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침체에서 벗어났던 호주 부동산 시장, 현재 상황은 ‘회복 주춤’
“증가한 매물, 가격상승 둔화 의미하지만 시장위축 상황은 없을 것” 분석
호주 부동산 시장은 올해 들어 지난해의 침체기를 벗어나 비교적 뜨거운 상황을 보였다. 이는 수요에 비해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 현저하게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봄 시즌 들어 더 많은 매물이 등록됨에 따라 매매 열기는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대도시 경매 낙찰률은 올해 연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6월에는 최고치인 77.2%에 달했다. 그러다 9월 평균 낙찰률은 64.5%로 다시 하락했다. 물론 낙찰률이 빠르게 낮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는 주택가격과 일치한다는 분석이다. 70%의 경매 낙찰률은 일반적으로 연간 약 10%의 가격 상승률을 반영하는 반면 60%는 균형 잡힌 시장으로 간주된다.
멜번(Melbourne)의 경우 지난 9월 경매 낙찰률은 전월대비 1.6%포인트 하락한 64%를 보였으며 시드니는 1%포인트 낮아진 67.4%를 기록했다.
가장 큰 폭의 하락은 브리즈번(Brisbane)으로, 10.7% 낮아진 46.2%였지만, 부동산 정보회사 ‘도메인’(Domain) 선임연구원 니콜라 파월(Nicola Powell) 박사에 따르면 이는 팬데믹 기간의 시장 붐 이전에 보였던,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 것이다.
올해 초 주택소유자들은 판매를 결정하기 전, 지난해의 가격 하락이 끝났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다렸기에 시장에 공급되는 매물은 상당히 적었다. 최근에는 매물로 등록되는 주택이 급증하면서 예비구매자들에게는 더 큰 선택권이 주어졌고 경매 현장에서의 경쟁도 줄었다.
파월 박사는 “이것이 올 봄 시즌, 우리가 예상했던 것”이라며 “겨울 막바지부터 매물이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지난 몇 달 동안 경매에서 강력하고 지속적인 낙찰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컨설팅 회사 SQM Research 데이터에 따르면 시드니에서는 9월 신규 매물이 12.7%로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멜번(10%), 브리즈번(8%)이 뒤를 이었다. 9월 경매 건수도 크게 늘었다. 도메인 자료를 보면 시드니의 경매 물량은 지난해 9월에 비해 35.1%, 멜번 46.2%, 브리즈번은 15.5%가 증가했다.
이와 동시에 주택가격은 올해 초부터 완만하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오르기기 시작했다. 부동산 컨설팅 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최근 주택가격 인덱스에 따르면 9월, 시드니 주택가격은 한 달 동안에만 1%, 멜번 0.4%, 브리즈번은 1.3%가 상승했다.
부동산 에이전트들은 구매자들이 올해 초만큼의 열정은 아니지만 여전히 입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McGrath Hunters Hill’ 사의 매튜 워드(Matthew Ward) 대표는 지난 몇 달 동안 경매시장에 있었던 이들은 구매를 위해 입찰에 응하고 있으며 여기에 새로 시장에 들어선 예비구매자들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시장에 들어온 예비구매자들은 모든 비용을 쏟아 부어 구매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지만 경매시장을 돌며 한 동안 마음에 드는 주택을 찾고 있던 이들은 입찰에 적극적인 사람들”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그는 “금리 인상으로 예비구매자들이 담보대출(mortgage)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든 상황에서, 판매자들은 매매가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가 판매하는 대부분의 주택은 판매자가 현재의 다소 가라앉은 시장 분위기를 파악한 상태”라는 워드 대표는 “물론 3~4주 판매가 아니라 7~8주가 소요될 만큼 매매완료 기간이 길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은 판매자 위주”라고 말했다.
멜번 소재 부동산 중개회사 ‘Nelson Alexander Carlton North’의 니콜라스 웨스트(Nicholas West)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 비해 판매 매물은 크게 늘어난 상태로, 이 가운데 다수는 투자용 유닛과 단독주택이며 일부는 많은 개조작업이 필요한 상태의 주거지라고 소개했다. 그는 “매물은 증가했지만 유닛이 너무 많다”며 “투자용으로 구입했던 이들이 보유비용 상승에 따라 판매를 결정한 것으로, 아직은 적당한 가격에 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멜번의 경매 입찰자는 크게 감소했다. 팬데믹 붐 당시 평균 4~5명이던 입찰자는 현재 1~2명으로 줄었다. 웨스트 대표는 “경매 낙찰률이 낮아진 이유 중 하나가 늘어난 매물, 예비구매자의 선택폭 확대라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웨스트팩 은행(Westpac Bank)의 매튜 하산(Mattew Hassan) 선인연구원은 “매물로 나오는 주택의 증가는 가격상승이 둔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지만 주택가격이 다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가한 매물 목록에도 불구하고 주간(interstate) 및 국제간(international) 이주가 부동산 시장 활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산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수요와 공급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해외에서의 유입을 포함한 인구 증가는 시장에 상당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은 부동산 시장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산 연구원은 주택구입 경제성 문제로 인해 시드니와 멜번 외 도시의 주택가격이 이들 대도시 시장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높아진 주택가격은 더 많은 거주자를 지방 지역 또는 가격이 저렴한 다른 도시로 이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각 대도시 경매낙찰률
2021년
9월 : 74.6%
10월 : 73.8%
11월 : 66.3%
12월 : 59.6%
2022년
2월 : 67.1%
3월 : 63.7%
4월 : 60.8%
5월 : 55.9%
6월 : 52.1%
7월 : 49.9%
8월 : 53.1%
9월 : 55.8%
10월 : 56.9%
11월 : 54.4%
12월 : 52.1%
2023년
2월 : 62.3%
3월 : 63.0%
4월 : 63.6%
5월 : 68.5%
6월 : 77.2%
7월 : 66.6%
8월 : 66.6%
9월 : 64.5%
-주택거래량이 적은 1월은 집계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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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환 기자 herald@koreanherald.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