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Korean? 한국 사람입니까?
처음 이사를 간 Putney 동네엔 동양인이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 한국 사람은 한두 명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 이후로는 많아졌지만은. 지금 다시 이사한 Carlingford 동네는 동양인이 많다. 특히 중국 사람들. 호주 시드니에 산다는 느낌보다 중국 상하이에 사는 느낌이 든다. 유럽계 호주인은 극히 드물게 보인다. 중국 사람들이 모든 동양인에게 중국말로 말하는 것을 가끔 목격한다. 그리고 때론 가끔씩 유럽계 호주인들이나 중국인들이 물어온다. ‘한국 사람’이냐고. 그러면 감격까지는 아니지만, 살짝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렇다고.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 질문하는 이들의 의도를 보면 한국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인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어오는 이들은 과연 한국에 대한 상식이 많다.
얼마 전 광복회 호주지회와 시드니한국교육원 공동 주관으로 ‘나라 사랑 민족캠프! 21세기 독립운동!’의 기치 아래 진행된 제3회 청소년 민족캠프 개최에 강사로 초빙되어 갔었다. 청소년들이 2박3일 동안 민족의식과 역사관에 대해 배우는 그런 기회의 장이었다. 58명이나 되는 청소년들의 눈과 귀와 맞닥뜨렸을 때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왔다. 한국 사람입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해외에 있는 한인 교민들의 1.5세대나 2세대, 3세대들은 민족에 대한 뿌리가 일반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배우고 듣는 역사와 사회보다도 해외에서 피부로 느끼는 한국 역사, 사회의식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할 말이 많다.
강의의 내용은 ‘공연을 통해 본 시드니 한인 문화예술’이었다. 이 거창한 제목에 걸맞게 문화가 무엇이며 또한 예술은 무엇인가에 관해 설명하면 1시간은 그냥 지나갈 것이다. 학습적으로, 사고 면에서, 행동적으로 이런 설명이 과연 청소년들에게 먹힐까(?) 생각했다. 그럴 시간에 그저 개인적으로 단체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그들이 뭘 할 수 있는지를 일깨워 주고 싶었다. 그들이 하는 모든 학습과 생각과 행동이 곧 미래의 교민사회 문화예술이 될 것이기에(될지어다!).
열심히 하라는 대로 잘 따라 한 58명의 청소년은 마지막 나의 주문에 10초 생각과 10초 행동을 보여줬다. 58명이 다 함께 ‘대한민국’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다소 시끄럽고 산만했었지만, 20초 안에 그들이 만들어낸 ‘대한민국’은 나쁘지 않았다. 구태의연한 표현은 하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보여준 것에 20초의 꿈과 희망을 보았다.
하나의 장르처럼 시드니 한인 문화예술은 창조되고 있다. 우리만이 만들 수 있고 이어갈 수 있는 시드니 한인 문화 그리고 예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그게 설령 한국적이든 호주적이든 한국 태생의 사람들이 만들어가고 있으니, 우리만의 고유한 문화 예술은 창조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관심과 또 관심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일 아니면 나 몰라라 하는 무관심 그리고 자기 것만 잘하면 된다는 배타심은 없애야 할 덕목이다.
마지막으로, 58명의 청소년이 20초 안에 다 함께 어떤 ‘대한민국’을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광복회 호주지회에 문의하면 성실히 답변해 줄 거라 믿는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