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즈매니아(Tasmania) 맥쿼리 하버(Macquarie Harbour)에서 이뤄지는 연어 양식이, 멸종 위기종인 마우지안 가오리(Maugean skate)와 관련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주장은 노동당(Labor)의 선거 지지율을 위협하며,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와 환경장관 타냐 플리버섹(Tanya Plibersek) 간의 긴장으로도 이어졌다. 하지만 해당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심스럽고 근거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타즈매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Tasmania) 정부학 명예교수 아인슬리 켈로우(Aynsley Kellow)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맥쿼리 하버에 연어 양식장이 들어서기 전부터 이미 마우지안 가오리가 멸종 위험에 처해 있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 사안이 환경운동가들에 의해 정치적으로 “무기화됐다”고 주장했다.
켈로우 교수는 “수산양식업과 가오리가 반드시 공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맥쿼리 하버에서 연어 양식을 전면 금지하더라도 개체 수와 서식지가 극히 제한적인 이 종의 생존이 보장되진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타즈매니아 연어 전쟁에서 멸종위기종 법의 무기화(Skating over thin evidence: The weaponisation of endangered species laws in the Tasmanian salmon wars)’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는, 최근 조사 결과 마우지안 가오리 개체 수가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었음을 언급했다. 또한 이 고대 가오리과 어류는 인간의 영향이 거의 없었던 다른 지역, 즉 배서스트 하버(Bathurst Harbour)에서도 멸종된 사례가 있다며, 맥쿼리 하버에서의 연어 양식 중단이 곧 가오리 생존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재승인 재검토 착수
2023년 11월, 플리버섹 장관은 환경생물다양성과보전법(EPBC Act)에 따라 환경단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2012년 승인된 맥쿼리 하버의 연어 양식 확대 계획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했다.
정부의 과학 자문단은 연어 양식이 수중 산소 농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멸종 위기에 처한 마우지안 가오리에게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플리버섹 장관은 연어 양식 밀도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 같은 검토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자, 알바니즈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플리버섹 장관의 재검토를 무산시켰다. 이후 보브 브라운 재단(Bob Brown Foundation)은 이 변경 사항을 연방법원에 제소하면서 불확실성은 다시 커졌다.

선거전 흔드는 ‘연어 전쟁’
맥쿼리 하버 사안을 둘러싼 ‘연어 전쟁’은 여전히 타즈매니아 내 연방 하원 선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업부 장관 줄리 콜린스(Julie Collins)는 기후운동 단체 Climate 200의 지원을 받는 반 연어 독립 후보의 도전을 받고 있다.
야당 연합(Coalition)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노동당의 전통 산업에 대한 입장을 문제 삼고 있으며, 특히 라이언스(Lyons), 배스(Bass), 브래든(Braddon) 등의 접전 지역에서 이를 쟁점화하고 있다. 반면 ‘티얼(Teals)’로 불리는 중도성향 무소속 의원들은 환경법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환경단체 주장, 더 면밀히 검토해야
켈로우 교수는 호주 공공정책연구소(Institute of Public Affairs)가 발행한 이 보고서를 통해, 맥쿼리 하버 사안이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보다 엄격하게 검토하고, 장관이 의존하는 과학적 근거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플리버섹 장관의 재검토 요청을 촉발한 호주연구소(The Australia Institute), 보브 브라운 재단(BBF), 환경변호사단(Environmental Defenders Office)은 켈로우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들은 오히려 EPBC 법이 산업계에 유리하게 설계됐으며, 자연 보호보다는 개발을 돕는 도구로 변질됐다고 주장했다. 엘로이즈 카(Eloise Carr) 호주연구소 타즈매니아 국장은 “호주의 환경법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산업 개발을 돕는 데 치우쳐 있다”며 “정부는 법이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려는 순간, 외국 자본이 소유한 산업을 보호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연어 양식장은 치명적 영향
보브 브라운 재단은 자신들의 조치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며, 맥쿼리 하버에서 연어 양식장을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단의 해양 캠페인 담당자이자 라이언스 지역의 녹색당 후보인 앨리스터 앨런(Alistair Allan)은 “연방 정부의 과학적 자문은 분명했다. 맥쿼리 하버의 연어 양식장은 마우지안 가오리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맥쿼리 하버는 언제나 마우지안 가오리의 유일한 생존 가능 서식지였다”며 “EPBC 법은 더욱 강화돼야 한다. 알보(Albo, 앤소니 알바니즈 총리)와 더튼(Dutton, 야당 대표)이 손잡고 법을 약화시키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 법에 따라 처리 중
노동당 선거 캠프 대변인은 “우리는 존 하워드(John Howard) 총리와 자유당이 처음 제정한 국가 환경법에 따라 이 사안을 처리해왔다”고 밝혔다. “작년에는 알바니즈 정부가 이 법을 개선하기 위한 개혁안을 제안했지만, 자유당과 녹색당이 연합해 이를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IPA, 환경법구조 개혁해야
호주 공공정책연구소의 모건 베그(Morgan Begg) 연구 국장은, 켈로우 교수의 보고서가 드러낸 문제점을 주요 정당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정치 지도자들은 타즈매니아에서 환경운동가들이 가장 중요한 산업과 수천 명의 일자리를 법률 소송을 통해 위협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알바니즈 정부가 이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응해, 국가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를 방해하는 악의적인 소송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음 정부는 환경법의 구조적 결함을 개혁함으로써 주요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정책연구소는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EPBC 법 관련 소송으로 인해 총 65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위협받았으며, 1992년부터 2016년까지 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종 수가 6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법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며, 2000년부터 2020년 사이 관련 규정 수가 445%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맥쿼리 하버의 연어 양식과 마우지안 가오리 보호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적 근거, 환경 보호, 산업 생존이라는 세 축이 충돌하는 복잡한 갈등이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보다 균형 잡힌 해법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