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DeepSeek)가 중국의 인기 소셜미디어 플랫폼 틱톡(TikTok)보다 국가 안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필 다리다키스(Phil Dalidakis) 전 빅토리아 혁신부 장관은 딥시크의 등장으로 인해 우리는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밀려날 위험에 처했다”고 강조하며, 정부의 긴급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딥시크는 자사의 AI 모델이 OpenAI의 ChatGPT를 비롯한 미국의 최신 기술과 거의 대등하며, 가격은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기술 시장에 충격을 주었고, 엔비디아는 딥시크 발표 이후 주식이 17% 하락하며 5800억 달러(약 927조 원) 이상의 시장 가치가 하락했다. 그러나 분석가들이 딥시크의 주장을 의문시하면서, 엔비디아는 주가를 일부 회복하기도 했다.
필 다리다키스 전 장관은 “딥시크가 이렇게 빠르게 공개된 것을 보고 놀랐다”며 “딥시크는 틱톡보다 훨씬 더 큰 보안과 정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딥시크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 사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악용하는 등 심각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보안 기업인 넷스코프(Netskope)의 레이 칸자니즈(Ray Canzanese) 보안 연구소장도 딥시크의 사용이 호주 내 기업들에서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기업의 직원들이 업무용 기기에서 딥시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경고했다. 특히,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되거나 데이터 정책 위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에드 후식(Ed Husic) 연방 과학부 장관은 “딥시크의 잠재적 위협에 대해 국가 안보 기관들과 논의 중”이라며, 다만 “틱톡 금지와 같은 방식으로 즉각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그는 “딥시크에 대한 논의가 틱톡과 비슷한 형태로 확산될 것”이라며 “국가 정보기관의 조언을 받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과거, 조 바이든 대통령 하에서 틱톡을 보안 우려로 금지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을 통해 틱톡의 서비스를 재개시켰다. 호주 기술위원회(Tech Council of Australia, TCA) CEO인 다미안 카사브기(Damian Kassabgi)는 딥시크의 출현이 AI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보여주며, 호주가 AI 분야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딥시크의 발표는 AI 분야가 매우 경쟁적이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호주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국가 계획에 따른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사브기 CEO는 “AI 개발과 채택이 2030년까지 연간 1150억 달러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고 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과 산업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TCA는 국가 AI 계획을 위한 여섯 가지 긴급 조치를 제안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노동력 증진, 교육 및 훈련 강화, 필수 인프라 투자, AI 투자 촉진, 혁신적인 연구 지원, 국제적 협력 강화 등이 포함된다.
■ 미국, 딥시크는 미국AI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사안, 국가 안보 영향 검토
미국 백악관이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월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국가안보회의(NSC)가 딥시크의 영향을 분석 중”이라며 “이는 미국 AI 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백악관이 이번 검토 이후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전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에서 딥시크를 언급했다. 그는 “딥시크 출시는 미국 AI 업계가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신호”라며 “그들의 AI 개발이 사실이라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경계심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유럽, 딥시크 경계..”정보보호·안보 검토”
유럽 각국도 딥시크(DeepSeek)의 정보 보호 및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나섰다.
30일(현지시간)블룸버그 통신과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는 딥시크에 아일랜드 사용자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한 정보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또한 유럽연합(EU) 개인정보 보호법(GDPR) 위반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정부 역시 딥시크를 국가 안보 측면에서 조사 중이다. 피터 카일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의 규모와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적절한 절차를 거치도록 할 것”이라며 “영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검토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 산하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가 딥시크의 기술적 위험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개인정보 보호 기관 ‘가란테(Garante)’도 딥시크의 사용자 데이터 처리 방식에 대해 공식 질의서를 발송했다. 가란테는 딥시크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활용하며, EU 정보 보호 규정을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사용자 데이터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되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역시 딥시크에 대한 규제 조치를 검토 중이다. 독일 매체 차이트(Die Zeit)는 독일 정부가 딥시크 애플리케이션의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 대만, 딥시크 사용 금지..”국가 안보 위협”
대만 정부도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서비스 이용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정부 각 부처와 기관에도 이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지시했다. 1일 대만 중앙통신사(CNA)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만 디지털부는 전날 공공부문 근로자들에게 딥시크 서비스 이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디지털부는 “딥시크를 사용할 경우 중국 정부로 데이터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부는 성명을 통해 “딥시크 AI는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으로, 국경 간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정보 유출 및 보안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며 “국가 정보 보안을 지키기 위해 사용을 금지한다”고 설명했다.
대만 정부는 최근 중국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정보 보안 강화를 위해 중국 IT 기업들의 서비스 이용을 지속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 한국, 딥시크 국가안보 위협 대응 미비..정치권 우려 확산
최근 중국 AI 기업들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딥시크도 주요 감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선희(조국혁신당),이해민(조국혁신당), 강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 기자회견에서 “딥시크의 파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AI 기술의 발전과 정보 주권 강화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의 신속한 집행을 촉구하며, 국가 AI 위원회의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을 요구했다.
나경원(국민의 힘) 의원 역시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딥시크가 기술 패권을 쥐게 되면 우리나라의 정보 주권과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AI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각국과 미국은 딥시크의 개인정보 처리 방식과 국가안보 위협 가능성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규제 조치도 검토 중인 반면, 한국 정부는 현재까지 딥시크와 관련한 공식적인 조치를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부의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향후 한국도 딥시크와 관련한 정책적 대응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이경미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