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FORM
몇 년 전 국제해상법 관행상 한국 회사와 호주 회사 둘 중 아무나 고소할 수 있는 법적 자격을 소지한 독일 선박회사가 애꿎은 호주 회사를 법정 고소한 적이 있었다. 과실은 전적으로 한국 회사에게 있었다. 한국 냉동 어묵을 호주로 보내는 과정에서 한국 회사 직원이 -23Cº 를 23Cº 로 적은, 엄청나게 사소한 실수가 따듯한 어묵이 적도를 넘어 시드니에 도착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과 호주 양 국가에서 활발한 상업 활동을 하는 독일 선박회사의 변호사들은 ‘왜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이 아닌 시드니에서 진행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기를 한국법과 법률제도는 Unpredictable(예측불허) 하고 Unreliable(불확실) 해서 과실이 전혀 없는 호주 회사를 시드니에서 고소한다 하였다. 사실무근의 답변 같으나 왕도 자기 마음대로 살지 못하는 요즈음 한국 어른이든 호주 어린아이든 모두 수긍이 가는 원칙과 해답을 요구한다. 도로에서, 교실에서, 놀이터에서, 운동 경기장에서 공정하고 공평한 기준의 적용을 바라고 있다.
호주에서의 모든 소송은 형사와 민사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형사사건은 경찰이 관련된 문제들을 말하고 나머지는 모두 민사소송이라 일컫는다. 시드니가 속해 있는 New South Wales 주의 경우 민사 소송은 민사소송법(Civil Procedure Act 2005)에 의거하며 소송진행시 지켜야 할 모든 규칙들은 ‘Uniform Civil Procedure Rules 2005’라는 명칭의 부칙 속에 열거되어 있다. 즉 민사소송을 시작할 때 소송 당사자나 변호사들이 지켜야할 규정들을 조목조목 나열해놓은 부칙의 이름을 ‘Uniform’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교복이 아니라 획일적이라는 의미로 한결같거나 가지런하다는 것이다. 소송절차에 대해서는 예측이 가능할 뿐 아니라 확신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기특한 법명(法名)이다. 법정에 서는 변호사들 모두 담당 판사의 재판진행과 최종 판결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가지고 임한다. 반칙을 외치는 경우는 절대 없다. 물론 판사도 일개 인간에 불과 하겠으나 법정에서는 존중뿐이다. 전관예우란 영어단어가 없는 호주 사회에서 민사소송이란 시간과 돈의 싸움일 수는 있고 변호사의 무능이 엉뚱한 결과는 초래할 수 있겠으나 법정 결과에 대하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형사 건에 연류되어 구치소에 구속된 어느 유학생의 변호사가 한국의 부모에게 연락해 아들 사건 담당 검사와 구치소 간수들 접대비가 필요하다며 고가 수임료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한때 시드니에 떠돌았던 적이 있었다. 소문이었기를 간절히 바란다. 민사건이 아닌 형사건이라도 호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비리나 부정부패가 전혀 없는 호주는 아니나 변호사들이 나서서 이런 행동을 언급이라도 했다면 자격박탈 당했을 호주다.
시종일관이란 테러범이 호주 영주권 취득하기보다 어려운 미덕이라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이 수월할 듯 하지만 일관된 절차 준수를 요구하는 호주에서는 억울하게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 알아두면 정신적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면책공고Discla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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