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워스(Woolworths)와 콜스(Coles)가 수개월간 진행된 소비자 보호 당국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강제적인 기업 분할이나 중대한 처벌을 피하게 됐다. 다만, 두 기업이 시장에서 지나치게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실상 과점(oligopoly) 상태라는 경고를 받았다.
짐 차머스(Jim Chalmers) 재무장관은 20일 저녁 해당 보고서가 호주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 의해 “바보 취급당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앤소니 알바니즈(Anthony Albanese) 정부가 “계속해서 수퍼마켓 단속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방안 담긴 ACCC 보고서
호주 경쟁·소비자위원회(ACCC-Australian Competition & Consumer Commission)는 441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울워스와 콜스가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갖고 있으며, 서로 적극적으로 경쟁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CCC는 이러한 시장 구조를 단번에 해결할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지만, 보다 명확한 가격 정책, 공급업체를 위한 투명성 강화, 도시 계획 및 구획법 개혁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 개편을 권고했다. 하지만 울워스와 콜스의 사업 부문을 강제로 분리하는 방안은 권고 사항에서 제외됐다.
선거 앞두고 치솟는 생계비 부담
이번 보고서는 연방 선거를 몇 주 앞두고 발표되었다. 선거에서는 생계비 위기가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피터 더튼(Peter Dutton) 야당 대표가 대형마트 분할을 강력히 주장하는 한편, 집권 노동당은 물가 상승에 분노한 유권자들을 달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머스 장관은 “우리는 소비자들이 계산대에서, 농민들이 생산 현장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대형마트가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것을 방지하고 경쟁을 촉진하며 가격 인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예산안에서 공급업체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290만 달러를 투입하고, ACCC의 대형마트 감시 예산을 3,000만 달러 이상 증액할 계획이다. 또한 소비자 단체 초이스(Choice)의 예산을 확대해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공급업체 협상력 강화, 가격비교 플랫폼 도입
차머스 장관과 믹 키오(Mick Keogh) ACCC 부위원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며, 대형마트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가격 정보를 제공하며, 공급업체-특히 농민들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20가지 권고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내용물 축소 가격 유지)’과 대형마트의 인기 로열티 프로그램에 대한 투명성 제고도 강조했다. 주요 권고안에는 소비자가 주요 대형마트의 가격을 비교하고 변동을 추적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 할인 및 가격 정보 최소 공시 기준 도입, 제품 용량 변경 시 사전 고지 의무화, 신선식품 도매가 투명성 강화 등이 포함됐다.
ACCC는 특히 농업 및 식품 생산자 단체로부터 울워스와 콜스가 공급 계약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농가가 재고 부담을 떠안게 되는 사례가 많다는 문제를 지적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신선식품 공급업체에게 주 단위 입찰 과정 및 계약 조건을 보다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알디(Aldi), 울워스, 콜스는 공급업체와 합의한 도매 가격이나 공급 물량을 일방적으로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권고했다.
과점 체제 해소, 단기간 해결 어려워
ACCC는 호주 대형마트 시장이 울워스와 콜스가 67%를 차지할 정도로 심하게 집중되어 있으며,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단기적인 해결책은 없다고 인정했다.
키오 부위원장은 “ACCC의 권고안이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공급업체가 더 나은 비즈니스 및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며, 경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격 비교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이 보다 쉽게 가격을 비교하고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대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을 비교하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마트의 할인 및 프로모션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한편, ACCC는 대형마트가 경쟁사를 막기 위해 토지를 사들여 유휴 상태로 두는 ‘랜드 뱅킹(land banking)’ 관행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 조치는 권고하지 않았다. 다만, 지방정부 및 연방정부에 도시 계획 및 구획법을 단순화하고 조화를 이루도록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신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