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eLogic’의 ABS 데이터 분석… 멜번, 4월 인구밀도에서 광역시드니 ‘추월’
멜번 CBD 주거밀도, 평방킬로미터당 38,400명… “사회적 관계 발전 저해” 지적
붉은 컵들이 주방 벤치톱(benchtop)에 늘어서 있고, 건너편 소파에는 술기운을 느끼는 사람들이 널부러져 있으며, 시끄러운 베이스 소리가 뒷마당으로 흘러나온다. 주말 저녁, 교외지역의 주택에서 펼쳐지는 하우스 파티(house party)는 대부분 호주인들에게 친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거가 확산되면서 이런 풍경은 이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주거비용 상승과 도심 지역 성장으로 인해 사람들이 더 높은 밀도의 주거지역에 자리잡기 때문이다.
멜번(Melbourne)에 거주하는 20세의 엘르 플린트-로빈슨(Elle Flint-Robinson)씨와 같은 이들은 소음 불만이 두려워 새 아파트에서 이런 파티를 열지 못한다. “이웃에게 불편을 끼치거나 그들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물론 친구들 대부분 작은 규모의 아파트에서 거주하기에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집 대신 바(bar)에서 모인다.
또 다른 여성 에즈라(Ezra, 20)도 같은 상황이다. 높은 생활비 부담도 있지만, 멜번 이너노스(inner-north)의 칼튼(Carlton)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가 하우스 파티를 열기에 너무 작은 규모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주 만나는 친구가 다섯 명쯤 되는데, 그럼에도 집에서 파티를 갖기에는 좁은 편이고 또한 생활비도 부담스럽다”며 “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주인 아파트 거주,
‘지속적 증가’
가장 최근의 인구조사인 2021년 자료를 보면 엘르와 에즈라씨는 당시 아파트에 거주하던 호주인 250만 명에 포함된 이들이다.
2016년 이후 아파트 생활 증가는 개인 주택 증가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대부분의 아파트 거주자는 광역시드니에 거주하는 편이었지만 데이터를 보면 광역멜번(Greater Melbourne) 또한 시드니와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분석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이 통계청(ABS)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멜번은 지난달(4월) 인구밀도가 높아져 시드니를 추월했다.

인구밀도 면에서 두 번째 도시는 시드니가 아닌 애들레이드(Adelaide, SA)였으며, 시드니가 세 번째 도시였다. 물론 코어로직의 분석에서 블루마운틴(Blue Mountains)과 센트럴코스트(Central Coast region)가 ‘광역’ 시드니에 포함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도시는 다윈(Darwin, NT)이었으며, 밀도 규모는 멜번에 비해 약 10배가 낮았다.
2022-23년 ABS 인구 통계를 보면 멜번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성장률을 보였으며, 멜번 도심(Central Business District) 거주인구는 평방킬로미터당 3만8,400명으로 호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기록했다.
빅토리아(Victoria) 주 정부가 기존 교외지역에 중간 밀도의 주택을 건축, 도시를 보다 컴팩트화 한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가운데, 아파트 생활이 호주인의 사회적 관계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아파트 거주,
‘관계의 방식’ 바꾸나…
디킨대학교(Deakin University) 주택문제 연구원 피오나 앤드류스(Fiona Andrews) 박사는 “고밀도 고층 주거지 개발로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 종종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녀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부 가족은 작은 규모의 아파트에 거주할 때 ‘폐쇄공포증’(claustrophobic)과 함께 ‘함정에 빠진 것 같은’(kind of trapped)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앤드류스 박사는 “이런 이들은 실제로 밖으로 나가 다른 이들과 대화하면서 어느 정도의 자유로움과 함께 (적합한) 공간을 갖고자 하는 진정한 욕구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녀의 연구는 (엘르, 에즈라씨처럼) 젊은 가족의 경우 공간 부족이나 소음 문제로 인해 아파트 밖에서 사교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집을 사회적 허브로 삼는 경향이 있는 교외의 젊은 가족과 비교해 그들이 함께 모이는 방법에 대해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앤드류스 박사의 진단이다.
‘사교 공간’ 디자인,
사회적 관계에 도움될 수도
앤드류스 박사는 건축 디자인이 아파트 거주자의 사교활동을 보다 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효과적인 공간이 나오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그녀는 “(아파트 내부) 면적이 작을 수 있지만 각 공간을 잘 배치하고 효율성을 최대화한다면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을 위한 요리도 가능할 것”이라며 “언제나 넓이가 문제가 아니라 사물이 디자인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멜번을 기반으로 건축 설계 회사를 운영하는 요아킴 퀴노 홀란드(Joachim Quino Holland)씨는 “종종 아파트에 사는 것은 고립된 경험이 될 수 있으며 공동 디자인은 나중에 고려한다”고 말했다.
홀란드씨는 “우리는 지역사회를 위한 교류의 기회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밀도를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탄력적 커뮤니티를 위한 건축 디자인을 원한다면, 여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런 컨셉에 맞추어 설계된 아파트가 도시 전역에 확대되어 주거 환경을 더욱 사호회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앤드류스 박사는 아파트 단지를 디자인 할 때에도 이런 고려사항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가령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는 체육관(gym)이 있지만 옥상이나 발코니와 같은 공용 공간은 다양한 그룹의 거주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면 고밀도 생활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 각 도시별 인구 밀도
(per square kilometre)
시드니 : 440.7명
브리즈번 : 170.9명
멜번 : 521.1명
애들레이드 : 443.7명
퍼스 : 359.9명
호바트 : 149.3명
다윈 : 47.6명
캔버라 : 197.9명
-이 집계에서의 광역시드니는 불루마운틴(Blue Mountains)을 포함한 ‘광역 수도통계지역’(Greater Capital City Statistical Area. GCCSA)을 말함.
Source: CoreLogic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