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만기 체류자들 출국 미뤄… “호주, 8만 명 이상의 임시 이민자 해결 중요하다”
지난 2년여 사이, 크게 증가한 순 이민 유입은 정치계의 주요 논쟁이 되어 왔다. 특히 호주 유입 인구를 감축하기 위한 목표에 동조했던 야당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가 애초 약속과 달리 이를 철회하면서 이 논쟁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연간 순 이민 유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지난해(2023-24 회계연도)의 경우 39만 5,000명으로 목표를 정했으나 실제 유입 이민자는 44만 5,700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계획보다 5만 700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는 정치계는 임시 이주 상태에서 비자 기간이 지났음에도 호주를 떠나지 않은 8만 명 이상의 방문자 출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했다.
호주 최고 인구 전문가 중 하나인 멜번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 피터 맥도날드(Peter McDonald) 교수는 “순 이민 수를 감축하겠다는 정부 약속은 현재 비자 만료를 앞둔 상태에서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들을 출국시키지 않고서는 실현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달(12월) 둘째 주 발표된 통계청(ABS) 데이터에 따르면 순 이민 유입은 올해 6월까지의 연간 26만 명이라는 정부 예측을 이미 넘어섰다. 정부가 목표한 수치를 크게 상회한 순 이민은 2021-22 회계연도 이후 계속되고 있다.
이처럼 과다한 순 이민에는, 자국으로 돌아가야 함에도 학생비자를 연기하거나 난민을 신청하는 등의 방법으로 호주에 계속 체류하려는 이들의 증가가 큰 배경이기도 하다. 이 문제는 이미 지적됐던 사안으로, 정부의 국제학생 제한으로 해외에서의 학생비자 신청은 감소했으나 호주 내 신청은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신청한 학생비자가 거부될 경우 이들은 행정항소재판소(Administration Appeals Tribunal. AAT)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또는 망명을 신청하는 방법으로 호주에서의 출국을 미루고 있다.
이는 합법적 비자로 장기간 호주 체류가 가능한 방법이다. 가령 비자가 거부되어 AAT에 이를 항소하는 경우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최대 743일이 소요된다. 망명 신청을 하면 더 오래 체류할 수 있으며, 망명이 거부되면 다시 항소할 수도 있다. 그 결정이 나오는 데만도 또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 기간 동안 호주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한국신문 온라인 2024년 10월 14일 업로드, ‘정부의 학생비자 제한, 또 다른 문제로 나타나…’ 기사 참조).

맥도날드 교수는 “정부의 도전 과제 중 하나는 연방 당국과 법원에서 신청이 기각된 후 ‘가짜 망명 신청자’들이 호주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당 더튼 대표는 내년 5월 연방선거에서 승리해 집권하게 되면 순 이민을 연간 16만 명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난달(11월) 노동당 정부가 상정한 국제학생 상한 법안을 느닷없이 거부해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이어 이달 첫 주에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순 이민 감축 약속 철회를 또 한 번 밝혔다.
현재 호주 산업계는 “지나친 순 이민 통제가 해외 숙련기술 인력의 유입을 막고 호주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동당 정부는 해외에서의 유입을 낮춰가면서 유출을 장려해 순 이민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연립(자유-국민당) 야당이 유학생 상한선 법안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이 정책을 방해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달 둘째 주, ABS의 이민 관련 데이터가 공개된 후 맥도날드 교수는 해당 보고서의 ‘number of migrants entering Australia’에 대해 정치계와 미디어가 잘못 해석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로 입국하는 이민자 수’는 호주에서 출국하는 수치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ABS가 집계하는 호주 유입 순 이민자는 호주에 도착한 이후 16개월 중 12개월을 체류한 이들을 말한다. 맥도날드 교수는 순 이민에 대한 예비 수치(preliminary numbers)는 COVID-19 팬데믹 이후 유입자를 과소평가하고 유출자(출국자)를 과대평가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허구의 ‘순 이민자’(net migrants)가 아닌 (호주) 도착 및 출국자 수의 관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해석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는 맥도날드 교수가 호주국립대학교 이민 관련 정책연구소인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Migration Hub’를 통해 발표할 논문 및 지난달 연방 내무부 관리들에게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기한 것이다.
그는 “이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집계된 높은 수준의 NOM(net overseas migration)은 도착자 수가 아닌 출국자 수가 크게 적은 데 기인한다”며 “현재 출국(유출) 수준은 국경이 폐쇄되었을 당시와 동일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교수는 “정치인 등은 순 이민자의 출국에 대한 전략 없이 유입되는 이들의 수를 감축하자고 촉구할 것”이라며 “(적은 수의) 출국가 해결해야 할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이 여야 정치인이 도전받아야 할 지점”이라는 그는 “현재 호주에는 마지막 체류 수단(학생비자 승인 거부에 대한 AAT 이의제기나 망명 신청 등)이 지난 8만~10만 명이 있다”면서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이전 정부(자유-국민당 집권 당시) 임기 동안 입국한 ‘가짜 망명 신청자 집단’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더 이상 학생비자를 얻지 못하거나 다른 선택이 없는 순 이민자들이 망명 신청을 통해 합법적으로 호주에 머물고 있다. 지난 10월,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전 이민부 고위 관리의 말을 통해 ‘불확실한 비자 상태’에 속한 이들의 수가 매월 1천 명씩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자유당 피터 더튼 대표는 지난 5월 정부의 예산 계획에 대한 답변 연설에서 정부 예측인 18만 5,000명에서 14만 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그는 이 연설 며칠 후 2GB 라디오 방송에서 순 해외 이주를 연간 16만 명으로 감축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달 첫 주 일요일에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순이민에 대한) 이전 공약을 고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은 후 자신이 했던 약속을 철회했다.
맥도날드 교수는 비자 기간이 만료되는 이들의 출국이나 영구 이주 계획이 없이 순 이주자 수치를 목표로 삼는 것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요약해 말하면 영구 이주와 그 구성 요소를 우선시 하라”는 것이다.
이어 “단기적인 정치적 고려 사항으로 인해 바람직한 영구 이주 정책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그는 “호주가 임시 이주자의 출발(자국으로의 귀국)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순 해외 유입을 무조건 제한함으로써 호주에 유익한 임시 비자 프로그램을 해치면 안 된다”고 다시금 강조했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