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의 공연기획자 데이비드 바인더(David Binder)가 뮤지컬 <헤드윅>을 처음 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제작자인 본인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헤드윅의 이야기였다. 헤드윅은 거시기가 잘린 채 미국 남부지역에서 한 명의 여자로 혼자 살아가게 되다가 한 소년을 맡아 기르게 되는데, 이 소년이 나중에 록스타가 되지만 그도 도망가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이 헤드윅의 성 정체성과 플라톤의 ‘향연’을 둘러싼 채 돌고 도는 이야기다. 그것도 뮤지컬로 말이다. 처음 예산이 고작 29,000달러였는데 그것도 엄청나게 고생해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몇 년을 그렇게 만들고 또 만들고 끝나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해서 지금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탄생하였다.
그 끝나지 않는 문제들은 저예산이라 연출가부터 시작해 배우들과 연출진을 ‘초짜들’로 써야 했다. 이해도 안 되는 이야기를 아무리 잘나가는 배우라 해도 소화하기 힘들었을 것이라 의심했던 것이다. 공연계에서는 얼마나 버티다 폐막할까를 놓고 내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공연이 대대적인 실패작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공연 티켓도 팔아야 했지만, 전혀 팔리지 않아, 할 수 없이 광고를 줄이고 거리 마케팅까지 해서 무대를 올려야 했다고 한다. 하나의 작품을 무대로 올리기까지는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작품을 올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오늘도 그 힘든 전쟁에 뛰어드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진정으로 만드는 데 힘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 힘을 만드는 데는 의지도 필요하다. 말만 오고 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뭔가 일이 될 만한 일들에 앞서 많은 아이디어가 발생한다. 그야말로 아이디어는 ‘발생’하지만 그대로 ‘소멸’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게 일이 되게끔, 무대가 되게끔 하기 위해서는 많은 일이 운명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심지어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외친다.
“아, 저렇게 만들 거면 내가 만든다.”
“유치원 애들도 저렇게 안 한다.”
“막장도 정말~”
“XXX다, 집어치워!”
험한 말이나 욕은 그나마 괜찮은데, 심한 경우 인격적 모독부터 시작해 패륜 수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만드는 한 사람으로서 어떨 때는 절망감을 느낄 때도 많다. 만들어서 뭐하나… 라는.
결국엔 연극도 만들고 나면 관객들의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크고 작던 중요한 아이디어도 바로 관객들로부터 받는다. 공연은 궁극적으로 관객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와 달리 공연은 모든 것이 덧없이 사라지는 찰나의 세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어떤 이가 말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한마디로 아이들이 안 태어났으면 한다고. 자기의 자식한테도 그냥 아이 낳지 말고 살라고 할 정도로 세상이 너무 싫다고. 다른 사람과 단순하고 정직하게 마음속 깊이 있는 것을 끌어내서 얘기하고 만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존재의 진실을 만나러 갈 수 있는 곳이 있다. 극장이다. 극장에서 극을 본 관객들이 극장을 떠나면서 갖게 되는 것이 있다. 기본적인 인간적 가치들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 말이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배우들 연기를 보고, 관객은 자신의 내부에도 배우가 가진,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배우들도 어떤 훌륭한 공연을 위한 연기가 아닌, 배우 자신의 소박하고 인간적인 가치로서 보여주는 것. 이것이 바로 배우로 하여금 연기를 하게 하는 힘이란 걸 보여줘야 한다.
사라져가는 것들이 있다. 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지는 진실, 미덕 그리고 예의 말이다.
그래도 극장에서는 인간적 영혼을 가진 진실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 그게 설사 막장이라도, 재미없는 이야기라도, 말도 안 되는 소재이어도 좋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진실을 듣고 싶어 할 것이며, 살아가는 데 희망을 느낄 수 유일한 곳이 되었으면 하기에…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