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스러운 세금과 높은 인플레이션, 트럼프에게 표를 준 미국 유권자들의 기본 정서였다”
전 세계인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대선은 사상 최대의 ‘초접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도널트 트럼프(Donald Trump)의 거의 일방적 승리로 마무리됐다. 캠페인 기간 내내 트럼프 후보에게는 의심스런 도덕성, 인종차별 문제가 늘 따라 다녔다. 그럼에도 그가 승리를 거머쥐었던 핵심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미국 유권자들이 피부로 절감하는 핵심 문제를 파고들었다. 대다수 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먹고 사는 일’이었다. 이번 트럼프의 승리에서 ‘경제’의 역할은 가장 결정적인 요소일 수 있다.
모든 유세장에서, 그가 한결같이 맨 처음 꺼내든 발언 카드는 “Are you better off than you were four years ago?”였다. 이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가장 강력한 대사였다.
그리고 빨간 모자와 트럼프 티셔츠를 입고 그를 바라보던 지지자들은 한목소리로 “Nooo!”라고 외쳤고, 이는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던 부동층을 자극했다.
“선거 며칠 전, 나는 미시간(Michigan)에서의 트럼프 집회에서 이런 광경을 보았다. 그날 나는 (경제적으로) 자신의 삶을 더 좋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는 남자(트럼프)를 만나고자 직장에 나가는 것을 하루 빠지고 그 현장에 온 50세 사회복지사 옆에 앉아 있었다.
그 사람(사회복지사)은 형제가 많았지만 (트럼프처럼) 마초(macho)적 성향이 아니었고 민주주의 제도를 무너뜨리고 싶어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중산층의 자녀를 가진 어머니였고,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집권했을 때 재정적으로 더 나은 삶을 살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우리가 메인 이벤트를 기다리는 동안 그녀는 (현재의 높은) 세금과 인플레이션이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있어 어떻게 방해가 되는지, 그리고 트럼프가 이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는다고 나에게 말했다.”
미국의 차기 지도자가 확정된 이달 첫 주 주말, ABC 방송 정치부 데이빗 스피어스(David Speers) 선임기자는 관련 칼럼을 통해 미 대선 과정을 취재하던 중 미시건에서의 집회에서 있었던 하나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트럼프의 승리 배경에 깔려 있던 미국 유권자들의 정서를 끄집어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전염병 대유행 초기 이후로 활기를 찾았고, 인플레이션은 본래 상태가 되었지만 (그가 트럼프 집회에서 만났던) 이 사회복자사는 그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대다수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스피어스 기자는 ‘미국 우선’과 ‘경제’를 앞세운 트럼프의 재집권이 내년 연방 선거를 앞둔 알바니스(Anthony Albanese) 총리에게 하나의 경고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생활비 부담’, 매우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질문
스피어스 기자는 미시간에서의 일을 추가로 언급했다. “그녀(사회복지사)는 트럼프의 더 심한 캠페인 내용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얼마 전 민주당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Madison Square Garden) 집회에서 드러난 (트럼프에 대한) 인종차별과 여성 혐오가 트럼프에게로 가는 표를 빼앗을 것이라 우렸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이내 사라졌다. 트럼프의 좋지 않은 성격이 미시간이나 다른 주에서 다수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지 않는다는 게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랬다. 트럼프의 중범죄 유죄판결, 4년 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투정(?), 재선이 되면 반대파들에게 보복을 할 것이라는 협박(?), ‘파시스트의 정의에 부합하는 인물’이라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그에게 표를 던졌다.

올해 미 대선에서 나온 충격적인 가치와 혼란은 의심의 여지 없이 정치 분야 관계자들에게 ‘매력적’ 소재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유권자들의 분노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성별, 인종, 소득이 결과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세세한 분석이 이어질 것이며, 최고 권력을 다시 차지한 트럼프의 인성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려질 것이다.
