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 활동하는 김오 시인이 자신이 쓴 시 ‘잠깐’으로 2024 동주해외작가특별상을 받았다. 그는 ‘눈물 한 방울 흘리면서라도 시를 써야 한다”면서 “이 산천을 위하여 가난하고 가련한 세상을 위하여, 외롭게 시의 길을 가는 시인”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오 시인이 쓴 ‘잠깐’을 소개한다.
잠깐
-코로나의 시대 그 고요를 바라보며
고요의 힘을 믿는다
적막 위에 쌓이는 것들이
세상을 받치는 힘인 것을 믿는다
당신의 속 깊숙한 곳에
쌓이는 고요
그 힘으로 세상이
더는 무너지지 않을 것을 믿는다
동방 박사들 별빛에서 세상으로
잠깐 눈 돌린 사이
헤롯에게 마음 빼앗긴 사이
두살 아래의 아이들이 죽음으로 막아
고요한 밤 별은 다시 빛나고
말구유 누운 아기 귀가 빛나며
고요로 쌓이는 아이들 울음 소리를 듣는다
잠깐은 이렇게 고통이 되고 아픔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잠깐의 시대
잠깐 눈을 감은 정치권과
잠깐 귀를 막은 교회들이
손잡은 사이
한나의 긴 눈물로 사무엘이 섰고
두살 아래 아기들의 눈물이 별을 다시 움직였고
겟세마네 고독이 십자가를 세웠으나
십자가 위에 흘린 피와 물이
아직 세상을 세우고 있으나
세상 기쁨에 몸이 단 교회들이 떠들썩한
잠깐의 시절
잠깐 잠깐 교회들이여
울지않는다면 비워라
잠깐
어딘가에 우는 사람들이 있어
그 고요의 힘을 부르는
잠깐
우리가 우리를 위하여 울라시는
그 말씀의 고요가 쌓이고 있을 터이니
별이 잠든 세상 설움의 눈물이 터져
십자가에 얹혀지는
그 울음소리가 쌓이게
텅텅 비워라 교회들이여
그래서 이 밤 더 고요한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