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도발 그리고 생동감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을 꿀 것이다. 늘상 예외가 있듯이, 모든 이에게 다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마는 말이다. 이런 꿈을 꾸는 이에게는 속박이 없다. 억압도 없다. 그저 자유로운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보고, 느끼고 받아들인다. 그곳에는 어떤 제재가 없다.
연기자들은 항상 연기 훈련을 받는다. 훈련을 받으면서 여러 가지 대비 사항을 두는데 꿈과 대비할 때도 있다. 꿈속에 있는 나의 모습을 보는 것은, 무대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모니터해서 보는 것과 같다. 하지만 무대 위의 내 모습은 많이 훈련된 것이고, 꿈속에 있는 나는 정반대이다.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음에도 너무 자유스럽고, 막힘이 없다. 왜냐면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자유’ 때문이다. 연기는 상상력의 산실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것도, 자유스러운 것도, 그리고 자유도 문화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인의, 자비, 그리고 사랑이 들어가 있다면 말이다. 일찍이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최고 문화 인류의 모범이 되기를 사명으로 삼은 우리 민족의 각원은 이기적 개인주의자여서는 안 된다. 우리는 개인의 자유를 극도로 주장하되, 그것은 저 짐승들과 같이 저마다 제 배를 채우기에 쓰는 자유가 아니요, 제 가족을, 제 이웃을, 제 국민을 잘 살게 하기에 쓰이는 자유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다. 우리는 남의 것을 빼앗거나 남의 덕을 입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에게, 이웃에게, 동포에게 주는 것으로 낙으로 삼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게으르지 아니하고 부지런하다. 사랑하는 처자를 가진 가장은 부지런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주기 위함이다. 힘든 일은 내가 앞서 하니 사랑하는 동포를 아낌이요, 즐거운 것은 남에게 권하니 사랑하는 자를 위하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네가 좋아하던 인후지덕(仁厚之德)이란 것이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닌, 공원에 꽃을 심는 자유로움, 그것이 ‘도발’이 된다. 어느 누구도 꽃을 꺾는 이에게 관심도 안 줄 것이다. 하지만 꽃을 심는 이에게는 어찌 되었든 눈길을 잡게 된다. 굳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공원에 가서 한 번 꽃을 꺾는 연기를 해 보면 눈치 채게 될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자유가 있어야지 이기적 개인주의자는 되지 말자”고 하셨다. 이렇게 훌륭한 정신문화를 우린 모른 척, 아니 느끼지도 못하고 산다. 개인적으로 공연 쪽 사람들과 많이 부딪히면서, 많이 결여된 부분이 인간관계였다. 물질적인 것도 아니고 경제적인 것도 아닌, 인간 그들만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볼 때마다 분기탱천할 때가 많다. 그러면서 저절로 같이 이기주의자가 된 적도 있다. 지나고 나면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면서도 말이다. 자기 일 아닌 것은 나 몰라라 하고, 내 일만 어떻게든 잘 성사시키려는 이기적 개인주의가 많다. 우스운 소리로 중국 사람들은 가게가 하나 생기면 그 가게 하나가 잘되기 위해 천 명이 모인다는데, 한국 사람들은 가게 하나 생기면 또 다른 가게가 나오고 또 나온다. 그리고 서로 도와주지 못할망정 헐뜯고 고발하고 망하게 한다고.
자유에는 인간성, 자비 그리고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고 가족을, 이웃을, 나라를 생각하면, 생각 없이 하게 되는 어리석은 행동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안다. 한국 동포들의 훌륭하고 지혜로운 정신문화가 아직도 살아 흐르고 있다는 것을. 그 살아 있음에 박차를 가해서 ‘생동감’ 있게 우리의 문화로, 예술로 표현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본다. 한국 문화라는 것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의 몸속에, 사상 속에, 의지 속에 품고 있는 것들이, 세계의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세상이 하나가 되게 하는 데 이바지 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연기의 훈련인 상상력의 소환으로의 자유, 도발 그리고 생동감이란 영역을, 우리네 정신문화에 대비해 보면서 살짝 기대어 가보자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꿈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자유롭게 펼쳐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강해연 / 이유 프로덕션 & 이유 극단(EU Production & EU Theatre) 연출 감독으로 그동안 ‘3S’, ‘아줌마 시대’, ‘구운몽’ 등의 연극과 ‘리허설 10 분 전’, ‘추억을 찍다’ 등의 뮤지컬, ‘Sydney Korean Festival’, ‘K-Pop Love Concert’ 외 다수의 공연을 기획, 연출했다.