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이후 최저 수준… 계절조정 취업자 35,600명 증가-실업자 27,000명 감소
11월 호주 실업률이 이전 달(10월) 4.1%에서 3.9%로 다시 하락했다. 통계청(ABS) 집계에 따르면 계절조정(seasonally adjusted) 기준으로 취업자는 3만 5,600명이 증가했고 실업자는 2만 7,000명 감소했다.
앞서 중앙은행(RBA)은 실업률이 올해 말까지 4.3%까지 상승하면서 노동시장 악화에 따라 임금 성장 또한 계속해 둔화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이달(12월) 둘째 주, 공식 데이터를 내놓은 ABS는 지난달, 실업 상태이면서 10월에 일을 시작한 이들이 평소보다 많았고, 이로 인해 11월 실업률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정규직 고용은 5만 2,600명이 늘어난 반면 파트타임 고용은 1만 7,000명 감소했다. ABS 노동통계 책임자 데이빗 테일러(David Taylor) 국장은 “최근 인구 증가에 맞춰 노동 공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저취업률(underemployment rate. 실업률에 대한 보완 지표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더 많은 시간 일하고자 하거나, 풀타임이면서 주당 3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이들의 비율)도 11월 0.1%포인트 감소해 6.1%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020년 3월에 비해 2.6%포인트 낮다.
테일러 국장은 “COVID-19 팬데믹 시기 이전의 결과와 비교해 실업률과 저취업률은 여전히 낮은 반면, 원격 또는 하이브리드로 일하는 현재의 고용 추세 및 노동시장 참여률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며 “이는 노동시장이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2월의 이자율 인하,
물 건너 가나
경제학자들은 낮은 실업률 지표로 인해 RBA가 내년 2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다시 약화되었다고 말했다.
구인구직 사이트 ‘Indeed’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학자 칼람 피커링(Callam Pickering) 연구원은 “놀라운 정도로 강한 호주 고용 시장의 유일한 단점은 단기 금리 인하에 대한 희망을 없앴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경제학자들 또한 강력한 노동 상황 데이터가 인플레이션, 노동시장 견고성 및 임금 성장 사이의 관계에 대한 RBA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했다고 보고 있다. 펀드 회사 ‘BetaShares’의 데이빗 바사니스(David Bassanese) 선임연구원은 “11월의 강한 고용 보고서는 오는 2월 초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다시 밀어낸 듯하다”며 “하지만 인플레이션 수치가 계속 하락한다면 실업률만으로 내년 공식 금리를 낮추는 것을 방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신 인플레이션 수치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계속해 낮은 수치를 보이면 RBA는 현재 가정한 4.5%에서 비인플레이션 실업률로 간주되는 것을 재고해야 할 것”이라는 그는 “또한 RBA는 호주 경제가 실제로 과도한 수요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도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달(12월) 첫 주 웨스트팩(Westpac) 은행 루시 엘리스(Luci Ellis) 선임연구원은 “호주 경제에서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앞지르고 있으며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약한 수요가 필요할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산량 차이’(output gap. 경제의 실제 생산과 잠재 생산의 차이로, 통화 정책의 핵심 요소이다)는 이미 대부분 메워졌다고 보았다. 그녀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경제 분석 설명에서 “최근 분기의 임금 상승률, 단위 노동 비용 상승률, 생산 물가 상승률의 추가 둔화는 모두 이와 일치한다”고 썼다.
엘리스 연구원의 이 같은 진단은 최근의 경제 데이터 결과,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9월 분기 호주 경제 성장률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느린 연간 속도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이후 제시된 것이다.
반면 컨설팅 회사 EY의 수석 경제학자 폴라 갯스비(Paula Gadsby) 연구원은 11월의 타이트한 노동시장으로 인해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달성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 있기에 RBA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인플레이션 위험을 여전히 경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녀는 “노동시장이 제한적인 금리 환경에서 계속해 거품을 내는 가운데 RBA는 지난 몇 년 동안 창출된 많은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narrow path’를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면서 “하지만 근원 인플레이션(underlying inflation. 경제적 침체나 공급 충격 등 특이한 가격 변화 또는 기타 장애가 없을 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비율)이 여전히 3.5%로 너무 높기에 RBA는 내년 1분기와 이후까지 현 이자율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주의 강한 고용,
그 계속되는 수수께끼
다수의 경제학자들은 평소의 ‘경제 법칙’이 고용 시장에 작용하지 않는 것 같다며 지금의 실업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커먼웰스 은행(CBA) 국내경제 책임자 가레스 에어드(Gareth Aird) 연구원은 고객들에게 보내는 정기 보고서에서 “표면적으로 볼 때 노동시장은 GDP 성장률 추세보다 훨씬 낮고 노동 수요에 대한 전망 지표가 모두 노동시장 약화를 가리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이트함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불균형은 주로 비노동 시장 고용(non-market employment)의 강력한 성장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측정된 GDP에 상응하는 기여를 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매우 이례적인 역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업과 GDP 간의 경험적으로 관찰된 ‘오쿤의 법칙’(Okun’s law)은 현재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실업률을 모델링하고 예측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을 감안, 에어드 연구원은 “호주가 실업률을 4%로 유지하고도 RBA의 목표 범위(2~3%) 내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 인플레이션 수치는 거의 2년간 하락 추세를 보였다. 이달 통화정책 회의(12월 9-10일)에서 RBA 이사회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최근 예측에 따라 감소하고 있다는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위험은 아직 배제하지 못한다.
최근 데이터는 연방정부의 3단계 세금 감면이 은행 계좌로 유입되고(실질적 혜택이 시작), 호주 가계가 Black Friday 세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10월과 11월 가계 지출이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경제학자들은 “이는 생활비 부담이 약간 완화되고 있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소비 증가 추세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금융 및 금융 소프트웨어 서비스 회사 ‘CreditorWatch’의 아이반 콜혼(Ivan Colhoun) 선임연구원은 호주의 ‘고용 수수께끼’(employment conundrum)가 분명 계속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온라인 고용정보 회사 ‘Seek’의 구인 광고가 지난 2개월 동안 감소해 실업률 상승 추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구인 광고 감소 속도가 느리기에 완만한 상승만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콜혼 연구원은 “11월 실업률 데이터는 RBA의 예측(올해 말까지 4.3%로 상승)을 크게 밑돌았고, 이로써 RBA는 조기 이자율 인하를 주저할 것”이라며 “하지만 RBA가 시행 정책에 맞춰 데이터를 해석하는 습관이 있음을 감안할 때, 올해 12월 분기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낮게 측정될 경우 이는 (기준금리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