하지만 특정 후보의 도덕성이나 기타 요소들이 경제 문제, 다수 대중의 생활비 부담 주제를 압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그렇지만 이는 특히 올해 미국 대선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연방 선거를 대비하는 알바니스 총리에게 주는 ‘강력한 경고 신호’이다.
아마도 호주 연방선거 일정이 확정되면 야당의 피터 더튼(Peter Dutton) 대표는 트럼프의 전략을 그대로 차용할 것이다. “호주 유권자 여러분은 (재정적으로) 더 나은가?”(Are you better off?)라며 중-저소득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생활비 부담’에 대한 분노를 일으키고자 주력할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Are you better off’라는 선동은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 아니다. 독창적인 선거 구호가 아니라는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1980년 미 대선 후보자 정책 토론에서 지미 카터(Jimmy Carter)에 대항해 이 질문을 아주 유효하게 사용했다. 유권자들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건드리면서 아주 간단한 답변을 끌어내는 간결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 상대 후보 진영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일단 이 문제(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는 어떤 방식으로든 집권당에 타격을 주게 된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던진 이 질문에 대한 자신의 해결 방안은 ‘무역과 불법 이민자로부터 미국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그는 ‘관세’(tariff)를 ‘사전에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노골적으로 말해 온 사람이다.
경제학자들은 ‘관세 인상’이 국내 인플레이션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그 독특한 성격을 감안할 때 이런 지적은, 그는 물론 그의 선거전략가들을 고민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호주인들의 ‘먹고 사는’ 문제,
더튼 승리 가져다줄까?
그렇다면, 호주에서도 이런 방식이 똑같이 통할까? 스피어스 기자는 “호주에서 (트럼프와 같은) 단순한 해결 방안을 유권자들의 표와 맞바꾸는 쉽지 않다”고 단정했다. 우리(호주)의 의회 제도와 정치 문화는 선거 때 더 많은 책임과 더 큰 감시를 요구하고, 또한 의무 투표는 양측이 합리적인 중도에 집중하도록 한다는 점에서이다.
노동당은 생활비 부담에 대한 야당 대표의 대안 또는 미흡한 대책이 주목받으면 이 부분 논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또한 알바니스 총리는 노동당에 등을 돌린, 불만 많은 근로자들이 더 이상 나오는 것을 막고자 학자금(HECS-HELP) 감면 방안을 약속하는 등 새로운 조치를 내놓고 있다.
그런 반면 자유-국민당 연립은 아직 에너지 요금을 포함해 높은 생활 물가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 상황이다.
야당은 생활비 압박에 대한 분노만으로 집권당에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을 압도하는 실질적 정책을 내놓는 대신, 더튼 대표는 유권자들에게 ‘집권 여당인 노동당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에 대해 실제로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고 설득하는 데 주력하는 인상을 준다.
최근 각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더튼 대표가 내놓는 것은 어떤 정책보다 ‘사람들이 담보대출을 상환하고 전기 요금도 납부할 수 없다면…’, ‘노동당이 The Voice 또는 이런 문제(생할비 부담과 관련 없는)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듣는다면 당신(유권자)은 화가 날 것’이라는 등의 발언이다.
올해 미 대선에서 트럼프 진영은 카말라 해리스(Kamala Harris)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권리를 포함해 ‘깨어 있는’ 이슈로 인해 핵심 문제가 산만해졌다고 비난하는 타킷 광고를 게재했다. ‘해리스의 의제는 당신(생활비 부담을 안고 있는 대다수 유권자)이 아니라 그들(소수의 소외된 이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다수 대중을 자극한 것이다.
스피어스 기자는 “호주 정치는 미국의 정치적 전략을 금세 활용한다”고 말했다. “미 선거 결과가 나온 후 더튼 대표는 한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사람보다 대명사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을 했다”며 “이는 어느 정도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야당이 핵심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여당을 비난하는 것에 주력하는 것으로도 연방 선거에 일정 부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