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점
지난 몇 주간 필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한국의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을 쭉 지켜보았다. 비록 파행으로 점철되긴 했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현안들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분야에서 놀라운 진실이 드러날 때면 실망보다 걱정이 앞선다. 유사 이래 한반도엔 전운이 감돌지 않은 시기가 거의 없었으나 그것이 국내외의 정치, 경제적 위기와 겹치면 반드시 환란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필자는 잘 알기에 지켜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중국의 팽창, 미국의 대선 등 급변하는 외부와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한반도는 마침내 홍수와 지진같은 천재지변까지 겪게 되었다. 그 와중에 감사를 통해 연일 속속들이 드러나는 심각한 부정과 비리들을 접하며 필자는 드디어 모든 것이 ‘임계점’에 달했다고 결론짓지 않을 수 없었다.
임계점이란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전혀 다른 상태로 바뀌는 지점의 온도 또는 압력을 일컫는 물리학 용어이다. 가령 물이 99도까지 액체 상태를 유지하다가 100도가 되면 기체로 변화하는 현상과 같다. 즉 어떤 변화에 다다르기 위해 뭔가가 끓어오르거나 폭발하는 지점, 이것이 바로 임계점인데, 따지고 보면 북핵문제와 사드배치 같은 이슈들은 이 임계점의 핵심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한국의 운명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부의 물리적 압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최소한 통일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진즉에 이루었어야 했는데 반백년이라는 긴 시간을 부질없이 흘려 보내버린 탓에 이젠 무엇부터 손을 대어야할지 알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하고 말았다. 역사가 되풀이한 수많은 간과와 오판을 그토록 학습했음에도 한민족은 또 한 번 하느님의 시험에 낙제하고 말 것인가?
문득 탄허 스님(1913년-1983년)이 생각난다. 그는 70년대 중반 “월악산 영봉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 쯤 후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라고 예언했다. 당시엔 이 말의 뜻을 이해하는 사람이 드물었으리라 본다. 산이 물에 잠길 리도 없거니와 여자 임금은 신라 진성 여왕 이래 한 번도 배출된 적이 없었으니까. 그러나 1980년에 착공한 충주댐 건설이 1986년에 완공되자 이때부턴 그의 말이 점점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올 해는 충주호의 수면에 달이 떠오른 지 정확히 30년 째 되는 해이다. 또한 몇 년 전 당선된 여성 대통령이 여전히 집권 중이니 그녀가 그 예언의 주인공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필자는 살아오면서 올 해만큼 등골이 서늘할 만큼 그의 예언이 생생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전후세대는 비켜갔다지만 나 역시 한국에서 살았던 내내 격동의 정치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으며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최루탄의 자욱한 연기 속에서 막연한 서러움을 느껴야 했다.
좋든 싫든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화염의 격랑 속에서 보냈던 필자는 해외로 이주한 후에도 한반도 문제만큼은 예의 주시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역학 연구와 더불어 간간히 접했던 예언서들 중 ‘송하비결’에서 매우 흥미로운 예언을 발견한 적이 있다. 조선 후기 송하노인이라는 도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이 비결서엔 바로 현재를 가리키는 의미심장한 구절이 보인다. 雙火狗豚(쌍화구돈), 즉 두 개의 불과 개, 그리고 돼지라는 뜻의 이 구절은 병신, 정해, 무술, 기해로 가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의 4년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 다음 구절이 묘사하는 올해부터 일어날 변화와 그 예측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기에 이번엔 부득이 원문의 소개를 생략한다. 다만 이 예언은 牛女二星(우녀이성) 烏鵲相逢(오작상봉) 八方統合(팔방통합)으로 끝을 맺는데, 해석하자면 ‘견우와 직녀 두 별이 오작교에서 만나듯 통합이 이루어지리라’가 되니 아마 이 4년의 시기가 다 되어가는 시점이나 그 직후에 거대한 두 개의 세력이 비로소 화해하게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 두 세력이 무엇인지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고, 내친 김에 탄허스님에 대해 좀 더 말해볼까 한다. 