심각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의 마약 중독자 수는 약 280만 명에 달하며, 이들은 정기적으로 마약을 소비하고 있다.
이란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마약은 아편이다. 아편은 헤로인의 주요 성분으로, 이란에서 소비되는 마약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아편 생산이 활발한 아프가니스탄의 마약 생산량이 최근 몇 년간 증가하면서, 이란 내 마약 소비 문제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란 마약 소비에서 마리화나 및 그 유도체는 12%를 차지하며,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자극제인 메탐페타민은 약 8%를 차지한다고 마약 통제기구 대변인 파르비즈 아프샤르(Parviz Afshar)는 밝혔다.
이란 최고 의사결정기관인 익스페디언시 위원회 내 마약 관련 워킹그룹의 사에드 사파티안(Saeed Safatian) 위원장은, 조사에 응답한 사람들 중 일부가 가족 중 마약 중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마약 중독자는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약 중독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조사에 응답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국제마약 거래허브
이란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아이스’ 유통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접경한 지리적 특성과 더불어, 이란 내 일부 범죄 조직은 자국 보안 기관의 묵인 아래 활동 중인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이란은 전 세계에서 가짜 감기약 성분인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이는 ‘아이스’ 제조의 핵심 원료다.
미군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탈레반은 양귀비 재배를 전면 금지했고,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산 아편 공급이 끊기면서 이란 조직은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했다.

혁명수비대 개입 정황
국제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slamic Revolutionary Guards Corp)가 마약 거래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보고서는 “마약 밀수는 이란 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마약 밀매가 주요한 재정 수단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