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70만 국제 여행자 방문-1,660억 달러 산업, 2023년에는 660만 명 그쳐
마르셀라 리베이로(Marcela Ribeiro)씨는 꿈에 그리던 호주에서의 휴가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세 가지 일을 하며 경비를 모았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처럼 브라질의 35세 청년은 오랫동안 호주의 유명한 여행지, 특히 그레이트 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 세계자연유산(World Heritage)에 등재된 호주의 열대우림, 세계적 명성의 해변 등을 탐험하고 싶어 했다.
그는 “항공료가 너무 높아져 여행 중에 지출하는 모든 비용을 조심해야 한다”며 “매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 호주에서 휴가를 보내고자 시드니에 도착한 캐나다 여행자 윌리엄 그르바바(William Grbava)와 필리핀에서 온 아멜리아 몬디도(Amelia Mondido)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르바바씨는 “호주 체류 비용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비싸다. 때문에 우리는 여행 지역을 시드니로 한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정말로 해 보고 싶었던 여행은 바이런 베이(Byron Bay) 등 멋진 해안 타운을 따라 브리즈번(Brisbane)까지 자동차를 운전해 가는 것이었다”면서 “하지만 자동차 렌트 및 높은 연료비 때문에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호주 관광업계,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안 돼”
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되자 호주는 다른 국가와의 민간 교류를 차단했다. 국경을 폐쇄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해제한 지 거의 4년이 지나고 있다. 팬데믹 사태는 국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관광 산업만큼 그 고통이 즉각적이고 파괴적인 부문도 없을 것이다.
전염병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인 2019년, 전 세계에서 호주를 찾은 여행자는 870만 명, 이들에 의한 산업 규모는 1,660억 달러에 달했다.
연방정부 기구인 호주 관광연구원(Tourism Research Australia)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호주를 방문한 해외 여행자는 660만 명에 그쳤다. 2019년 수준에 비해 200만 명 이상 적은 수이다.
해외 여행자 감소 비율은 빅토리아(Victoria) 주가 33%로 가장 높았고, 퀸즐랜드(Queensland, 24%), NSW(22%)가 뒤를 이었다.

전국적으로 팬데믹 이전, 호주 여행자의 대다수를 차지했던 중국 관광객은 2019년 130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50만7,000명으로 급감했다.
올해 2월 통계를 보면 호주 방문 해외 여행자는 85만 명 이상으로 2023년 같은 기간(2월)에 비해 25만7,000명 증가했지만, 이 수치 또한 팬데믹 이전에 비해 7.5% 낮은 수준이다.
그리피스대학교 ‘관광연구소’(Institute for Tourism, Griffith University) 책임자인 구이 로만(Gui Lohmann) 교수는 호주 방문 여행자의 더딘 회복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호주의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건비, 식비 등의 비용이 크게 상승했다는 지적이다.
로만 교수는 “호주 방문자 가운데 높은 비율을 보였던 유럽인의 사고방식이 바뀌었다”며 “해외 여행자의 호주 방문이 줄어든 데에는 호주의 생활비 부담이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장거리 항공 여행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갖게 됐으며 실제로 이를 꺼려한다는 설명이다. 로만 교수는 “유럽인의 여행 방식이 항공기보다 기차로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악화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선거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로만 교수는 “팬데믹 이후 우리가 직면한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다”고 말했다.
호주 여행산업 회복,
“아직은 멀다”
영국 ‘Oxford Economics’ 예측에 따르면 호주 관광 산업은 2025~26년이 되어야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주 여행산업을 이끄는 호주 관광청(Tourism Australia)은 호주 국경이 재개된 이후 가장 강력한 시장은 뉴질랜드, 미국, 영국이라고 밝혔다. 관광청 대변인은 “해외 여행자의 호주 방문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며, 점차 그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찰스 다윈대학교(Charles Darwin University) 관광학과의 마네카 자야싱헤(Maneka Jayasinghe) 박사는 “저렴한 비용이 해외 방문객을 유치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각 주 및 연방정부가 호주 여행산업에 대한 보조금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호주 관광 사업자들이 전염병 대유행 동안 상당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또한 “일본을 포함해 전통적 관광 시장과의 관계를 다시 구축하는 것도 잠재적 해결책”이라며 “인도처럼 중산층이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는 여행자 유치 가능성이 높을 수 있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일부 동남아 지역 국가 또한 호주와 가깝다는 지리적 여건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에서 온 팀 에렌슨(Tim Erentsen)과 랄레 말레키(Laleh Maleki)씨는 시드니와 휘트 선데이(Whitsundays), 케언즈(Cairns)에서 3주간의 휴가를 보내는 동안 약 1만6,0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에렌슨씨는 “호주 여행 예산을 짜면서 비용이 너무 높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항공료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말레키씨 또한 “우리가 호주로 휴가를 오면서 많은 비용을 소비했다면 더 오래 머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체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호주 여행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