앞서 언급한 두 사람의 예언이, 한국이 당면한 굵직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송하노인의 실체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반면 탄허대종사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승려이자 학자로서 그의 혜안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한국에서 최초로 약 10여년에 걸쳐 대승불교의 정수인 화엄경을 번역하고 주역, 정역에도 정통했던 그는 본시 자신의 사상 기반을 보천교에 두고 있었다. 보천교는 일제 때 300만이 넘는 신도를 지니고 있었던 당시 최대의 민족종교로써 그 뿌리는 동학이나 증산교의 개벽사상에 근거한 일종의 ‘유사종교’라고 볼 수 있다. 민족종교자들의 아지트였기 때문에 일제가 반강제적으로 해체시켜버렸던 단체로, 탄허의 아버지도 보천교에 깊숙하게 참여했으며 동일한 맥락에서 임시정부의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허는 성장 과정에서 학문과 인품이 높았던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한학과 도학을 전수 받으면서 각종 술법들도 같이 익혔다고 전해진다. 그에 관해 연구했던 한 학자는 탄허의 전공이 ‘화엄경’이었다면 부전공은 ‘주역’이었다고 단언했을 정도이다. 보천교의 민족주의적 사상에 유교와 도교적 색깔이 가미되면서 그는 승려라는 단순한 종교인의 입지를 넘어섰던 것 같다. 그는 장장 47권이나 되는 화엄경의 번역본 외에도 선가(禪家)적 관점에서 주역을 주석한 <주역선해> 3권을 펴내기도 했으니 우리가 이슬람교를 연상하면 ‘한 손엔 칼, 한 손엔 코란’이 떠오르듯 탄허는 한 손엔 불교철학의 최고봉인 화엄경을, 그리고 다른 한 손엔 자연철학의 교과서인 ‘역경(易經)’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민족주의적 배경을 깔고 있는 예언자였기에 탄허는 한반도의 국운에 관련된 많은 언급을 남겼다. 물론 그의 예언은 대부분 곧 지구의 지축이 바뀐다는 ‘후천개벽설’의 주창자, 김일부 선생의 <정역>을 치열하게 연구한 결과였다.
1970~80년대에 신문과 잡지를 통해 여러 번 소개된 적 있는 일본 침몰설 역시 탄허스님의 예언 중 하나이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일본이 가라앉고 동해안도 강릉 일대는 물속으로 들어가며 반대로 서해안은 점점 융기되어 수천 리의 바다가 육지로 변한다고 그는 몇 차례나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앞으로는 종교의 벽이 무너져 유, 불, 선이 하나가 되며 모든 군소 종교를 뛰어넘는 초종교가 출연하여 새로운 인류사를 이끌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러한 인류사의 시작은 한국 문제의 해결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사실 한국의 통일문제는 전체 인류적 차원에서 보면 지극히 미미해 보이지만 오늘날 국제정치의 가장 큰 쟁점으로 부각되었다는 점에서 그의 예측이 결코 허망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의 핵문제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지도국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들이 현재 북한 정권의 행보에 대해 심히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역’이 말하는 정신문명의 시대가 2024년에 한국에 도래하니 탄허의 예언대로 한국인들은 그로부터 20년간 이어지는 정신문화의 번영 속에서 세계 인류를 리드할 새로운 문명의 기준을 창조해 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전 한반도는 통일 대업을 이루어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안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감내해야할 고통이 어떤 것일지 필자도 감히 헤아릴 길이 없다. 조금 위안이 되는 것은 조선 중기의 학자이자 기인이었던 격암 남사고(南師古, 1509년 ~ 1571년)가 그의 비기에 다음과 같이 예언하였다는 점이다. 辰巳聖人 儀兵十年 當此世 苦盡甘來(진사성인 의병십년 당차세 고진감래)라. 즉 진사년에 한 성인이 의병을 일으켜서 10년의 투쟁 끝에 마침내 고진감래하고 새로운 세상을 만든다는 뜻으로 지난 임진, 계사년(2012, 2013년)이 그의 출연시기였던 것 같다. 마침 그 즈음에 이름을 떨치고 통일의병을 모으기 시작한 이가 한국에 있었다. 격암의 예언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찰나의 생애 중 그것을 목격하고 가는 것만도 필부들에겐 엄청난 축복이다.
현 김태련 한의원 원장,
태을명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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